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은혜 (양곤서신-189호 200427)
사람은 대개 한 가지 악기 정도는 다룰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 가지도 제대로 다루는 악기가 없지만, 하모니카는 즐겨 부르고 있습니다. 어릴 적 동네 형이 악보도 없이 하모니카를 잘 불기에, 저도 하모니카에 관심을 가지고 혼자 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는 하모니카는 오직 한 가지, C-key 하모니카였습니다. 다른 key 하모니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C-key 하나로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에서 올해 8월로 예정된 Joy Concert(매년 실시하는 음악회)에 제가 하모니카를 연주하도록 예정되어 있어, 작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조이콘서트의 총괄 담당자는 신학교에서 함께 동역하시는 최OO 선교사님이신데, 작년에 했던 플릇 순서대신 올해는 하모니카를 해보시자고 해서, 제가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달 귀국하자말자 C-key, G-key, Am-key 3가지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지금 미얀마에 있는 C-key 하모니카가 오래되어 C-key 하모니카 하나를 새것으로 먼저 구입하였습니다. 나머지 2개를 새것으로 구입하려니 비용도 만만찮고 해서,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하모니카를 사게 되었습니다. 중고지만 거의 새거나 마찬가지인 물건이었습니다. 하모니카 은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역현황에서 계속)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후원교회들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과 양곤서신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쉽사리 끝나지 않고, 3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서신을 쓰고 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281만 명이 감염되었고, 이중 사망자가 무려 20만 명이나 되네요. 그리고 대륙을 가리지 않고 아직도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목사이자 선교사로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의존적인 존재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을 의지해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죠.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인간은 하나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요, 더 나아가서 인간이 우주만물의 주인인양 행동하고 있습니다. 에덴의 반란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하며, 하늘로 치솟던 인간의 교만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인류역사 속에서 하나의 사건일 뿐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고 없어져 버릴 것이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인류는 다시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 가족근황. 저와 아내는 전북 김제에 주로 머물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려 해도 아직까지 좀 조심스러운 데가 있어, 일부 사람들만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희는 전남 보성으로 가서 김OO목사님 내외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그 날 저녁에는 전남 강진에서 목회하시는 김OO목사님 사택에서 1박하며 섬김을 받고 좋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요일에는 광주에서 모처럼 신대원 동기목사님 부부를 만나 점심을 함께 하며 즐거운 재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가 김제에서 생활한지가 어느덧 한 달이 넘었고, 평안한 농촌생활에 익숙해져감에 따라 미얀마에서의 힘든 시기를 잊어버린 듯 살고 있는 게 왠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제게는 올해 말 미얀마 우리 신학교에서 개설 예정인 목회신학석사(M. Div.) 과정에서 가르칠 방문교수님들을 섭외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5월 말 미얀마로 돌아가기 전까지 만나기로 계획한 분들을 모두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세 자녀 각자 따로 따로 지내고 있지만, 감사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바울이와 동우가 계속 일하고 있다는 것과, 하경이도 2군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비록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대학 마지막 학기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사역현황. 하모니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갑니다. 저와 아내는 어제 오후 당근마켓을 통해 전주에서 하모니카를 팔 분을 만났습니다. 개당 6만원이 넘는 하모니카인데, 2개(G-key, G#-key) 합쳐 5만원만 받으시겠다고 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5만원을 드리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은 60대 초반의 권사님이셨고, 저희도 선교사라고 신분을 밝혔습니다. 권사님은 Am-key 하모니카도 가지고 나오셨는데, 제가 선교사라는 것과 Am-key 하모니카를 원한다는 것을 아시고, 그것도 덤으로 주셨습니다. 권사님은 하모니카를 배우시려고 key 별로 여러 개의 하모니카를 한꺼번에 구입하셨는데, 배우기가 어려워 몇 개를 처분하려고 하셨답니다. 사실 하모니카를 처음 배우려는 분은 저렴한 연습용 C-key 하모니카 하나로 먼저 시작하면 되는데, 처음부터 왕창 사신 것이죠. 아무튼 저는 5만원으로 거의 20만원에 상당하는 하모니카 3개를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필요했던 G-key와 Am-key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면서 권사님은 저와 아내에게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도 사주셨습니다. 저는 권사님에게 얼마나 고마운 마음을 가졌는지 모릅니다. 마침 저희가 만난 곳이 한적한 놀이터라, 감사한 마음으로 권사님을 위해 셋이서 함께 감사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거래를 끝내고 권사님과 헤어진 후, 차에 시동을 걸고 김제로 막 출발하려는데, 헤어진 권사님으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급히 저희에게 오시더니 조금 전 받았던 5만원을 도로 내놓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이게 웬일인가 싶어 5만원을 도로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잠시지만 5만원을 두고 권사님과 저희들 간에 서로 옥신각신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권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5만원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이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선교도 하는데, 선교사님에게 돈을 받을 수 없지” 그래서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 급히 오셔서 5만원을 도로 내어 놓으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권사님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지만, 권사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권사님의 마음은 분명 성령님께서 주신 마음이었고, 그 순간 선교사를 돕는 일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죠. 권사님은 또한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 지체 없이 행동으로 옮기셨던 것입니다. 저는 처음 만난, 그것도 거래로 만난, 생면부지의 저희들에게 친절을 베푸신 권사님의 마음과 행동에 너무나 고마웠고, 이 일로 하나님께 큰 영광을 돌렸습니다.
저는 이 일로 인해 몇 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1) 비록 이 일이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권사님의 섬김이 권사님과 저희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2) 거래로 끝나버릴 만남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게 되고, 또 다음의 만남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또 하나의 관계가 형성되게 된 셈입니다. 새로운 사람 한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3) 사람과의 만남이 우연인 것처럼 보이지만,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함께 이룰 수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헌신해주신 권사님께 감사를 드리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제 이번 달 서신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200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현재까지 189회) 양곤서신을 쓰면서 특정교회나 특정인에게 감사한 내용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유는 제게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베풀어주시기 때문에 특정해서 감사를 표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모니카의 은혜는 하나의 사례이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점 이해해 주시고, 저희는 여러분 모두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교사역에 매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선교에 최선을 다하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께서 늘 함께 해주시고, 복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김제에서 손한락(안미숙)선교사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School of Theology, MRPST)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복음전파에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Churches, MRPC) 산하 47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2020년에도 5개 교회가 더 개척될 수 있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특히 2020년 12월에 M. Div. 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아울러 국적을 초월하여 많은 우수한 교수들이 준비될 수 있도록. (연중 동일).
4. 우리 신학교가 아세아신학협회(ATA)의 인준신학교가 되기 위해. 가입조건들을 잘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연중 동일).
5.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종합관 건축허가가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M. Div. 과정 교실 확보, 도서관 확충, 행정실 및 교수연구실 확보와 연결되어 있는 사안입니다.
6. 코로나-19가 속히 종식되어 6월 초에 제2학기 개강이 예정대로 시작될 수 있도록. 아울러 방학기간 중에 교수와 학생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난달에 이어)
7. 제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만나기로 예정된 방문교수들을 만나 M. Div. 과정 개설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8. 작성 중인 박사학위 (Ph. D.) 논문이 5월까지 끝날 수 있도록.
9. 5월 말, 늦어도 6월 초에는 신규비자를 받고 미얀마로 복귀할 수 있도록. 미얀마 정부는 5월 15일까지 모든 상업용 비행기의 이착륙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후 이러한 조치들이 완화되어 저희가 입국할 수 있도록.
10. 가족의 건강과, 코로나-19로 인해 바울, 동우, 하경이의 직장과 학업에 어려움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