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3월의 바람, 봄맞이 농사
며칠 전부터 아내가 농원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봄이 됐으니 밭갈이 등 봄맞이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이유였으나, 서둘러 할 일이 또 있다고 했다.
수도가 얼까봐 물이 졸졸 흐르게 살짝 틀어놓은 수도꼭지를 잠거야 한다고 했고, 땅굴 파서 묻어놓은 무도 이제는 꺼내야 한다고 했고, 농원으로 온 우편물도 챙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가 농원을 찾은 것이 바로 지난 일요일인 2018년 3월 11일 오후였다.
문경읍사무소 입구의 ‘당포보리밥’집에서 아내와 점심끼니를 때우고, 우리들 햇비농원을 찾았을 때는 오후 2시쯤이었다.
그러고 보니 2018년 새해 들어 첫 발걸음이었다.
처마 밑 빨랫줄에 걸려 있는 종자 옥수수가 우리들 그 발걸음을 반겨주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농원에 발걸음을 한 기척을 안 앞집 사과과수원 안가현 친구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빈손으로 온 것도 아니었다.
해발 1,067m의 백두대간 주흘산 중턱까지 올라가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담은 한 되짜리 패트병을 두 개나 들고 왔다.
“모처럼 얼굴을 보이께 시기 반가와여.”
그렇게 인사말까지 보탰다.
그 이웃 간의 따뜻한 정으로 우리들 햇비농원의 봄은 더 따뜻한 느낌이었다.
아내는 호미를 들었고, 나는 삽을 들었다.
아내는 농막 뒤쪽으로 돌아가 상추밭을 일궜고, 나는 농막 앞뜰에서 지난겨울에 땅굴을 파서 묻어놓은 무를 다시 파냈다.
상추밭은 일군 아내가 또 하나 한 짓이 있었다.
그 밭에서 냉이를 한 줌 캐들고 와서는 씻고 있었다.
봄내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우리들 햇비농원에 찾아든 봄 풍경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