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꽉 막힌 결말이 있기는 할까요
저는 가끔 행방불명이 되고 싶습니다
짧게 써야겠지요 선생님
영원히 살아 있는 채로 있고만 싶어요
하지만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떠올리고 다정과 다정에 따른 가능성 같은 것을 생각합니다
저는 죽어도 선생이 되지 못할 모양이지만
선생님은 영원히 선생님 선생님이 원하지 않아도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스승으로 둔 제자로서
오늘 아침을 맞습니다
글은 어째서 자기 전에만 찾아오는지
선생님은 아십니까 늘 예언의 지점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너무 늦되고
게으르고
사랑을 모르고
헛된 소리만 늘어놓습니다
그 헛된 소리가 모여 피지 같은 죄의식을 만들지만
선생님 선생님
늘 일말의 다정함 무의식적인 친절들이
저에게 들어와 뼈와 살이 되고
이제는 없는 장기들 대신에 몸에 들러붙어 기능합니다
그러니까 가끔 내 장기가 뛰고 있는 걸 의식하는 것처럼
가끔 선생님을 떠올리고
친절에 답하지 못했던 것 같아 슬퍼집니다
내 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마음 또한 그러니까
짧게 써야겠지요 선생님
그걸 못해서 이 모양입니다 이상하게 결론 내려는 것 같 지만
저는 행방불명이 되고 싶습니다
애타는 가족들 뒤로한 채
이기적으로 영생하고 싶습니다
그 영생의 에너지원
비확정의 책임에 당신도 들어 있으므로
선생님은 선생님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호칭인지요
-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2024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