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선발 다니엘 리오스의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이용한 컨트롤 피칭이 기가 막혔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에 두산 타선이 넋을 잃었다. 리오스는 2회 일시적으로 흔들렸지만 두산의 어설픈 주루플레이가 그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초반 승부처는 두산의 2회초 공격. 볼넷과 중전안타에 이어 희생번트로 잡은 1사 2·3루 찬스에서 손시헌이 우전안타를 때려 선취점이 예상됐다. 그러나 3루주자 유재웅이 넋을 잃고 3루에 있다가 뒤늦게서야 어설픈 홈 대시로 태그아웃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리오스는 힘을 냈고 이후 두산 타선은 철저히 눌렸다.
2회를 전환점으로 마운드가 안정되자 이번에는 기아 타선이 공세의 고삐를 확실하게 잡았다. 3회 김종국이 2사 1루에서 두산 선발 이경필의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아치를 그려 기세를 올렸고, 4회에는 손지환의 중전적시타로 한 점을 보탰다.
후반 터진 이재주의 좌중월 그랜드슬램은 기아의 마무리펀치. 7회 2사 이후 한 점을 추가해 4-0으로 승부의 윤곽이 거의 드러날 즈음 사사구 2개와 안타로 만든 만루에서 이재주는 6회부터 바뀌어 올라온 이재우의 직구를 휘둘러 좌중간 구장을 넘어가는 큼지막한 장외 아치를 쏘아올렸다.
광주 | 국경선기자 gutmn@
▲기아 다니엘 리오스 6승=8이닝 7안타 3탈삼진 무실점
▲이재주 시즌 18호 통산 375호 만루홈런
●기아 다니엘 리오스=3주 전 기관지염을 심하게 앓다가 지금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아직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다. 올해로 기아에 온 지 3년 되는데 올해는 꼭 팀의 우승을 보고 싶다. (완투를 못한 것에 대해)내가 던질 개수만큼 던졌다. 투구수가 다 돼 전혀 불만이 없다.
[광주 백스톱]
맏형답다. 기아 이강철이 평소 자신의 스타일대로 또 한번 좋은 일을 했다.
이강철은 광주 두산전이 열린 11일 오후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소중하게 준비한 선물봉투를 선수단 프런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나눠줬다. 그 선물봉투에는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한두장씩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선물봉투를 준비한 사연은 이렇다. 그는 얼마 전 역대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인 1699개를 기록해 구단으로부터 1699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후 한동안 그는 원정을 다니면서 이 뜻깊은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결국 그는 신기록이 결코 그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동료 프런트 모두에게 똑같이 보답해야 한다는 속깊은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상금의 절반에 가까운 800만원을 떼 준비한 것이 바로 상품권이다.
그는 선물을 나눠주면서 어느 누구도 빼놓지 않고 일일이 다 챙기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동료들, 프런트, 심지어 1군 보조선수와 연습생까지 염두에 두고 봉투를 따로 마련했다. 봉투를 전해받은 사람들은 저마다 "역시 생각과 씀씀이가 여느 선수와는 다르다"며 그 정성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만 아는 선수들이 많은 야구판에서 모처럼 듣는 훈훈한 사연이다.
광주 | 국경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