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배터리 개발 뉴스 이후 루머 점검
* 뉴스 하나 - 혁신적 배터리로 평가하기 애매모호한 '모노셀' 정의와 거리가 있는 'LFP'
* 루머 둘 - 새로 등장한 'LTO'와 '전고체 배터리' 설
* 애플 배터리 개발 소식으로 인한 한국 2차전지 영향은 중립적
WHAT’S THE STORY
들어가는 글) 애플의 전기차 개발 얘기는 오래되었지만, 최근 로이터 기사를 통해 자체 배터리 개발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로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2차전지 산업 보고서('2차전지-성장은 모든 배를 뜨게 하는 밀물' 20.1.4)에 언급했듯이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애플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 찾기가 시작된 듯하다. 하지만, 애플이 만들게 될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의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고 해도 현실적인 평가는 어렵다. 투자자들은 애플이 갖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트레이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애플이 배터리에 대한 공식 언급 전까지 뉴스로 포장된 주장에 대해 평가하는게 최선이다.
애플의 전기차 개발과 배터리 이야기: IT공룡 기업인 애플은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었다. 이후 하드웨어 및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 대한 영입 루머 등과 폭스바겐과의 자율주행 밴 생산 협력 얘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테슬라 출신의 엔지니어를 영입해 프로젝트를 맡기기도 했지만, 2019년 개발 팀 구조조정 등이 일어나면서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달 익명의 애플 관계자 말을 빌려, 애플이 이번엔 혁신적인 배터리 디자인으로 2024년 전기차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1) 애매모호한 '모노셀' 정의
로이터는 애플의 독특한 "모노셀(monocell)"은 배터리의 개별 셀들의 부피를 키운 디자인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재료를 포함한 파우치와 모듈을 제거해 배터리팩 공간을 여유롭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배터리팩 내에 활물질을 더 넣게 됨으로써 주행거리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설명 자체는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언급된 '모노셀'의 정의다. 2차전지 셀 내에서 모노셀이라고 하면 양극과 음극이 단일층으로 이뤄진 기본 단위로 해석된다. 만약 이 셀의 부피를 단순히 키운다고 하면(이는 테슬라의 탭리스 구조를 통한 폼팩터 변화와 다름) 리튬 이온 배터리의 구동 전압인 3.7볼트 내외를 감안했을 때, 전기차 주행에 필요한 300~400볼트 이상의 파워 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2) 주행거리 개선과 거리가 먼 'LFP'
로이터발 기사에는 애플이 LFP를 검토하고 있고 다른 배터리보다 과열될 가능성이 낮고 안전하다고 평가한 한 줄 기사가 전부다. 애플이 LFP를 검토한다면 관계자의 설명도 전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는 애플의 새로운 배터리 디자인이 주행거리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내용과는 배치된다.
만약, 애플의 모노셀 디자인이 단위 셀의 부피를 확대하는 개념이 아니라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CATL 의 CTP(Cell to Pack)이나 BYD의 Blade Battery처럼 모듈 구성을 제외한 형태를 의미한다면, 이를 배터리의 혁신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3) 새로 등장한 LTO 배터리 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전기차 배터리로 도시바의 SCiB(Super Charge ion Battery)가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도시바의 SCiB는 20~23Ah급 고용량 셀의 에너지밀도가 kg당 90Wh 내외로 하이 니켈 삼원계 보다는 낮은 반면, 사이클 수명이 좋고 급속 충전 특성 역시 80% SoC(State of Charge)가 6분으로 탁월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배터리는 닛산의 경차인 '데이즈'에 탑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도요타는 19년 전기차 모델 확대를 위해 중국 CATL, BYD 외에도 도시바, GS유아사 등과의 협력을 언급한 바 있고 20년 들어서 파나소닉과 EV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통해 배터리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도시바의 SCiB LTO(Lithium Titanate) 배터리는 양극재로 삼원계를, 음극재로 Titanate로 구성되어 있다. LTO는 수명과 고속 충전이 탁월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구동 전압이 2.4V로 삼원계의 3.6V에 비해 낮아 에너지 밀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또한 음극재에서 흑연을 대체하기 때문에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애플이 모바일 사업처럼 고가 전략을 택하여 배터리 비용을 무시할 수 있다고 해도 주행거리 면에서 경쟁력을 높인 차량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애플의 새로운 배터리 전략이 배터리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말과 배치되는 아이템이다. 일부 미디어에서처럼 애플의 프로젝트 'Titan' 명칭을 LTO의 'Titanate' 옆에 둔다고 혁신적인 배터리가 그것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4) 애플 아이폰 파트너 Foxconn 전고체 배터리 설
시장에서는 한발 더 나가 애플이 아이폰 생태계처럼 전기차도 자사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주요 부품들을 아웃소싱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관련 배터리도 동일한 생태계 내에서 찾게 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애플 의존도가 높은 Foxconn은 지난해 10월 홍하이 테크 데이를 통해 MIH EV 오픈 플랫 폼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서 폭스콘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상용화 시점을 2024년으로 언급했는데, 그동안 CATL, 전고체 배터리업체인 SES(Solid Energy Systems)와 협력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전기차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라는 단서와 근거는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 애플-폭스콘'의 관계가 '폭스콘-전고체 배터리 개발' 뉴스와 맞물려 '애플-전고체 배터리'가 아니냐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2018년 애플 R&D에서 애플워치용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고전압 고용량이 전제되어야 하는 전기차용은 다른 세계다.
애플 배터리 이슈와 한국 2차전지 투자 시사점
한국 2차전지 산업 입장에서는 애플 배터리 개발 소식에 따른 영향은 중립적으로 판단한다. 뉴스 보도와 같이 애플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혁신적인 배터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애플은 모바일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완성차 시장에서 주요 부품들을 직접 제조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애플이 향후 테슬라와 같이 완성차 시장 내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더라도 주력 배터리 생산은 기존 배터리 업체들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업체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부분은, 우리의 판단과 다른 이유로 애플이 LFP를 주력 배터리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LFP 생태 계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 2차전지 산업에 대해서는 애플 디스카운트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 장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