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1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반영억 신부 복음; 루카11,29-32 <이 세대는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때에 29 군중이 점점 더 모여들자 예수님께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30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 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31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 사람들과 함께 되살아나 이 세대 사람들을 단죄할 것이다.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끝 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32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말씀 안에 머물러라」 감곡 매괴성모순례지 성당에는 성당 제단 위쪽에 성모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6,25전쟁 때 인민군으로부터 총탄을 7발이나 맞고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난 받으신 성모님, 기적의 성모님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분이 성모님 앞에서 기도 하여 치유를 받았기에 치유의 어머니라고도 합니다. 저는 성모님 앞에서 미사를 봉헌해 왔고 기도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떠나면 성모님의 형상이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고 기도하며 성모님의 모습이 떠오르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하느님, 제발 어머니를 보여 주십시오.”하고 기도했는데 너무도 짧은 순간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야말로 찰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한 번만 더요!”했습니다. 찬란한 빛을 비추시는 성모님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다시 한번 만요!” 하고 말했습니다. 다시 보여주시며 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표징을 요구하지 마라. 말씀 안에 머물러라.” 감각적인 표징을 요구하며 살았던 저의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흔들비쭉입니다.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얻으면 여한이 없을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루고 나면 언제 그랬는가 싶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한번 깨우침을 얻었다든지 소망을 이루었으면 그 감사함을 오래도록 지켜야 하는데 마음 같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다녔는데 그들이 예수님의 진면목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른 것이 아니라 기적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 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루카11,29). 하고 말씀하시며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귀를 막고 있는 사람에게는 천둥 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아무리 표징을 보여줘도 마음을 닫아건 사람에게는 쓸모가 없습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옛 말이 있습니다.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고 딴 곳에만 마음을 둔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군중이 그랬습니다. 참된 신앙과 회개에는 무관심한 채 표징에만 관심을 두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통하여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고 당신의 권능을 일깨워 주심으로써 새 삶으로 인도하려 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에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표징을 일으킬 수가 없으셨습니다. 오늘도 다르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미사참례를 하여 성체를 모시면서도 주님의 삶을 살기를 다짐하기보다는 이상한 현상이나 신비로운 표징에 더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우리를 위한 생명의 양식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모실 수 있다는 것이 표징 중의 표징이요, 기적중의 기적이지만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모두를 주시지만 우리는 그저 밀떡 하나 받아먹는 것으로 만족하니 주님의 역사하심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믿음으로 준비하지 않은 나를 보지 못하고 더 큰 것을 요구하기에 급급해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기적을 쫓기보다 내 삶의 자리를 표징의 자리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을 영성체를 통해 모실 수 있음을 기뻐하며 우리도 주님처럼 이웃을 위한 빵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빵을 먹을 때마다 생명의 양식이 되신 주님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날 되시길 바랍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 :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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