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호남 운동권' 강기정도 공천 배제… 김종인 '光州 도박'

[인천.김영준]

"햇볕정책, 北핵보유 전엔 유효했지만 지금은 진일보해야"… 
DJ 정치적 고향서 '상징 정책' 정면 거론

더민주 光州 현역 중 탈당 안한 '운동권 출신' 강기정 공천 배제
양향자 前삼성전자 상무 등 물망 
金측 "이대론 국민의黨에 필패… 과감한 변화만이 호남 잡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25일 광주(光州)를 찾아 '햇볕정책의 현대화' 내용이 포함된 '광주 선언'을 발표했다. 더민주는 김 대표 광주 방문에 맞춰 3선의 강기정 의원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과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 지역구인 서구을 2곳을 전략 공천 지역으로 발표했다. 사실상 강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면 대결해야 하는 광주에 김 대표가 도박(賭博)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햇볕정책 현대화' 다시 밝혀

김 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광주 선언'을 발표하며 호남에 구애(求愛)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언급만 하면 논란이 되는 '햇볕정책'을 다시 거론했다. 광주는 전국 어디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깊고, 햇볕정책은 DJ의 상징과도 같은 정책이다. 그런데도 그는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 정책이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의 대북 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통일은 내밀한 역사적 순간, 새벽처럼 다가올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전에도 '북한 궤멸'과 햇볕정책 '보완' 언급으로 국민의당과 야권 원로들에게 '정체성' 공격을 받았다. 당장 국민의당은 김재두 대변인 논평을 통해 "광주에서 햇볕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광주 선언'을 채택한 것으로 광주 시민들이 착각할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5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광주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 관행은 끊어내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논란이 제기되자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최근 북한 사정은 과거 우리가 햇볕정책을 추진했을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북한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것(햇볕정책)을 현재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이용하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 세력과 과거 관행은 단호하게 끊어내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를 언급하는 등 야권의 '금기(禁忌)'를 자주 건드리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체적 방향을 제시해 작성됐고, 초안이 나온 뒤로도 직접 여러 번 수정했다"고 말했다.

◇잔류 강경파까지 공천 탈락 위기

필리버스터 도중에… 울어버린 강기정 -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발언 도중 울고 있다. 강 의원 지역구가 이날 전략공천지역이 되면서, 그는 사실상 공천 탈락 대상이 됐다. /뉴시스

광주 인적 쇄신에도 발동을 걸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천정배 대표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과 강기정 의원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 전략 공천 추진 사실을 밝히면서 "서을은 더민주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고, 북갑은 여러 가지를 검토했는데 경쟁력이 많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야당 관계자는 "강기정 의원의 공천 배제를 의미하는 전략 공천 발표는 김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3선의 강 의원은 광주 현역 의원 8명 중 6명이 탈당할 때도 잔류한 대표적 주류(主流) 강경파였다. 전남대 운동권 출신인 강 의원은 국회 몸싸움이나 장외투쟁에서 가장 앞장서 왔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평가가 크게 엇갈려왔다. 대표적 486 정치인의 퇴출을 두고 야당 내에서는 "운동권 출신 청산의 시작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더민주 관계자는 "국민의당 후보와 여론조사를 해보니 강 의원이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시스템 공천으로만 승리할 수 있다"며 전략 공천에 반발했다. 더민주는 강 의원 지역구에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전날 현역 의원 10명 공천 배제에 이어 또 한 번 동요했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현상 유지로는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감한 변화를 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김 대표가 '집토끼'(광주)를 잡으려 한다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