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바쁜 정치 일정에서도 퇴근 때 동네 수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았다.
장바구니를 든 총리의 소탈한 일상이 화제에 올랐으나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마트 직원들도 거의 매주 주말에 찾아오는 총리를 여느 손님처럼 대할 뿐이었다.
메르켈은 양자화학자인 남편의 아침 식탁을 손수 차린다.
그녀는 “그 일은 내게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털어 놓았다.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도 집에선 평범한 주부로 돌아갔다.
총리 재임 시절에 관저로 돌아가면 어머니이자 평범한 아내로 변신했다.
대처는 매일 아침마다 남편 데니스를 위해 정성껏 식사를 차렸다.
남편이 음식을 먹으면 대처 자신은 거의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도 곁에 앉아 있었다.
한번은 대처의 쌍둥이 딸 중 하나가 방 두 칸짜리 집으로 이사했다.
대처는 딸의 집을 찾아가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손수 도배와 페인트칠을 해주었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도배질이 정치보다 어려웠어요. 하지만 도배를 해서 얻은 손가락 끝의 행복은 정치로는 얻어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돈이나 일을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주객이 뒤바뀐 어리석은 행동이다.
가족은 돈이나 성공을 통해 얻어질 수 없으며,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일상의 행복과 고귀한 사랑도 모두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잉태된다.
대문호 괴테는 “왕이건 농부건 자신의 가정에서 평화를 찾아낼 수 있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또 마더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외쳤다.
“가정은 모든 사랑의 출발점이다. 가정 안에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가족은 우리 삶을 지켜주는 단단한 버팀목이다.
주변 사람들이 차갑게 등을 돌릴 때에도 가족의 따뜻한 품만 있으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독일의 언론인 프랑크 수르마허가 쓴 ‘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에는 19세기 미국의 어느 험한 계곡에 고립된 서부 개척민 이야기가 나온다.
70여명의 개척민 중에서 40여명은 굶주림과 추위로 죽고 30명 만이 살아남았다.
생존자들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육체적으로 건강한 남자들이 아니었다. 노약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공통점은 이들에게 함께하는 가족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 구성원의 숫자가 많을수록 생존율이 높았다.
가족에게 받는 정서적인 유대감이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에너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식사를 자주 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A학점 비율이 두 배 높고, 비행청소년이 될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1주일에 세 차례 이상 가족과 식사하는 청소년들의 행복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다는 분석도 있다.
또 미국에서 80년에 걸쳐 인간의 수명을 추적 조사했더니 부부의 이혼이 남성의 수명을 10년, 여성의 수명을 5년 정도 단축시켰고, 빨리 재혼한 부부일수록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 자녀의 평균 수명이 5년가량 줄었다고 한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이 사회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가족은 우리의 생명과 삶이 시작되는 원천이자 우리를 감싸는 영혼의 안식처이다. 가족은 코로나 사태에서 모든 만남이 끊어진 후에도 지속되는 최후의 인간관계이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