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작아져 더 작아짐
너의 몸속에 점처럼 내가 떠다닌다고
아직은 점 만큼 내가 남아있다고
영영 발견되지 않는 병균처럼
너를 아프게 할 것이다
마침표처럼 조용할 것이다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
올라가는 영혼과 내려가는 영혼 사이
점과 점 사이에
내가 있다
주사실에서 점에 접종했다.
몸속에 비가 내린다
의사는 나의 가랑이 사이에 카메라를 집어넣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초음파로 찍힌 우주가 거기 있었다. 아직 색을 입히기 전, 회색 우주 흐리고 진한 점들의 집합
내가 읽을 수 없는 나의 점
이 점과 그 점은 어떻게 다른가요
여긴 죽었다는 건가요 살았다는 건가요
몸 속에서 점이 자라면 죽을까요
파티션 너머
하나 둘 하나 둘
점 같은 머리들
나의 작은 화분을 왼쪽과 오른쪽에 두고 사이에 앉아 생각한다 내가 잊은 게 뭐였지? 점 보다 밝고, 점 보다 큰 거 점 보다 점 같은 거 소용돌이치고 빨려들게 하는 거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거 공중에서 보면 잠깐 만났다가 흩어지는 거 몸속에 박혀 있는 거
작고 작고 작아져 지금 여기
떠다니는 거
몸속에 남은 점점점점
그 점들을 이으면
처음 보는 도형
영영 발견되지 않는 거
아프고 아픈 모양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문학동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