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게 있어서 파나마운하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군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다. 만일 파나마운하가 없다면 미국의 태평양함대와 대서양함대는 분리가 되어 해상 전투력이 반토막이 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은 파나마운하가 처음 개통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1898년 2월 15일 스페인의 식민지였지만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식민지였던 쿠바의 아바나 항에 정박되어 있던 미 해군 전함 메인호에서 원인 모를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침몰해 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아직까지도 폭발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했다. 민약 스페인과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과 카리브해의 쿠바에서 교전이 발발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은 대서양해역의 해군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태평양 연안에서 작전 중이던 전함 오리건호에게 카리브해역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한다. 1898년 3월 6일 태평양의 항구 시애틀을 출항한 오리건호는 파나마운하가 개통 전이라 저 멀리 남미대륙의 끝에 있는 마젤란해협을 돌아 평균 12노트의 속력으로 66일 동안 15,000마일을 항해한 후 5월 18일에 서인도해역에 도착한다. 오리건호의 항해기간 중인 4월 21일 미국이 스페인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미-스페인전쟁이 발발했다. 오리건호는 전쟁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전쟁은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스페인으로부터 괌과 푸에르토리코를 할양받고 필리핀을 식민지로 획득한다. 20세기 직전 일어난 미국-스페인전쟁은 20세기 신생 강대국 미국의 부상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미국이 앞으로 팽창주의적인 외교 전략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전쟁이었다.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할 무렵 해군 차관보였던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던 사람으로 미국의 미래는 유럽에 면한 대서양보다 일본, 중국에 면한 태평양에서 미국이 어떤 입지를 차지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1902년 42살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미국 대통령이 된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취임하자마자 프랑스가 공사하다가 난관에 봉착해 공사가 중단된 파나마운하 사업권을 4000만 달러에 프랑스로부터 매입한 후 파나마운하를 건설한다. 파나마운하가 없는 지금 상태라면 미 해군의 태평양과 대서양에 배치되어 있는 전력이 연계하기에 불가능하거나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한반도의 남해를 자유롭게 항해하기 불가능해서 서해안의 해군전력과 동해안의 해군전력이 따로 노는 북한의 상황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