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입가에 자조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왜 일까?
이렇게 내가 변해 버린 것은?
갑자기 기억을 가진 체 환생을 하게 되고, 그 기억과 지식으로 인해 나는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스스로 죽음의 길을 재촉해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깊고 깊은 골이 생기고 그것을 다 아물게 하지도 못하고 죽었는데.
차라리 전생의 기억 같은 것 따위… 전생 같은 것 따위…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이렇게 아파할 일도 없을 테고 슬퍼할 일도 없었을 텐데….
어째서 나만이 이렇게 아파하는 건지… 어째서 나만이 이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모든 것을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미쳐버린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면 되지 않을까?
슬프다….
무엇이 슬픈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를 정도로 슬프다.
"아아, 레뮤르 레이야. 이제 마법을 풀도록 해. 네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간단하게 알지만, 어머니가 걱정한다고. 거기에 나는 성인식도 해야 해."
나는 싱긋하고 가벼운 미소를 지어 주며 말했다.
레뮤르 레이야는 나를 아무 감정 없는, 어딘가 공허해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수인[手印]을 맺었다.
그러자 약간 공간의 뒤틀림이 느껴지더니 레뮤르 레이야가 걸어두었던 마법이 사라지면서 시원한 바람소리와 어머니의 고함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로스! 지금 뭐하고 있는 거니?! 이제 네 차례야!"
"에에? 아, 예! 지금 나갈께요!!"
창문 밖을 내다보니 어머니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레뮤르 레이야에게 고개를 까딱, 하고 인사를 한 뒤에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미 죽었을 테지만 나는 엘프라 이런데서 뛰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는 어머니에게로 곧장 달려가 어머니의 앞에 섰다.
"어서 저기 동쪽의 화이트 엘프의 부족장인 엘루시안 사드 캐밀란님께 가거라."
"예,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단장 위에 서 있는 초록색 머리에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남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쪽을 보니, 아무래도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단장의 위로 사뿐이 뛰어 올라가 엘루시안 사드 캐밀란이라는 동쪽의 화이트 엘프의 족장에게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로잔스크 로드 케일즈, 성년식을 치를 준비가 되었나?"
"예."
"그렇다면 이 통로 안으로 들어가도록, 이 통로를 무사히 빠져 나오면 너는 스노우 엘프족의 성년이 될 수 있다. 정령의 가호가 깃들기를."
나는 엘루시란 사드 캐밀란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통로의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 안은 굉장히 어두워 한 치 앞도 분간을 못할 정도였다.
나는 간단하게 아침에 메모라이즈를 해 둔 라이팅 마법을 시동어만으로 간단하게 시전한 뒤, 계속 통로의 길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라이팅 마법의 푸른 불빛에 의지해 얼마나 걸었을까…, 내 눈앞에는 세 갈래의 길이 나뉘어져 있었다.
어머니는 무서워서 물어보질 못했고, 아버지께 물어본 결과, 이 세 갈래의 길에는 각각 세개씩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만은 제일 심한 과제이지만, 제일 안전한 과제가 있다고 한다.
레온 형이 말하자면 이 과제에 걸린 한 엘프가 미쳐서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레온 형은 그 과제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마나의 파동이 느껴진다. 제일 심한 곳은 저기군."
나는 작게 중얼거린 다음에 천천히 제일 마나의 파동이 적은 곳으로 이동했다.
이왕이면 쉬운 곳이 좋으니 말이다.
나는 세 갈래의 입구 중, 가운데의 입구에 발을 옮겨 놓았다.
그리고 나는 정신이 갑자기 희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 .
어두운 어둠 속,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나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째서?
마나 없는 것은 없을 텐데?
무생물체나 생물체에는, 어느 곳에서라도 마나가 있는데?
이 곳은 마나가 없다?
심지어… 내 몸 속의 마나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그러면 여기는 어디야?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란 말인가?
아니면 죽은 영혼들의 집합소란 말인가?
공기도 느껴지지 않아.
공기라도 아주 희미하지만 마나를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나는 앞으로 걷고 또 걸었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나는 것기만 했다.
