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 045
가족 연습
린다 몰라리 헌트 글 | 최제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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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소녀 칼리, 낯선 가정에서 가족의 사랑을 배우다!
친부모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할 때 대신 다른 가정에서 아이를 맡아 양육해 주는 ‘가정 위탁’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다 친부모의 양육 환경이 좋아지면 본래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목적인 제도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80여 년 전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족 연습》은 12살 소녀가 ‘위탁 가정’에 가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창 사춘기 여자아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따뜻한 가족의 사랑에 눈뜨면서 희망을 꿈꾸게 되는 성장 소설입니다.
도박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란 칼리는 엄마를 따라 코네티컷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 말장난과 까칠한 독설을 즐기고 세상 물정에 밝은 아이 같지만 사실 가난과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일 뿐입니다.
어느 날 새아버지의 폭력으로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기면서 칼리는 엄마와 떨어져 위탁 가정인 머피 가족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자신이 살던 환경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 그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한 칼리.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따뜻하고 헌신적인 머피 부인의 사랑과 티격태격하지만 다정한 머피 가족이 만들어 내는 평범하고도 이상적인 모습을 보면서 칼리는 자신이 이 집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거부하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머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신처럼 가족으로 인한 상처를 지닌 친구 토니를 만나면서 칼리는 점점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어느덧 꿈같은 시간이 흘러 병원에 있는 엄마가 회복하자 칼리는 엄마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오해와 애증으로 칼리는 망설입니다.
칼리의 엄마는 여느 엄마와 달랐습니다. 칼리가 처음 유치원 간 날에는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아 밤늦도록 유치원에 남아 있어야 했고, 엄마가 파티를 열 때면 화장실 욕조에 밤새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칼리가 반대한 새아버지와 결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살 칼리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였지요.
그런 엄마와 급작스럽게 이별하고 마음의 혼란을 겪는 칼리 앞에 머피 부인이 나타났습니다. 머피 부인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달콤한 사탕을 주듯 칼리에게 따뜻하고 소중한 엄마의 모습을 선물했습니다. 실수로 액자를 깨도 화를 내지 않고, 삐딱하게 굴어도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늘 다정한 눈빛으로 칼리의 뒤에서 슬픔과 외로움을 어루만져 주었지요. 항상 사랑을 갈구하며 주변 눈치를 살피느라 당돌해질 수밖에 없었던 칼리를 위로해 준 사람도 머피 부인이었습니다. 원망스럽지만 결코 끊어 버릴 수 없는 진짜 가족과 상처 입을까 두렵지만 점점 더 정이 들어가는 머피 가족 사이에서 칼리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한층 성장합니다.
《가족 연습》의 작가 린다 몰라리 헌트는 머피 가족을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혼란스러운 칼리의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립니다. 이 책은 작가의 처녀작으로, 코네티컷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태시 월든 상’을 수상할 만큼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겉모습에 치중해 섣부른 판단을 하곤 합니다.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서 말입니다. ‘위탁 아동’에 대해 우리는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까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그들을 따뜻한 눈길로 봐 주길 당부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작은 행복들이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소중한 경험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까칠하고 메마른 소녀가 따뜻한 가족애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가족 연습》. 이 책을 읽는 동안 굳게 닫아 건 마음의 문을 열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칼리를 응원하면서 가족의 사랑을 되새겨 보길 바랍니다.
수상 및 추천사
★★★ 2013 태시 월든 상 수상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칼리’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랍니다. 또한 위탁 아동을 따뜻하게 감싸며 또 다른 가족의 역할, 또 다른 부모의 역할을 해 줄 다정한 이웃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_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정필현 관장
린다 몰라리 헌트의 글은 거침없다. 《가족 연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생각해 볼 문제를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다. 첫 장에서부터 칼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칼리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_재클린 우드슨, 뉴베리 명예상 수상 작가
본문 속으로
“칼리, 넌 정말 운이 좋은 아이야.”
“지금 농담하시는 거예요?”
맥어보이 부인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글쎄.”
부인이 째깍거리는 시한폭탄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갈 곳은 아주 훌륭한 가정이란다. 아주 좋은 집이지. 그러니까 넌 운이 좋은 아이야.”
“그럼 복권이라도 한 장 사야겠네요.”
“칼리,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세상에 대고 화를 내 봤자 결국 너만 상처 입는다는 걸.”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하다고.’
맥어보이 부인은 흙빛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가늘고 키 큰 나무들이 마치 보초라도 서듯 집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우편함에는 “66”이라고 쓰여 있었다.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같은 숫자다.
맥어보이 부인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 주었다.
