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는이가 [정끝별]
당신은 당신 뒤에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
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 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 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
강'이' 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 하면서 달려가는 강을 불러세우듯
구름이나 바람에게도 그러하고
산'이' 하면서 산을 풀어놓고
산'은' 하면서 산을 주저앉히듯
꽃과 나무와 꿈과 마음에게도 그러하다
당신은 사랑'이' 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
나는 사랑'은' 하면서 바람을 가둔다
안 보면서 보는 당신은 '이(가)'로 세상과 놀고
보면서 안 보는 나는 '은(는)'으로 세상을 잰다
당신의 혀끝은 멀리 달아나려는 원심력이고
내 혀끝은 가까이 닿으려는 구심력이다
그러니 입술이여, 두 혀를 섞어다오
비문(非文)의 사랑을 완성해다오
- 은는이가, 문학동네, 2014
* 많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은는이가'가 모여 조촐하지만 가을 번개팅을 하였습니다.
부산에서는 플로우님'이'
천안에서는 주페'가'
인천에서는 카페지기 오쉬쁘만젤시땀님'이'
모임장소인 부자부대찌개의 주인장인 야수'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하게 처음으로 2030을 대표하여 우리.님'이' 참석하였습니다.
플로우님'은' 기차시간때문에 먼저 가시고
주페'는' 처음 나온 우리.님에게 시집을 챙겨드렸습니다.
주인장 야수'는' 많이 남긴 회와 음식들을 정리하셨고
오시쁘만젤시땀님'은' 마무리를 하고 먼저 가셨습니다.
끝으로 우리.님'은'찻집에서 주페, 야수와 함께 시에 관한 얘기를 하며 커피와 차를 마셨습니다.
그렇게 깊어가는 가을에 비 살짝 맞으며 '은는이가'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댓글 ‘은는이가’를 활용하여 번개 후기를 써주시다니 짱이에요~
보통은 사진도 남기고 후기가 길었는데 이번 번개팅은 아주 짧게 썼네요.
짱이라고 말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ㅎ
다음에도 오셔서 시집을 많이 가져가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