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송채언
칼 든 제비 외
점에 누가 물을 주었을까 왕점이 된 엉뚱한 점
도시락 약국 금고 노래방 호프
맛있는 집
맛없는 간판 사이에 맛있는 집이 점을 간지럽힌다
생뚱맞지만 엉뚱한 간판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은 그래 보는 것
메뉴는 칼제비
뚱딴지같은 이름으로
칼 든 제비 하나요 주문해버렸어
깜짝 놀라 돌아보는 사람들
이내 고정 간판이 되어 눈을 감아버린다
웃음 마른 그들의 발은 식탁 아래 있다
먹는 동안 자지러지게 웃게 하는 요리가 있다면
손에 묻지 않는 반죽을 해
젓가락은 칼
입속으로 들어가는 쫄깃한 면은 제비
메뉴판 깨알 같은 글자가 복숭아씨처럼 보일 때
끓어오르던 엉뚱함이 어디로 튈까 다시 묻는다
칼제비에 건새우 한 마리가 있다면
칼 든 제비는 새우깡 맛
제비가 육수를 빠져나올 때 폴짝폴짝 튀며
청개구리도 데리고 왔지
개구리 발자국은 점 점 점
눈을 간지럽히면 엉뚱한 점이 웃는다
자지러지게 웃을 수 있는 기회
식당을 걸어 나가는 진지한 발자국들
칼 든 제비 한 그릇 비우는 동안
사라지는 청개구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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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건너갔다 돌아오는 사다리가 있어
조심스레 발을 내디디면
알파벳 O와 K가 들어있는 교차로가 된다
지팡이에 기대어 땅이 아닌 길을 짚어 주시던 할머니
언니야 참 이쁘다로 시작해 동그라미가 없어 미안했다는 사연
든든한 현재의 다리가
미안해짐이 무거운 미래의 지팡이를 짚고 건널목을 건너가고 있다
나는
선 안의 안전한 눈
금 밖의 반항하는 팔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는 발이 되어있다
사다리를 반으로 접는다
시간 선상의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난
공간 속에 살아 가는 하나
너와 내가 만난 보호구역에서
던진 공은 모두 하나가 맞는다고 말하고 싶어
교차로 위로 푸른빛이 퍼진다
발을 내딛는 길 중에 보호구역은 같은 색
거울 등 뒤로 보이는 세심한 각도까지 동일한 색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며
너의 찢어진 바지와 검은 멍도 나
도로가 홍수에 잠기는 현실 속의 너도 나
교차로를 지나간 사람마다 색이 달라
공간마다 색을 가진 하나가 흘러간다
잔잔히 흐를 때 가장 맑다
물길 소리가 더 커질 때
하나는 초록을 건너 푸른 물의 행성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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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언
2023년 제18회 울산 문학 신인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