어둡고 외로운 무[無]의 공간을….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더니 푸르른 들판이 보였다.
"여기는…"
생각났다.
생각해서는 안 될 곳.
기억해서는 안 될 곳.
바로… 내가 카류리드 때 태어난 땅의 궁….
"카류야! 빨리 와! 너 안 오면 우리끼리 먼저 가 버린다!"
"아…?"
나는 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 뒤에는 형들과 누나들이 있었다.
자상하고 기댈 수 있는 마음 편한 루브 형부터, 요조 숙녀인 세라 누나, 말괄량이 공주인 미르 누나, 아르윈 최고의 미남인 키옌 형, 수줍이 많은 귀여운 카이 형까지….
전부 방긋이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형…? 누나…?"
순간적으로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더니 눈물이 흘러 내려왔을 뿐이다.
꿈에서 이런 상황을 많이 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한 건 사실이었다.
"카류…? 갑자기 왜 그래?"
세라 누나가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이건… 성년식의 일종인가?
이 사실을 부정해야 하는 것이?
하지만 나는 할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사랑스런 형제들이었으니… 이것이 환상이라고 해도 좋다.
이 환상에 취해 있고 싶다.
성년식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만, 이 것이 환상이라도 좋으니 깨어지지만은 않기를….
갑자기 내가 로잔스크일 때의 형제와 부모님이 떠올랐다.
지금쯤… 나를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아아, 이건 환상이니… 괜찮겠지?
잠시만 이러고 있어도….
"카류야…, 어디 아파?"
카이 형이 내 팔을 붙잡으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카이 형의 뒤로 루브 형과 키옌 형, 미르 누나의 걱정스러운 듯한 얼굴이 보였다.
세라 누나는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은 체로 내 이마에 열이 있는지 살피고 있었다.
나는 얼른 눈가를 소매로 훔쳤다.
그리고 밝게 웃어 보였다.
"나, 하나도 안 아파! 가서 놀자! 빨리-"
나는 옆에 있던 카이 형의 손과 세라 누나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감촉이 피부의 세포를 타고 뇌로 인식해 들어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아르멘님과 아렌시아님, 그리고 어머니이신 아스트라한이 보였다.
그런데 왜 자꾸 내가 로잔스크일 때의 가족들의 얼굴이 기억날까?
레온 형과 라드 형, 로닌 형, 라나 누나, 레이나와 어머니, 아버지….
지금 이대로 즐거운데… 내가 원했던 것인데…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 한켠이 쓰라린 거지?
[ 後記 ]
후후후, 이제야 라트가 왔습니다….
끄아악!!
사실은 하루만에 20화까지 썼었는데 갑자기 다 날라갔단 말입니다!!
열받아서, 그냥 '소설 안 써!!' 라고 소리치고 침대위에서 펑펑 울었다죠? -_-;;
하지만 소설과 연을 끈을 수 없나봅니다.
저 안 죽이실 꺼죠?[울먹]
[ 답변입니다. ]
유리나 폰 카리드 : ㅡ,ㅡ;; 오랜만이예요... 와아~~ 리플은??
[답변 : 이번에도 오랜만이라죠? 유리나 폰 카리드님, 오랜만입니다!]
에메랄드™ : 환생~~~~~~~ 고맙습니다~~~후후후후
[답변 : 면목 없습니다. ㅠ_ㅠ]
tenji★ : 허엇=ㅁ=오, 오랜만이십니다..
[답변 : 허헉!! 죽여 주세요!! ㅠㅁ-;;]
시한 :=ㅅ=/처음부터 다 읽었답니다[두룹] 레뮤군이 카이양을 사랑하나 보군요..[순정파 드래곤이라] 훗훗훗.. 왜 패러디란엔 극강들이 이리도 많으신지;ㅅ;[흑흑흑]
[답변 : 감사합니다! 시한님!! >ㅁ<//]
첫댓글 아우아우아우~~!!
오............랜만......................................
노오오오오옹 저기요 님 부탁이있는데요...지금까지 써주신거 올려주실수없나요 ..?? 앞부분 보고파 ㅠ.ㅠ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