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제.....
며칠전 며느리가 왔다.
한참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나를 끌고 구석진 데로 가더니만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 엄마 ! 부탁이 하나 있는데 꼭 들어주셔야 해요 "
가슴이 덜컹! 무슨 얘기를 할려고 얘가 이리 분위기를 잡나? 싶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래 , 무슨 부탁인지 말해 봐 " 두근두근 ~~
며느리 왈,
"엄마, 이제부터 다이소 물건들 사지 마세요.
저하고 약속해요 , 다시 사지않겠다고,,,"
하고 손가락을 내민다.
ㅋㅋ 잠깐, 겁(?)먹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도 모르게 푸하~ 웃음이 나왔다.
괜히 약간 무안한 건 또 뭔 마음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한 부탁이 기껏 다이소물건 사지말라니...ㅋㅋ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던 말인데
시어머니라서 이제껏 참았었나비여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 다이소 물건이 많긴 하더라구
살 때는 쓸데가 있는거 같아서 샀는데
얼마 쓰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버리게 되는게 다이소 물건이라
재질도 건강에 좋을게 하나 없으니까
하나를 사도 옳은 물건을 사라는 말이렸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라
찍 소리도 못하고 한방 제대로 먹었단다.
다이소가 하필이면 집 근처 버스정류장 바로 앞이라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심심하면 들러서 구경하는 맛도 재미지고
둘러보면 이것 저것 쓸만한 게 자꾸 눈에 띄여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싸니까
사다보면 서너가지는 훌쩍 넘기기 일수,
이것도 버릇인기라 ㅎㅎ
그냥 지나칠려면 웬지 섭섭하고 들어가면 또 사게 되고...
그리하야 드디어
다이소 출입금지 통보를 받게 되었으니
그것도 며느님 한테서 ㅎㅎㅎ
사다 나른 나도 다시보니 허접한게 이리 많은데
젊은 며느리 눈에는 얼마나 많이 보였겠나?
친정엄마 같았으면
벌~~써 애저녁에 금지 통보를 했겠지.
시 엄니라 많이 참았다가
그냥 두면 다이소 하나를 차릴 기세니까
삐칠지도 모르는 위험 부담을 안고
조심스레 부탁을 한 거 였겠지.
내가 한 짓이 있는데 내가 삐지겠어?
까짓꺼 , 그정도 약속이라면 백번이라도 하지 ㅋㅋ
" 알았어 알았어 다시 안살께 걱정 마셩"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복사까지 해줬지.
잘 지켜 질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급하게 꼬랑지를 내렸다네.
5월로 들어서면
신경 쓸 날짜에 돈 쓸 일도 많아
이군데 저군데 지갑도 몸도 마음도 바쁜게
특히 오월의 젊은사람들인데
우리집도 이번 달은 5월 첫날부터 시작이라.
내 생일날 아침 !
옛날에는 환갑진갑 다 지나면
생일이 되어도 미역국은 끓이지 않아도 된다는
옛어른들 말씀이 생각나서 그냥 미역국은 생략 했고
영감 한테는 미리 앞당겨서 엎드려 절받기 선물 챙겼으니
날짜만 생일이지
너무도 평범한 하루를 한가롭게 보내고 있는데
점심때가 지나도록
아들한테서 아무 기별도 없이 깜깜 무소식 ,
아무리 신경을 쓰지 말라고 했다 치더라도,,
"이놈 봐라~' 괘씸해 질려고 하던차에 전화가 왔다.
" 생신 축하 미리 안해서 삐지셨남 ? 목소리가 왜 그래 ? "
하고 너스레를 떤다.
" 엄마의 착한 며느님 께서
이번 생신과 어머이날 선물로
붙박이 장을 해 드리자고 통큰 제안을 해서 그러기로 했다고 ...
" 깜작이야 뜬금없이 웬 붙박이장 ? "
우리집 안방엔 우리 부부 시작과 함께
40년 훨씬 넘겨 동거한 장농이 있다.
나 시집 올 때 같이 온 장농인데
그 시절엔 제법 신경을 쓴다고 쓰서
그 당시 유행 했던 썬 퍼니처가구
흑경 달린 12자 짜리 장농을 맞췄는데
긴 세월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며 다녔는데도
얼마나 튼튼한지 지금도 멀쩡,
내가보기에는 인테리어상으로도 유행도 안타서
구식이라 생각않고 아직까지도 전혀 불편함 없이 잘 쓰고 있는데
그 장농을 왜 갑자기 바꿔주겠다는건지?
내일 한샘 메니저 갈꺼니까 견본 보시고
디자인은 엄마 마음에 드는것 고르면 된다고
" 멀쩡한 장농을 니들 맘데로 왜 바꿔 ?"
"엄마가 보시기에 그 농이 멀쩡해 보여? ㅎㅎㅎ"
정말 어이없다는듯
아들의 크게 웃는 소리가
약간 기분이 좋지않게 들리는건 내 기분 탓일까?
" 응, 이제는 우리맘데로 할꺼야 그러는게 맞어
엄마하고 의논하면 누군가 하나는 삐지니
그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맘데로 결정 했다" 고
아주 당당하게 통보를 한다.
