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뷔페를 처음 간 것이 아마 1990년이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정녕 신세계였습니다.
모든 음식을 한 번씩은 다 먹어봐야 한다는 사명감에 전투 의지를 불태웠고
두 번째 접시, 세 번째 접시, 네 번째 접시도 계속 ‘처음처럼’의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나중에는 고기 뷔페에도 갔었습니다.
가격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한 사람이 5,000원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청년부 부장집사였는데, 청년들한테 쐈습니다.)
시간이 지났습니다.
한식 뷔페, 초밥 뷔페에도 갔었고,
본격적인 뷔페는 아니지만 셀프바가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식당도 갔었습니다.
주로 샤브샤브집인데 지금도 가끔 갑니다.
어제는 빵 뷔페에 다녀왔습니다.
제한 시간이 70분이라는 말을 듣고
최대한 천천히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탬포로 먹다가 10분 만에 배가 불러버리면 낭패입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빵 몇 조각과 샐러드를 먹은 것으로 10분 만에 배가 불러버렸습니다.
속절없이 커피를 홀짝이며 배가 꺼지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야속하게도 시간이 참 빨랐습니다.
세월이 쏜 살처럼 빠르다고 누가 그랬나요?
시간을 쏜 살과 비교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배가 꺼지는 속도보다 빠른 것은 분명했습니다.
제한 시간 70분 중에 60분이 지났습니다.
10분 남았습니다. 테이블에 여유가 있으니
70분이 되었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만
주어진 시간을 넘겨서 앉아 있는 것은 체질에 안 맞습니다.
카운터에서 제한 시간을 얘기하거나 말거나 알아서 나가야 합니다.
배가 덜 꺼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접시를 채웠습니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기 신공은
부교역자 시절에 심방을 다니면서 충분히 익혀두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빵만 많이 먹은 게 아닌가 봅니다.
잼도 많이 먹었습니다.
사과잼이 있었는데 식빵에만 발라 먹은 게 아닙니다.
모든 빵에 다 발라 먹었습니다. 심지어 크루아상에도 발라 먹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종일 입이 달았습니다.
누군가 <잃어버린 400년>을 읽는다면,
그 여운은 사과잼에 비할 바가 아닐 것입니다.
그냥 고개만 끄덕이지 마시고, 꼭 직접 읽어서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옮겨 온 글)
첫댓글 옮겨 온 글인데,
제가 글을 읽다가 빵! 터졌습니다..
서울에는 빵 뷔페도 있나 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