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환경이 평생 건강 좌우한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신체 건강으로 나타나
2018.02.21
한 사람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아동기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것과 노년기의 건강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팀은 스위스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는 ‘국립연구능력센터(NCCR)-LIVE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럽 14개국에 거주하는 50~96세 사이의 남녀 2만4000명의 자료를 조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사회경제적으로 불우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힘이 약해질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 같은 위험성은 성인이 돼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해서 상쇄되지 않으며, 생후 첫 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는 것이다. 이는 어린 시절의 불평등이 ‘피부에 박힌다’는 말처럼 생물학적으로도 구체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연구팀은 어린 시절의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 기능의 조절력 저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연구는 의학저널 ‘나이와 노화’(Age and Age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이 노년기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CREDIT: UNIVERSITÉ DE GENÈVE
파지력 측정해 10세 때의 환경지표와 비교
사회적 불평등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과연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건강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제네바대 교수진으로 NCCR LIVES 연구원인 보리스 슈발(Boris Cheval) 박사와 스테판 퀼라티(Stéphane Cullati) 박사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유럽에서의 건강 및 노화와 은퇴 조사’ 자료에서 10만개의 데이터를 뽑아내 분석했다. 이 자료들은 유럽연합이 노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및 건강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수행한 12년 동안의 인구 조사다.
연구팀의 분석 자료에는 2만4179명의 참가자가 남녀 동수로 포함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손으로 물건을 움켜쥐는 파지력을 휴대용 동력계로 측정하고- 파지력은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잘 나타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를 피험자의 10세 때의 네 가지 사회경제적 지표 척도와 비교했다. 이 지표는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의 직업, 집안에서의 서적 수- 이 서적 수는 어린이의 미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지표가 됐다- 주거의 질, 방 개수와 비교한 거주자의 수 등이었다.
보리스 슈발 박사는 “연구 결과 어린 시절 가난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해 있었던 사람들은 더 나은 생활환경에서 자랐던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근력이 떨어졌다”며, “성인이 된 뒤의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건강 상의 행태(운동, 음주, 흡연, 영양)를 고려해 조정했을 때에도 관련성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특히 사회적 지위 이동의 혜택을 덜 받는 여성들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의 가난한 환경은 신체에 스트레스를 일으켜 자라서도 생리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 Pixabay
사회적 스트레스가 신체적 건강 문제로
사회 역학 연구는 종종 사회적 결정요인이 건강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에 대해 지적한다. 건강과 관련한 개인의 행동들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 그런 예의 하나다. 보리스 슈발 박사는 “우리 연구는 그런 단계를 넘어 가난한 상태에서의 삶의 시작은 직접적이고 생물학적인 영향 및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어려운 상황에 기인한 만성 스트레스로 유도되는 생리 기능의 조절 저하(physiological deregulation) 가설을 세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어린 시절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시스템의 반응을 변화시켜 특히 면역과 염증 관련 시스템 및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인들이 건강관리와 교육의 접근성 면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844~1850년 사이 익명의 덴마크 화가가 그린 노르웨인 덴마크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인을 그린 그림. CREDIT: Wikimedia Commons
건강문제에서 삶의 스트레스 환경 고려해야
마찬가지로 재정문제가 발생할 때 주요 스트레스 요인인 성인기의 가계소득 수준은 객관적인 근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스테판 퀼라티 박사는 “사회적인 문제가 신체적으로 반영돼 나타난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점증하고 있고, 따라서 개인의 건강문제를 살필 때 그의 모든 삶의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는 또 여러 나라들 사이의 주목할 만한 차이점을 나타낸다”며, “스칸디나비아인들이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과 관계 없이 건강상태가 더 좋으며, 건강관리와 교육의 접근성 면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적 빈부 격차가 적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기도 하다.
이들 연구원은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어떻게 불우했던 아동기와 노년기의 빈약한 건강 사이의 상관 관계를 완화시키고 건강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2018.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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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각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