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동안 아이들과 함께 이래저래 바빴습니다. 여름 내내 한참 이어졌던 바닷물놀이를 정리하고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본가에 돌아가 열흘넘게 칩거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준이가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려고 해서 잠시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주말에 잘 움직여주었습니다.
토요일은 준이약이 거의 떨어져가는 상태라서 오전에 서둘러 제주시에 있는 병원에서 약받아오고, 제주시 나간 김에 비행기 뜨고내리는 것 보여주려 했지만 준이는 거의 보질 못합니다. 고개를 돌려 비행기 방향으로 눈길을 주어야 하는데 고개돌리기가 영 되질 않습니다.
일전에 같은 장소였던, 공항 뒷편 용담체육공원 앞 바닷가에서 보니 과거에는 주로 입도하는 비행기가 대부분이라 바다 멀리에서 공항 쪽으로 다가오는 비행기를 바라본다고 착각했는지 모릅니다. 이번에는 입도하는 비행기보다 출도하는 비행기가 대부분이라 공항 쪽에서 굉음을 내고 바로 눈 앞에서 날아가는데도 한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질 못합니다.
안구가동 문제가 결국 신체동작을 심각하게 제한해 버리는 현장을 보자 어릴 때부터 몸을 움직이게 시켜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결국 수시로 굉음을 내고 이륙하는 비행기는 한번도 쳐다보지도 못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근처로 돌아와 신천목장 올레길이라도 또 걸으며 심기일전해 봅니다.
일요일에는 작정하고 나섰다가 간만에 광치기해변에서 아쿠아플레닛까지 대략 9천보행 성공! 근 2-3일 동안 심한 바람으로 파도는 정신없이 몰아치고 시끄럽기 그지없지만 바람 덕에 대기는 투명한 가을 대기 그 자체입니다. 이렇게 다시 시작된 만보행의 물꼬를 텄으니 이제 다시 열심히 해봐야 되겠습니다.
요즘 일기는 자꾸 시간을 거슬러 가게 됩니다. 금요일에는 한성대 부총장 재임 중인 고교선배가 제주도왔다가 시간이 된다해서 간만에 선배님들과의 회동시간. 절친격인 선배까지 동행하고 온 터라 3명이서 신나는 수다여행. 비록 풍성한 말잔치이지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는 선배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어쩌다 이런 모임에서 화이팅자세까지 취하며 기념사진까지 찍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치인들까지 참여해 환영사를 날리는 작은 소모임인 제2공항정상추진위원회 기념파티에도 가보고... 이 날 이 모임에서 제주도의 역사를 짧게나마 듣고나니 제주도에 대해 이해되는 바가 큽니다. 제주라는 섬의 핍박과 소외의 역사는 천 년을 넘긴 오래된 스토리였습니다.
제2공항 부지 근처는 이미 외지인들의 땅소유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잠시 참석해보았던 그 모임의 회원들 대부분 한가닥하는 배경과 기질이 넘쳐납니다. 완벽한 오저버로 조용히 있다가 왔지만 인상적인 모임이었습니다.
이렇게 제주도에서 생활은 점점 뿌리가 넓혀지고 있고 그런 와중에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제주도에서의 일이 잘 되서 더욱 의미있는 제주살이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밤새 몰아치는 파도소리는 여전히 정겹습니다. 만보걸으며 찍어두었던 성산일출봉 근방 광치기해변의 바다모습에는 요란한 파도와 바람소리, 그리고 준이의 외계어남발소리가 섞여있습니다.
첫댓글 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시지각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정말이지 끝까지 발목을 잡는게 시지각이군요. 제가 병직이의 시지각 개선을 위해 무얼 더 해줄수 있을지 고민하고 고민하지만 참 쉽지가 않습니다.
간만의 일기 반갑게 읽습니다.
저는 본가에 있고, 때론 주말 엄마의 야외 연주가 있는 날, 장시간 활보샘 집에서 폰게임만 하는 그림이가 눈에 밟힙니다, 그림이도 시지각 문제가 남아 있는데 삶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네요.🥀🙏🏻🌻
어서 제주도로 오셔야죠. 여에님이 안계신 제주도는 허전합니다...
@황순재 남편 건강도 계속 감시 해야 하고 농사일도 만만치 않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