“아주 좋은 가족이야, 칼리.”
부인은 경고라도 하듯 내 이름을 힘주어 말했다.
“이 가족도 위탁 아동을 맡는 건 처음이고…….”
맥어보이 부인의 말이 ‘착한 아이’가 되라는 뜻인 걸 안다. 나는 접착제 바른 길을 걷는 심정으로 부인의 뒤를 따라갔다. 위탁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책에서 읽고 영화에서도 본 적이 있으니까. 시거를 피우고 아침 식사로 짭짤한 크래커를 주는 사람들…….
-14~15쪽 중에서-
“아줌마를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
머피 부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걱정이 드리웠다.
“오, 이런 칼리. 나는…….”
머피 부인의 말을 끊고 내가 끼어들었다.
“알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냥 잠깐 동안만 부르겠다는 거예요. 아줌마도 알다시피 전 돌아갈 거니까요. 게다가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엄마가 짧고 간단하잖아요. 또 제일 중요한 건 아줌마가 정말 이상적인 엄마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굳이 따지자면 대모 같다고나 할까요? 진짜 우리 엄마가 있지만 여기에 있는 동안은 아줌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떠날 때까지만요. 음…… 그만 가 볼게요.”
머피 부인의 꼭 다문 입술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나는 단두대(사형수의 목을 자르는 대-옮긴이)에 머리를 올린 기분이 들었다. 머피 부인이 팔을 뻗어 나를 잡았다. 나는 몸을 비틀어 빠져나왔다.
“우린 아주 특별한 사이야.”
“그렇게 특별하진 않아요.”
머피 부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네 말대로 하는 게 과연 너한테 좋을지 모르겠구나.”
“나쁠 것도 없잖아요.”
“너한테는 엄청난 일이야.”
-305~306쪽 중에서-
목차
1. 운이 좋은 아이
2. 첫발을 내딛다
3. 진짜 오렌지 주스
4. 하느님 계세요? 저예요, 칼리
5. 차라리 개미 똥구멍을 핥고 말지
6. 짧은 기도
7. 뒤집힌 세상
8. 아침을 깨우는 사과 주스 향
9. 분홍색 줄무늬 셔츠
10. 갓 구운 롤빵과 펭귄
11. 아수라장 행성에서 온 하이탑 걸
12. 괴짜 선생님을 만나다
13. 경찰관의 방문
14. 야구에는 눈물이 없다
15. 끼리끼리
16. 초록색 마녀
17. 생각하기조차 힘들 만큼 슬픈 일
18. 길고 긴 밤
19. 학교를 안 간 날
20. 고개를 떨어뜨린 나잘난 군
21. 머피의 법칙
22. 마시멜로 크림 샌드위치
23. 머피 가족에게도 흠이?
24. 도시락 가방
25. 머피 부인의 거창한 계획
26. 길을 잃다
27. 유체 이탈
28. 이제 그만 떠나야 해……
29. 절망적인 사과
30. 세상 끝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
31. 자신을 속이려면 자신을 믿어!
32. 도와줘서 고마워
33. 정말 가치 있는 일
34. 중력에 저항하기
35. 경기장에서 벌인 한판승!
36. 마법 같은 장면
37. 엄마와의 통화
38. 어버이날 카드
39. 먹보 책도깨비를 불러내다
40. 다리미로 주름 펴기
41. 마음 쓰지 마
42. 아낌없이 주는 나무
43. 친구의 반대말
44. 불길 속에서
45. 되살아난 기억
46. 아낌없이 사는 나무
47. 내가 둘이 될 수 있다면
48. 따뜻하게 머리를 기댈 곳
49. 누군가의 영웅
50. 위대한 첫걸음, 가슴 아픈 마지막 걸음
옮긴이의 말
추천사
지은이 소개
글 린다 몰라리 헌트
전직 교사이자, FPSP(Future Problem Solving Program)에서 시나리오 집필 코치로 활 동해 왔습니다. 또한 어린이책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작가 수련회를 열고 있습니 다.《가족 연습》은 데뷔작이며, 코네티컷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태 시 월든 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코네티컷에서 남편과 두 아이, 극성맞은 개 비글, 비 글을 싫어하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옮김 최제니
명지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분자 유전 연구원으로 일하였으며, 3년간 어린이 영어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번역 전문 회사 unj에서 어린이 동화책 번역 담당 팀장으로 근무하며 많은 번역을 하였고, 지금은 동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프린세스 엠마》《나의 마음을 들어 줘》《동물들의 진화 이야기》《엄마 아빠를 바꿔 주는 가게》《이중인격》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