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정정 시간을 기다리며....
이만희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서 여러모로 알아보았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여러분들두 아래글에 적혀있는 글 내용을 보시면 동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영화 '와일드 카드' 쓰는데 2년 산고
이만희
“신념이 부족한 사람이죠. 누가 떠밀면 하고….”
과(동국대 인도철학과) 친구들에게 내뱉은 말을 지키려고
산문(山門)에 들어가 2년 6개월 간 승복을 입기도 하고,
낙도(전남 신안군 장산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지금은 평생 고생시킨 아내의 부탁으로 전업작가 생활을 청산하고
대학(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강단에 서 있는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이만희(49)씨는 자신을 ‘지조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지조 부족’은 어쩌면 늘 젊은 감각을 잃지 않는
민감함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그가 쓴 형사 액션극 ‘와일드 카드’(감독 김유진)에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약속’(감독 김유진)과 ‘보리울의 여름’(감독 이민용) 등
지금까지 아직 세 편에 불과하지만
이만희는 이제 충무로를 움직이는
가장 힘있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대학로에서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돼지와 오토바이’ 등의 연극으로 숱한 관객의 가슴을 두드렸다.
1979년 등단 이후 20년 이상 쌓아온 공력은 영화 속에서
살아있는 캐릭터, 빼어난 언어 감각을 빚어내고 있다.
그는 “물론 홀로 모든 걸 승부하는 극작가보다 시나리오 쪽이
산고가 더 크다”고 말한다. “
‘와일드 카드’는 준비에만 2년, 쓰는 데 1년이 걸렸어요.
제작자, 투자자, 배우들에게 계속 검증을 받아야 하니까
오롯하게 작가주의에만 빠진 사람은 시나리오 못 해요.
수선공밖에 안 되니까.”
본인이 말하는 ‘와일드 카드’의 만족도는 중간 정도다.
“단점이 뭐냐”고 거꾸로 묻는 그의 얼굴에 ‘퍽치기’를
소재로 고르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는 고민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김유진 감독과 함께 강력반 형사 100명 이상을 만나고,
수사 전문 잡지를 몇 년 분을 탐독해
라면 상자 하나를 채울 만한 자료를 준비했다.
“사람 냄새, 형사 냄새 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덕분에 오영달(정진영) 방제수(양동근) 두 형사를 비롯한
강력반 형사들과 행인을 둔기로 습격한 뒤
금품을 훔치는 ‘퍽치기’ 일당의 모습이
눈에 붙잡힐 듯 선명하게 그려졌다.
“용산 경찰서 강력반의 한 형사가 기억 나요.
‘칼은 나눠 먹는다’는 얘기 같은 건 잊을 수가 없잖아요.
회칼도 맞아보고 칼에 맞아 죽는 동료도 봤다더군요.
덕분에 강력반 형사들의 캐릭터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충무로의 30대 작가들 못지않은 젊은 감각도
영화에 사람 냄새를 불어넣는 데 한 몫 했을 것이다.
“젊은 학생들에 둘러 싸여 지내고,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다가 보니 주위에서 혼자 늙게 놔두질 않는다”며
그는 공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나이 들면 고리타분해지고 호불호가 분명해지는데,
작가는 그런 ‘간경화’에 걸리면 안 돼요.”
그는 자신의 작품 ‘불 좀 꺼주세요’와 ‘용띠 위에 개띠’
두 작품만 12년 동안 출연하고 있는
연극 배우 이도경을 퍽치기 출신 안마시술소 사장으로 출연시켜
“언제 저런 배우가 있다가 이제 나왔느냐”는 관객의 열띤 반응을
얻어낸 걸 번외 소득으로 여겼다.
이도경 같은 코미디 감각을 지닌 배우를 살려내는 걸 보면
그는 관객을 어떻게 웃겨야 하는지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하다.
그가 높이 평가하는 시나리오도 강한 오락성이 배어있는 것. “
‘원초적 본능’과 ‘스팅’을 좋은 시나리오로 꼽죠.
학생들에게 10번 이상 보라고 합니다.
대중심리의 길목을 잘 잡아 선제 공격을 하는 묘미가 있어요.
시나리오는 관객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해요.
관객에게 고기 덩어리 하나 던져서 호기심을 돋구고,
심심해지면 또 던져주는 게 플롯이에요.”
