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속 手續
정우신
버드나무는 냇가 근처에서 자라고
햇살은 나의 그림자를
액자처럼 들고 서 있다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들이 흔들린다
우유는 자주 상하고
이불은 낡아가는데
나는 당신의 실내화를 신고
시간의 뒤꿈치로
발을 뻗어본다
물로 만들어진 창문
고개를 내밀면
아른거리는 소독약
눈발들
떨어뜨린 사물을 다시
주울 수 없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더라
사물의 이름을 하나 둘 잊어버리고
모든 것이
노래가 되던 나날들
마법처럼
링거줄을 따라
물 밖으로 나오면
입안이
뽀글뽀글
당신의 머리카락에 묻은 흙이나
쇳가루를 털다 보면
나는 애벌레도 아니고
당근도 아닌데
당나귀 꼬리에서
흔들리고 있는
시간의 끝자락
나는 당신이 들어있는
나무 상자를 들고
냇가를 빙빙 돈다
소금쟁이가
그림자를 엮으며
이리저리
튀고 있다
-―계간 《포엠피플》 (2024년 여름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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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수속 手續 / 정우신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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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0 09:3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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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액자라면 이대로 벽에 걸어두고 싶네요.
뭔가 가슴 깊숙히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