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들판으로 [최정례]
잠의 병사들이
작은 창과 방패를 쥐고
몰려오고 물러나고
눈꺼플 안에서
자욱하게 펼쳐지는 잠의 들판
치고받고치고받고치고받고
먼지처럼 피어오른다
어디서 왔는가?
넌 어디서?
나도 몰라
손을 잡고 구름이 되자
뭉쳐서 사라지자
그러자그러자그러자
잠의 구름 떼
느닷없이 훅
코에서 빠져나온 숨소리에
몸이 흔들리고
잠의 들판은 깨어지고
병사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찢어진 잠의 거미줄
다시 잠의 들판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려고
부른다
거미줄거미줄거미줄
언젠가는 영원히 나를
잡아갈 잠의 병사들을
-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문학과지성사, 2011
카페 게시글
시사랑
잠의 들판으로 [최정례]
joofe
추천 2
조회 66
24.11.21 20:41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두번 다시 시인님의 새로운 시들을 읽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지네요. 좋은 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다시 신작시를 접할 수 없다는 게 슬픈 일이죠.
그래도 남겨놓고 간 시들을 가끔씩 읽으며 늘 새롭게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