농담을 하는것처럼 하는데 할 말은 다하는 아들 말 속에
"이제 우리시대는 갔구나~~ "
갑자기 밀려오는 이 허탈감,
그래도 기분좋은 허탈함이라고 해두자
그러고 보니 우리집 살림은
온 집안이 골동품화 된 지는 벌써 오래다.
특히 영감이 쓰는방엔
그 옛날 전축부터 녹음기들
각가지 구닥다리 전자제품들을 잔득 쌓아놓고
버리지를 못하고 끼고 사니
정신이 온통 사나워서 원,
버리자고 하면 손 떼 묻은 사연 주저리 주저리 읊으며
소중소중 해 하고있다.
게다가 할머니 시집올 때 해 오셨다는
150년된 반다지에 문갑에 버선궤까지 ...
거기다가 평균 3~40년은 기본인 영감의 옴두가지 소품들,
버려도 자기가 골라서 버린다고
손도 대지 말라하는 판에
갑자기 그 큰 장농을 버리라니..
울영감 이 소식 듣더니 "쓸데없는 소리!" 라며
아예 농담으로 받아들여
더 이상 나는 말도 제대로 못꺼냈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고
영감의 치명적인 약접인 子情을 이용한 아들의 설득으로
드디어 허락이 났어 ㅎㅎ
그렇게 아들에겐 허락을 해놓고도
나한테는 계속 궁시렁 궁시렁 짜증을 자꾸 내길래
" 여보시오 영감! 이제 우리시대는 갔네요
정신 차리세요"
라고 소리 쳤다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언젠가 부터
애들 말데로 따라주는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는걸
난 벌써 터득을 했걸랑
정말 이제는 우리시대는 끝났어,
"결혼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가면 자식을 따르라" 는 삼종지도가
여자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고
늙게 되면 남자도 여자와 함께 자식을 따라야 되는게
몸도 마음도 집안도 편하다는 걸 얼른 깨달아야
포기도 쉽고 신상이 편할텐데
아직도 착각에 빠쳐 가장의 고집을 세우는 일이 허다하니
늙은 남자들의 억지스런 자존심을 어이할꺼나?
그렇지만 이럴때 조차
가끔씩은 측은지심이 들 때가 있으니
같이 늙어가는 동지애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이젠 우리도 지는해가 되어 서서히 사라져 버릴텐데
해질녁 노을처럼
마지막을 비추는 아름다운 빛으로
곱게 떠나게 되기를 기도하며
옛날 우리 시엄니처럼
" 자는듯이 가게 해달라 "는 기도도
이제 부터는 함께 드릴까 하네
지기전에 고운 빛갈 남기고 싶은 친구가
첫댓글 재현이와 며느리의 효심이 기특하기는 한데 너의 40년 정이든 손때 묻은 장농은 내가 괜히 아쉬워지네
'돈으로 주지' ㅋㅋ
하기사 돈도 잠시 기분이지 어디다 쓴 줄도 모르게 날아가고 한샘 붙박이장 써 보면 훨 편하고 산뜻해서 아들네가 새록새록 고마울거야
내가 이질녀 말에 순종(?)하여 맛집, 비싼 커피집 맛있다 맛있다 하며 따라 댕기듯이 젊은이들 말에 토 달지 말고 순종해야 평화가 오니라
산뜻한 붙박이장 부럽다
이 기회에 집안 짐정리 해 버려
남편 빼고 웬만한 건 싹 다 버려~~~
우리가 보기엔 멀쩡한데
애들눈엔 완전 구닥다리였던 가벼
돈은 금방은 좋지만 남는건
물건이니까. 생각해준게 기특하지
며늘이 마응 이 깊은거 같어 ㅋㅋ
이젠 정말 애들말 들어야지
세상이 너무 바껴서. 불편한게
너무 많어 아는척 하다가는 실수
뭐든 물어야하니. 애들 따라가는게
집안도 편하고 나도. 편해여
향수기가 長壽집안이라
그 붙박이장은 최소한 향수기하고 20/30년은 같이 놀겠네,
아침 저녁으로 윤이 반질반질하게 닦을 것이고,
다이소는 왜 말만 꺼네놓고 마는고?
나도 거기 가끔 가는게 거의 취미 수준인데,
싸고 쓸만한게 참 많던데,
중국산이 대부분이긴 해도,
전화기 관련제품은 싸고 쓸만하던데
며느리가 "엄마"라고 부르는구나.....
ㅋㅋ. 그래 다이소 가면 재밋어
근데. 전화기 관련제품은 잘 보지 않았고
주로 생활용품 싸고 좋은거 많아여
특히. "수란기," 수란할 때 불 없이
전자렌지 42초면. 기똥차게 완성,
그건. 어디에도 없어.
오로지 다이소에만 있다니까 ㅋ
며느리가 처음부터 "엄마" "아빠"라고
부르더라고,. 속으로 좀 놀랐는데
듣기는 좋더라. 우린. 딸이 없잔아
어떨땐. 말도.놓고 살갑게 구는데
울아들 왈 , "그런다고 너무. 마음 놓지말고. 딸 아니고 며느리라는거 잊지마"
가끔씩 내게. 상기 시켜주지 ㅋㅋ
자기가 장모님과 관계를 생각해보면
며느리들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맞는 말 같은데. 난. 자꾸 잊어버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