자신의 이야기에 점점 취하기 시작하는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관객들은 그의 ‘지조 없는’ 열린 감각이
또 어떤 흥미로운 ‘고기 덩어리’를 던질까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이종도 기자 ecri@hk.co.kr
- 저두 이 영화 봤는데 안마시술소 사장 땜에 정말 많이두 웃었습니다
연극인이셨군여!! -
극작가
이만희
외도 준비하는 파탈과 칩거의 연극인
정재왈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결벽에 가까운 완벽한 작품쓰기로 일반에는 낯선 극작가 이만희. 그가 영화계와 인연을 맺고 시나리오를 썼다. 그로서는 보다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연극 밖 외도를 준비하는 그를 만나 영화 “약속”과 그동안의 작업에 대해 들어본다.
올해 나이 44세의 극작가 이만희(李滿熙). 나이에 비해서는 비교적 일반에 낯선 작가다. 작가 경력이 짧은 탓도 있지만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한 작품쓰기 때문에 유명세를 탈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그런 이씨에게 드디어 유명해질 기회가 왔다. 연극보다 이름 팔기 좋은 영화계에서 그에게 손짓한 것이다. 그래서 오는 11월 탄생할 영화가 박신양·전도연 주연의 “약속”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이 총제작비 13억원 전액을 투자해 만드는 이 영화는 최근 히트한 “접속”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소프트한 멜로영화의 계보를 잇는 신작이다. 중견 김유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앞서 말한 박신양·전도연이 주연으로 출연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내용은 깡패 보스와 총명한 여의사의 사랑 이야기. 신분과 처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돌아서서 떠나는’ 두 남녀의 별리(別離)가 눈물 찔끔 나게 하는 영화다. 현재 한창 촬영중이다. 이 영화의 대본은 이씨가 96년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했던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가 원작. 이 작품을 김유진 감독이 영화로 만들 욕심을 냈고, 그 기획안이 삼성영상사업단의 마음에 들어 꿈이 성사됐다. 원래 지난해 만들 예정이었으나 주인공 캐스팅을 놓고 제작자측과 감독·작가의 의견이 맞지 않아 수차례 지연된 것. 난산 끝에 빛을 보는 것이다.
어쨌든 흥행 성공에 달렸겠지만, 극작가 이만희로서는 이 영화가 보다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입맛이 까다로운 삼성영상사업단이 영화로 치면 신인에 가까운 그의 작품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남들이(기존 시나리오 작가) 갖고 있지 않은 문학성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문학성이라 함은 극적 짜임새가 견고하면서 대사에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영화 “약속”은 대기업의 상업성과 작가의 문학성이 오랜만에 기분좋게 만나는 기대작으로 봐도 손색없겠다.
그러나 이만희는 내심 불안하다. 아무래도 영화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에게 연극 밖의 외도는 그야말로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불륜과 같은 것처럼 꺼림칙하다.
“TV드라마를 쓰다 한번 혼난 적이 있지요. 재작년인가 SBS의 시트콤 ‘오경장’을 썼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TV와 연극이 그렇게 판이한 장르인 줄 몰랐어요.”
이씨는 끝내 도중하차했다. 이유야 어쨌든 이씨에게는 충격이었다. 연극과 전혀 다른 TV드라마의 템포감과 호흡법, 대사체 등으로 애를 태우던 끝에 중도포기를 선언했다. 이씨는 지금도 ‘갚지 못한 빚’(남은 분량의 대본) 때문에 목하 고민중이다. 연극 밖 이씨의 나들이는 이처럼 서투르다. 이 때문에 연극인들은 그를 ‘타고난 연극쟁이’라고 부르곤 한다. “희곡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 사람들은 이씨를 두고 이렇게 평한다.
이씨는 최근 옥동자를 낳았다. “작가는 작품을 탈고하는 순간 죽는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던가. 이씨는 옥동자를 얻은 기쁨보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만큼 이번에는 옥동자를 어렵사리 얻은 탓이다.
이씨가 최근 잉태한 작품은 연극 “좋은 녀석들”이다. 총 10편 남짓한 그의 희곡 중 최신작이다. 지난 5,6월 서울 대학로 성좌소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극단 ‘연극세상’의 창단작품이었다. 연극세상은 영화 “태백산맥”의 염상구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극배우 출신 김갑수 등 10여명의 중견배우가 주축이 돼 탄생한 단체다.
이 극단을 위해 이씨는 흔쾌히 작품을 썼으나 중간에 연출가가 바뀌는 바람에 애를 태웠다. 결국 중간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예 연출가(전훈)로 교체됐다. 그리고 공연. 다행히 공연은 흥행면에서 성공이었다. 매회 1백명 가까운 관객이 꾸준히 들어 창단작품의 체면을 겨우 세울 수 있었다.
