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국악당의 내부 모습(위 사진). 무대가 객석을 향해 돌출된 형태로, 전통공연의 ‘마당’ 개념을 살렸다. 멀리 창호지를 바른 문이 보인다.
한옥으로 지은 최초의 국악전용 공연장이 서울시내 한복판에 생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공연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120여억원을 들여 남산골한옥마을 안에 지은 서울남산국악당이 21일 개관식을 열고 운영을 시작한다. 한옥형태로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연장이며, 강북의 유일한 국악전용 공연장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 국립국악원이 있지만, 건물 외관이나 내부 시설이 서양식으로 지어져 한계가 있었다.
공연장은 지하 1~2층을 털어서 만들었다. 객석은 330석 규모다. 액자형과 원형의 성격을 절충한 돌출무대로 전통공연의 마당 개념을 살린 게 특징이다. 기둥이나 서까래에 쓰인 나무는 1년 동안의 자연건조 과정을 거친 태백산 소나무다. 벽면에는 창호지 문을 인테리어로 사용해 아늑한 한옥 분위기를 살렸으며, 천장은 궁궐이나 절에서 볼 수 있는 격자형 무늬로 꾸몄다. 로비가 있는 지상 1층은 휴게실과 국악체험실로 사용할 예정이다. 시공을 맡은 이강문 삼부토건 현장소장은 “한옥에 들어온 느낌이 들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돌출무대 전통공연 마당 개념 잔향시간 1.2초 기준 맞춰
» 남산국악당의 외관. 세종문화회관 제공.
마이크 없이 육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전통공연장으로 안성맞춤이다. 공연장의 생명이랄 수 있는 적정 잔향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국악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잔향시간(객석이 비었을 때)을 1.2초 기준으로 맞췄다.
위탁운영을 맡은 세종문화회관은 요일별로 상설 레퍼토리 공연을 마련해 색다른 국악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고, 낮 시간에는 강좌 및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국악평론가 김문성씨는 “서초동 국립국악원보다 훨씬 좋은 음향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산상의 압박이 있더라도 퓨전공연으로 타협하지 말고 전통공연을 지속적으로 올려야 차별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1일부터 12월2일까지 열리는 개관축제 ‘목멱풍류’에서는 정가와 산조, 판소리, 민요, 춤 등 전통음악 장르를 골고루 접할 수 있다. 이어서 개관기념 창작공연으로 오태석 연출의 소리극 <영영사랑>과 조광화 연출의 영상소리극 <그림 손님>이 연말까지 무대에 오른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기사등록 : 2007-11-20 오후 0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