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내고 필라테스 자격증 땄는데...‘민간자격증’ 기관 폐업하면 무용지물
작년 말 기준 국내 민간자격 종목 총 5만1614개
필라테스·요가 강사 자격증만 총 2200개 넘어
강사 자격 응시율 3~4% 그쳐…올해 10곳 폐업
발급 기관 폐업하면 자격증 증명해줄 곳 없어
김양혁 기자
입력 2024.01.08 16:31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8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업체 강사가 필라테스 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8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업체 강사가 필라테스 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경기도 부천에서 필라테스와 요가 강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민간 단체 대표 박모씨는 이달 초 운영 악화로 자격증 발급 기관 등록폐지를 신고했다. 2019년 민간자격 등록 기관으로 인정 받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와 맞물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이로 인해 과거 이곳에서 내준 강사 자격증을 증명해 줄 곳은 사라진다.
우후죽순 늘어난 민간자격 발급 기관·단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으면서 운영 기간 내줬던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8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민간자격 종목은 총 5만1614개로 집계됐다. 이는 개인과 법인 등 기관 1만4363곳이 발급한 것이다.
민간자격은 개인이나 법인, 단체가 신설해 관리·운영하는 자격을 의미한다. 사업자등록증, 평생교육시설 신고증 등 교육과정 운영 가능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등록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건강·안전 및 국방에 직결되는 분야 등 정부가 금지하는 분야가 아니면 통상 3개월 내 민간자격 등록이 이뤄진다고 한다.
문턱이 낮은 만큼 해마다 6000개 안팎의 민간자격이 등록되고 있다. 최근 5년 추이를 보면 ▲2019년 6889개 ▲2020년 6079개 ▲2021년 6056개 ▲2022년 5572개 ▲2023년 6176개 종목이 새로 등록됐다.
반대로 폐지되는 종목도 매년 2000개 안팎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2121개 종목이 폐지됐다. 앞서 2022년에도 2270개로 집계됐다. 직업능력연구원 관계자는 “민간 자격 운영체에서 폐지 신고를 하면 소관 부처와 협의를 거쳐 공고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폐지 신고는 사유는 자격증 수요가 적어 단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폐업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센터에서 요가 강의를 진행 중인 모습. /한국마사회
문화센터에서 요가 강의를 진행 중인 모습. /한국마사회
우후죽순으로 늘었다가 사라지는 대표적인 민간자격은 필라테스와 요가 강사 자격증이다. 이날 기준 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은 1245개, 요가는 1015개다.
필라테스는 체형관리 등 목적부터 매트·기구와 같은 사용 도구, 어린이, 임산부, 어르신 등 연령대별 필라테스 강사로 자격증을 세분화했다. 요가도 마찬가지다. 도구와 연령대별로 다양한 자격증이 민간 자격으로 등록돼 있다.
자격증은 늘었는데 자격증을 따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필라테스 강사의 경우 전체 1245개 가운데 4.66%(58개)만 응시자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20개가량은 응시자 수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요가 강사 자격증도 마찬가지다. 1015개 중 31개(3.05%)만 응시자가 있었다. 응시자가 100명이 넘는 곳은 단 1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대부분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0명이 채 되지 않는 곳도 수두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가 수강료를 내고 취득한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격증을 내준 기관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했기 때문이다. 필라테스의 경우 강사 자격 취득을 위해 1주에 수십만원, 10주 단위로는 500만원까지 수강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일만 해도 필라테스와 요가 강사 자격증을 내주는 업체 10곳이 등록폐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직업능력연구원 관계자는 “민간 자격증 취득 기관이 폐업할 경우 취업 과정에서 자격증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효력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격증 등록폐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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