“많은 수정을 거쳤지만 기공연작(“나는 암스테르담으로 간다”)이라는 점 때문에 무척 긴장됐지요. 다행히 생각보다 (작품이) 잘 나왔어요.”
연극 “좋은 녀석들”의 주인공은 중소기업체 사장 박장수. 부도위기에 몰리자 종업원들에게 감금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삶에 대한 회의에 빠지는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여기에 정강수라는 애인이 끼어든다. 정강수는 세련되고 매너 좋은 미모의 여성. 작가는 이 두 사건을 매개로 삼아 박장수의 분신(分身)인 뚱보·째보·횡보·낭보 4명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다양한 내면풍경을 그려나간다.
불륜을 부추기는 놈, 빨리 회사로 원대복귀하라고 애원하는 놈, 자살 충동을 부채질하는 놈 등 분신들의 모습이 가관이다. 작가 이씨는 박장수의 머리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념의 혼란스러움을 이런 분신들을 활용해 재치있게 짜내려간다. 이처럼 한 인물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동시에 맞볼 수 있게 하는 분신기법은 작가 이씨의 독특한 극작법이기도 하다.
이씨는 연극계에서도 보기드문 특이한 경력과 인생편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 특이한 경력과 편력이 허공에서 겉돌지 않고 작품 속에 용해돼 늘 ‘작품에 깊이가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씨가 작품성·흥행성·철학성·문학성 등 4대요소를 극작의 기본원칙으로 삼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씨는 54년 충남 대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한때 광산업으로 성공한 거상이었다. 서울의 휘문중·고 졸업. 그러나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불교종단의 장학금을 받아 73년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애당초 평범한 생활을 거부한 그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까까머리에 검정 선글라스를 쓴 채 캠퍼스를 누비고 다닌 기인이었다.
“파산한 가정과 학교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행한 젊음의 열병 같은 것이었지요.”
그러나 그의 기행도 2년이 못갔다. 휴학, 그리고 스님이 되었다. 전북 금산사의 공양주로 들어가 도인(道仁)이라는 법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평소 노벨상을 꿈꾸던 문학지망생인 그는 ‘문학이냐, 종교냐’의 갈림길에서 결국 77년 문학을 택했다. ‘글로써 보시(布施)하겠다’는 게 파계의 변이었다.
78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불교잡지 “불광”(佛光) 편집장으로 일하던 그는 또한번 인생항로를 바꿨다. 전남 장산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것.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바로 79년 동아일보 장막희곡 공모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미라 속의 시체들”로 문단에 데뷔한 것이다. 극작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씨의 연극 입문은 데뷔 10년만인 89년 “문디”를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하면서부터. 이때부터 이씨는 그동안 축적된 희곡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어 잇따른 대작 발표로 연극계를 흥분시켰다. 마치 10년 묵은 체증이 가시는 카타르시스를 자신과 연극계에 동시에 안겨줬다.
습작시절 당초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이씨가 돈도 명예도 없는 희곡 쓰기로 돌아선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서술적 어법에 기대어 판에 박은 듯한 말만 되풀이하는 소설보다 행간을 읽는 압축과 상징의 맛이 있는 희곡에 승부를 걸고 싶어서”였다고 이씨는 회고했다.
그 압축과 상징의 독창성은 90년대 들어 마음껏 개화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로 삼성도의문화저작상과 서울연극제 대상 및 희곡상(이상 90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91년)을 거푸 수상하면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것.
이씨의 탄생은 그동안 윤대성·노경식·오태석·이윤택·김광림 등이 군림하던 극작계의 세력판도를 일거에 재편하는 촉매가 됐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탄탄한 대사로 무장한 ‘언어의 연극’이란 새로운 대안을 그가 제시한 것이다. 사람들은 90년대 초 그가 극작계의 구태를 신태(新態)로 바꾼 ‘분갈이’ 역할을 했다고 평한다.
그의 극작술은 “불 좀 꺼주세요”(92년) “돼지와 오토바이”(93년) “피고지고 피고지고”(94년)를 거치면서 세련미를 더했다. 특히 3년 이상 대학로극장에서 롱런하면서 2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와 국립극장 사상 처음으로 연장공연까지 하는 진기록을 세운 “피고지고 피고지고”는 이씨 작품의 기념비가 될 만하다.
“불 좀 꺼주세요”는 앞서 말한 “좋은 녀석들”에서 선보인 분신기법의 원형 구실을 한 작품. 한 사람의 캐릭터를 또다른 자아(분신)를 통해 다양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연극 표현의 영역을 확대하는 혁명적 생각이었다. “연극의 기본구조는 성격(캐릭터)의 충실한 묘사”여야 한다는 이씨의 철학이 여기에 담겨 있다. 그가 서양식 기승전결이 있는 대립·갈등구조보다 두루뭉실하게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한국적 연극을 선호하는 것도 다 여기에서 비롯됐다.
