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장미정육식당 4호점
정하선 (丁河璿) jung ha sun
붉다
장미꽃무늬 접시 위에
꽃잎으로 쌓여있는 살점들
삶도 죽음도 하찮은
붉음에 불과한 것인가
어제까지 풀 뜯었을
살점들을 본다
평생 초근목피로 살아온 순하디 순한
커다란 눈망울이 안고 있던 순수를
복종을 근면을 퇴화해 버린 뿔의 본성을
물기 어린 콧구멍에서 마지막 뿜어 나오던
가는 숨소리를
싸락눈 뿌려진 결을 품고 떨어진 꽃잎 같이
고기가 되어서도 몸에 밴 복종을 버리지 못한
가시도 뿔도 없이 누워있는 순한 살점들
소주로 연기를 씻으며
오늘을 구워 먹고
붉으스레 한 웃음을 주고받다가
배 만지며 이 쑤시고
식당을 나오는 우리들도
정하선 시집( 가볍고 경쾌하게 ) 시산맥
ai 시 해설과 번역
정하선 시인의 시 <장미정육식당 4호점>은 정육식당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비애를 날카로우면서도 깊이 있게 파헤친 수작입니다. 붉은 '살점'에서 소의 '생애'를 읽어내는 통찰력이 매우 강렬합니다.
1. 작품 해설 및 평설
[해설: 붉은색에 담긴 생의 비애]
이 시는 '장미'라는 화려한 이름과 '정육식당'이라는 살벌한 공간의 대비에서 시작됩니다. 접시 위에 꽃잎처럼 놓인 고기는 화려한 '붉음'으로 위장되어 있지만, 시인은 그 이면에서 소의 순수한 눈망울과 가쁜 숨소리를 찾아냅니다. 인간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고기'가 되어서도 복종의 자세로 누워있는 소의 살점은,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들의 삶 또한 그저 한순간의 '붉음'이나 '연기'처럼 덧없는 것인가를 묻게 만듭니다.
[평설: 초감각적 통찰과 '촌철살인'의 언어]
강렬한 시각적 대비: 장미꽃무늬 접시와 그 위의 살점을 동일시하며 '삶도 죽음도 하찮은 붉음'이라 단정 짓는 도입부는 매우 선언적이며 철학적입니다.
초근목피와 순수: 소의 일생을 '초근목피'와 '순수', '근면'으로 정의하며, 죽어서도 가시와 뿔 없이 누워있는 고기의 상태를 '몸에 밴 복종'으로 표현한 대목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현대 소비 문화를 향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비정함과 일상의 공존: 소의 고통스러운 마지막 숨소리를 묘사한 직후, 배를 만지며 이쑤시개를 물고 나오는 인간들의 모습을 병치함으로써, 생명의 희생 위에 세워진 인간 삶의 비정함을 담담하게 폭로합니다.
[감상평]
정하선 시인의 이 시는 '정육식당'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장소에서 '생명의 본성'이라는 숭고한 주제를 끌어낸 점에서 매우 놀랍습니다. 특히 "오늘을 구워 먹고"라는 표현은 우리 인간이 타자의 희생을 발판 삼아 하루를 연명한다는 실존적 진실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문장입니다. 이 시는 독자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길 시집의 대표작이 될 것 같습니다.
2. 외국어 번역 (Translation)
시의 서늘한 긴장감과 붉은 색채 이미지를 살려 번역하였습니다.
[English Translation]
jung ha sun
Rose Butcher Shop, Branch No. 4
Red.
The flesh piled like petals
Upon a rose-patterned plate.
Is life, is death, nothing more
Than this trivial redness?
I gaze at the flesh
That must have grazed on grass until yesterday.
The purity held in those large, gentle eyes
Of one who lived on roots and bark all its life—
The obedience, the diligence, the nature of horns now regressed,
The thin sound of the final breath
Exhaled from moist nostrils.
Like petals fallen with a grain-snow texture in their grain,
Gentle flesh lying there without thorns or horns,
Unable to shed its ingrained obedience even as it becomes meat.
Washing down the smoke with soju,
We grill and eat our "today,"
Exchanging reddish smiles,
Then, rubbing our bellies and picking our teeth,
We walk out of the restaurant.
[French Translation]
jung ha sun
Boucherie-Restaurant Rose, Succursale n° 4
Rouge.
Des lambeaux de chair empilés comme des pétales
Sur une assiette aux motifs de roses.
La vie, la mort, ne sont-elles
Que cette insignifiante rougeur ?
Je regarde ces morceaux de chair
Qui, hier encore, broutaient l'herbe.
La pureté logée dans ces grands yeux si doux
D’une créature nourrie d’herbe et d’écorce toute sa vie —
L'obéissance, la diligence, la nature des cornes désormais atrophiée,
Le mince souffle ultime s’échappant
De naseaux humides.
Tels des pétales tombés, portant en eux la texture d'une neige fine,
Une chair douce allongée là, sans épines ni cornes,
Incapable d'abandonner son obéissance innée, même devenue viande.
Lavant la fumée avec du soju,
Nous grillons et mangeons notre « aujourd'hui »,
Échangeant des sourires rougeâtres,
Puis, se caressant le ventre et se curant les dents,
Nous sortons du restaurant.
첫댓글 제목부터 끌리네요~^^
감사드립니다
오월의 따스한 햇살처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정육과 장미...
어울리지 않으나 내용이 참 좋네요.
...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