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국영화 흥행톱10 중 상위권 작품들을 살펴보면 눈에띄는 공통점을 찾아낼수 있다. 천만관객의 문을 열었던 <실미도>와 <태극기휘날리며>, <공동경비구역jsa>, <쉬리>까지 <친구>를 제외하면 모두 남북 분단이 가져다주는 소재의 영화들이라는 것이다. 멀게는 한국전쟁에서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까지 전세계에서도 유일한 남과북의 대치상황은
대중문화적인 코드로 재해석되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2005년 여름 또한편의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은 영화가 나타났다. 전처럼 이념적인 대립이나 분단 이데올로기는 쏙 빼놓고 순수하게 인간적인 관계만을 부각시켜 판타지로 승화시킨
바로 <웰컴투동막골>이다. 오래전 임권택감독의 <가깝고도 먼길> - 남한의 어린이가 북한의 어린이와 우정을 쌓는다는 - 의 정서와도 비슷한 이 영화는
한국전쟁이 한창인 때에 나비떼로 대변되는무릉도원과도 같은 강원도 오지마을 동막골에 국군과 인민군이 우연히 흘러들어온다. 거기다 전투기추락사고로 불시착한 연합군 스미스까지... 그러니까 전쟁의 당사자 3국의 군인들이 전쟁이 발발한지도 모르고 사는 마을에서 총부리를 겨누며 대립하게 되는 긴박한
상황속에서의 아이러니한 에피소드가 이영화의 주된 코드이기도 하다. 주민들에게 군인들의 무기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들의 순수함과 함께 군인들 또한 그속에서 총과 군복을 벗어던지고 전쟁통에서도 풍요롭기만한 동막골에 갈곳없는 처지의
몸을 맡겨버린다. 장진사단의 <묻지마패밀리>중 <내나이키>를 연출했던 신예 박광현감독은 장진의 동명연극을 대중영화로 탈바꿈시키며
작품성보다는 상업성에 비중을 두며 남북정상회담때 <공동경비구역>이 그랬듯 현 대북관계의 분위기도 동막골이 시기를
잘 탔다는데 흥행의 요소중 하나로 작용하고있음을 알수있다.
<웰컴투동막골>은공격적인 마케팅과 관객동원력에서 검증받지 못하고 있는 배우들 즉, 스타의 부재를 떠안고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아톤>에 이어 다시 한번 검증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원작자 장진특유의 입담과 유머가 어우러져 무거운 소재를 판타지로 풀어가며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혀갔음이 주효했다.
여기에는 감독의 도식적인 연출력도 한몫했으며 옥수수알갱이를 수류탄으로 튀겨 팝콘이 하늘에서 내리는 장면이나
적이 동지가 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준 맷돼지 사냥 씬, 비극을 미화한 마지막 엔딩씬등 만화적인 재미와 상업영화가
가질수 있는 장점들을 두루 갖추며 주,조연의 호연과 구수한 강원도사투리의 정감어린 정서로 흥행롱런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영화를 보고 나오자니 웬지 박광수감독의 <그섬에 가고싶다>가 떠올랐다... 아마도 심혜진과 강혜정의 모습이 중첩되서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