물론 이때문에 이씨는 손해를 많이 보는 편이다. 서양의 희곡문학을 공부하고 평단에 나온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그의 순환적 연극관을 이해하지 못해 그를 외면하기 일쑤다. 이씨의 작품은 기승전결 등 맺고 끝는 것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관점이다.
형식미학이 특이한 “불 좀 꺼주세요”와 달리 “피고지고 피고지고”는 이만희 특유의 대사연극의 진수다. 어미(語尾)의 구사를 철저히 구어체로 유도해 생동감있으면서 코믹한 맛을 풍기게 하는 게 이 연극의 장점. 또한 인생말년에 일확천금을 꿈꾸며 유물 도굴에 나서는 왕오·천축·국전의 페이소스 짙은 연기는 지금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감칠맛 넘치는 작품이다.
이처럼 대사 중심 정통극의 옹호자인 만큼 이씨는 춤과 노래 등 연희적 요소를 도입해 극적 재미를 추구하는 일련의 경향에 강하게 반발한다. “좋은 녀석들”의 공연을 애타게 바라본 것도 자신의 뜻과 달리 ‘놀이극’처럼 변질돼 가는 것이 싫어서였다. ‘대사는 모든 형식에 앞선다’는 이씨의 대전제를 연출자가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이씨는 보기드물게 과작(寡作)이다. 1편당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걸리는 것이 보통. 정식 연극입문 10년이 됐는데도 탈고한 작품이 고작 10편 남짓하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깐깐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절대로 대본을 남에게 주지 않는 것도 그의 원칙이다.
이만희는 93년 “돼지와 오토바이”를 탈고하면서 14년간의 교직생활을 청산했다. 전업작가의 길로 나선 것이다. 국내 극작가들의 대부분이 학교에 적을 두고 있거나 연출을 겸하는 것을 감안하면 순수 전업작가는 모험중의 모험이다. 당시 그는 완벽한 작품을 쓰지 못하면 문방구점이라도 차리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멋있는 호기였지만 궁핍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고행의 길이었다.
배수진 치고 전업작가로 나서
지금은 형편이 그런대로 좋아졌다지만 편당 작품료라야 고작 5백만원에서 1천만원 안팎(영화 “약속”의 대본료로 3천만원을 받았다). 이씨처럼 1년에 1편 정도 내는 과작으로는 살길이 막막하다. 그래서 이씨는 공동제작자로 참여하는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지만 결과가 신통치는 못했다.
이씨는 지금 신작을 구상중이다. 소재가 전보다 좀 과격해지는 느낌이다. 내용인즉 삼촌이 조카에게 행한 성폭력과 그 복수의 과정을 담은 드라마. “여인의 풍경”으로 가제를 정했다. “산씻김” “불가불가” 등 탐미주의적 연출관을 갖고 있는 극단쎄실의 채윤일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비록 소재는 이전 이씨의 작품보다 과격해졌다지만 풀어가는 방법이야 매일반일 것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주로 연출가 강영걸과 호흡을 맞춰왔다.“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돼지와 오토바이” “아름다운 거리” 등 이씨의 히트작 대부분이 강씨의 손을 거쳤다. 대사의 맛깔스런 뉘앙스와 여기에서 촉발되는 코미디를 강씨만큼 잘 이해하는 연출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대개 두 사람의 합작품은 흥행으로 연결돼 이 콤비에게는 ‘흥행의 마술사’라는 애칭이 붙어다닌다.
아무튼 이만희는 21세기 작가다. 나이답지 않게 뒤늦게 출발한 그의 극작생활이 아직은 10, 20대 청춘의 싱싱함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농축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 그것이 살아있는 한 이만희는 오태석-윤대성-이강백-이윤택 등 쇠퇴조짐을 보이는 한국 극작계 인맥의 새로운 피로 끓어오를 것이 분명하다.
이만희는 자신의 글쓰기를 ‘파탈’과 ‘칩거’의 과정으로 요약한다. 그의 풀이법. “‘파탈’은 수많은 지식을 쌓으려 떠나는 여행이요, ‘칩거’는 여행에서 남겨진 지식의 앙금을 가지고 작품을 쓰는 행위다.”
“옛 속담에 ‘서체에서도 향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이는 지식의 향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남으로부터 배운 지식이 아닌 산지식을 의미하지요. 저의 글쓰기도 이처럼 파탈을 통한 깨달음의 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앞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