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내젓다 잠이 깬다, 속삭임처럼
가만가만 흔드는 빗소리
여름의 끝자락에 묻어 온 잠결의 나라
바닷물이 저만치 밀려 나가 개펄을 드러내는지
부력을 잃은 폐선 한 척
의식의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내 해변으로 몰려와 닻이 되는 비,
그런 정박은 먹구름에게 이마를 짚인 듯
베갯머리가 후줄근해져 깨어나기도 하지
여러 번 작별하지만
머리맡에 다시 쪼그려 앉는 비,
그는 내 잠 속에 오래 머물렀을까?
무슨 말을 하려는데 말문이 열리지 않으니
정말 비가 내렸을까?
아무일 없다며 흐느끼는 그 속을 다 헤아릴 수 없지
빗줄기를 타고 꿈결 저쪽으로 갔으니
돌아올 수 있을까, 막막하다
[오늘은 진행이 빠르다], 문학과지성사, 2023.
첫댓글 베갯머리를 배갯머리라고 표현한 것은 출판사의 오류일까요.
'아무일 없다며 흐느끼는 그 속을 다 헤아릴 수 없는 없지' 이 문장도 출판사의 오류가 아닐까요?
뒤늦게 수정하는 거 죄송합니다^^* joofe님, 그리고 시사랑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