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 와중에도(제가 이런 말을 쓰는 것은 바쁘다는 뜻이 숨어있답니다.) 제 '꽃 가꾸기'에 대한 얘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언뜻 듣기엔 제 자랑 같지만('자랑'이 맞긴 한 것 같은데...),
제가 지금 자랑하려는 생각은 아닌데, 제 현실을 가감없이 여러분께 말씀드리고는 싶어서,
'그 와중에도'란 말이 나왔고, 이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 여기 봉화에 살면서 꽃밭을 만들어놓았잖습니까?
제 딴에는 정성을 들여서 해놓았던 일인데요,
제가 여기에 머물게 될 4개월 동안, 어쨌든 가을꽃을 보기 위해, 그 중 '코스모스'씨앗도 뿌려놓았었는데요,
이미 싹을 틔워... 이젠 본잎도 제법(손마디 정도는 되게) 커가고 있답니다.
근데요, 이 매마른 땅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린 뒤 물을 주자, 그 2-3일 후에 노르스름한 새싹이 나왔는데,
며칠을 지내면서 보니, 그 코스모스 밭(일부분)에 '다른 꽃'이 섞여 싹을 틔우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래 사진을 보면, 이파리가 넓적한 '나팔꽃' 종륜데요,
아무튼 코스모스 사이에서 두 포기의 '나팔꽃'이, 역시 싹을 틔우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나팔꽃'이란 식물과는 무관한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제가 서울 공릉동 아파트(내자리)에 살면서,
2000년 초반 몇 년 동안을, 베란다에서 나팔꽃을 키워... (그러면서 '산티아고 가는 길'로 떠나는 등...)
저에겐 '나팔꽃'으로 인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겨났고,
그게 제 '홈페이지'에 숱한 이야기로 실려나갔으며, 그로 인한 그림들도 상당히 많이(연작으로) 그려냈던 건 물론,
'화가와 아파트의 나팔꽃'이란 어줍은, 소설이랍시고 써냈던 사람인지라......
https://youtu.be/7gpjyX-TI9U ('화가와 아파트의 나팔꽃' 동영상)
이 나이가 돼서도, 더구나 이런 산골에 와서 지내면서도,
코스모스 사이에서 나고 있는 '나팔꽃'을, 잡초취급하면서 뽑아버릴 수는 없겠드라구요.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을 것 같아,
그러면서는 또,
'따로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미쳐,
실행에 옮기기까지 합니다.
그러니까 전혀 제 계획에 있던 일은 아닌데,
가을꽃을 보겠다고 심었던 코스모스 사이에 난 '나팔꽃'을, 엉겁결에 또 다시 키우게 되었다는 겁니다.
(별 건 아닌데요, 그래도 그러고 싶어서요.)
그러니, 제가 가지고 있던 빈 스티로폼 상자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아래)
굳이 제가 설명하는 대신, 사진으로 그 과정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그렇게 나팔꽃 두 포기를 심어,
일단 제 숙소 창문 밖에 놓아두었습니다.
집안에서도 바라볼 수 있게요.
정말, 어떤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된 거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니까요.
그렇지만 어쨌거나, 일이 그렇게 된 이상... '나팔꽃'도 여기 '봉화 산골 기행'의 한 목록(?)에 포함이 된 것이기도 하겠네요.
제 '관심사'의 영역으로 들어온 꼴이니까요.
코스모스와 함께 난 싹이니, 꽃도 비슷하게 필지(?)도 모르구요......
그렇게 뜻하지 않게 '나팔꽃'도 심어둔 편입니다.
근데요,
여기 봉화에 와서 제가 요즘, 갑자기 '산 그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여기가 '산골'이라서요.
그리고 제가 요즘, 이 산골을 연구한답시고(?) 자전거를 타고, 이 골짝 저 골짝을 돌아다니고도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산풍경만 보면,
"아!" 하고 혼자 감탄하고 감동하고... 그런데,
어차피 여기는 자연과도 밀접한 곳이기도 현실이기도 하니,
갑자기 '꽃 그림'도 그리고 싶어지더라구요.
그건 여기에 오자마자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아직도 완성을 못한 '연꽃' 그림이 있고(시작만 해놓은 상태),
근데요,
요즘, 여기 교육장을 오가느라 보면, 숙소 앞 대단위 주차장 경계 잔디밭에,
웬 '상사화' 무더기가 피어나고 있드라구요. (아래)
누가 일부러 그렇게 심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 흙 중에 뿌리가 섞여 있었던지......
상사화 대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소리도 없이, 봐주는 사람도 없이... 그 주차장에 뎅그러니 한 무더기의 상사화가 피어 있는데,
교육장에 오가면서는,
'어쩐지 그려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요,
많이는 힘들고, 저 중에서 한 송이만 살짝(?) 꺾어다가 플라스틱 잔에다가라도 꽃아놓은 채,
'꽃 그림'을 그리고도 싶답니다.
오죽하면 사진까지 찍어두었겠습니까? 그런 욕망의 소치였던 거지요......
근데요, 제가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건,
제가 그림을 그리겠답시고, 저 꽃을 꺾어올 수가 없어서랍니다.
제가 보기엔,
아무도(?) 저 꽃들을 봐주지 않는데,(왜냐면 너른 주차장 한 쪽에 피어 있는데다, 많은 차량들이 오가는 곳도 아니어서, 관심을 주는 사람도 없어 보이니까요.)
그냥 모른 척 한 가지만 꺾어다가(가위로 싹둑 베어오면 될 것 같은데),
방 안에 두고... 천천히 그리고 싶은데...... (마음은 굴뚝같은데......)
꽃대를 싹둑 잘라오지를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냥 시들겠지요......)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