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오해라는 잼이다
박소미
부사가 사과일 때
마른장마는 잠시 주춤한다
사과의 둘레를 꼭짓점으로 연결하면
빈 의자에는 찰방이는 빗소리가 고이고
인중이 짧은 가을이 온다
새소리 보다 소나기가 변명과 엉킨다
가지에서 갈라지는 과수원은 짧고 탱탱하다
창문은 은근하게 다뤄야 할 거품
크기를 치대면 뭉개지고 위치를 졸이면 수척하다
상황이 태도를 흔들지 못할 때
풋사과는 막다른 골목 이었다
달빛에 그림자를 태우는 고양이수염이 빳빳하다
유리병 속 검붉은 어제를 밀봉하기 전
한소끔 가라앉은 침묵 한 스푼 떠냈더니
여우비에 씻긴 과수원 팻말이 선명하다
사과 잇자국은 이해가 아니다
오후 4시에 잼은 내가 용서하는 나를
닫아걸 가을이다
고양이는 침대 밑에서 잠이 들었다
잼은 격랑이 경량으로 눅진해진 사과다
*202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목포문학상 본상, 김포문학상 우수상.
반딧불이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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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사과는 오해라는 잼이다 / 박소미
낙엽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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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1 06:0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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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상큼한 사과맛이 떠올라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사과맛 같은 시입니다.
사과는 늘 맛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