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장정일
무지하게 노력했어요 그랬어요
나는 차버리려고 노력했어요
차버리려고 차버리려고 차버리려고
경기장 밖으로 그래요 나는
경기를 중단시키고 싶었어요
노려보지 마세요 나는
뛰고 달리고 고꾸라졌어요
당신이 던진 공을 차버리려고
아니 나는 받아냈어요 당신이 주는 패스를
잘도 받아냈어요
하하 웃는 당신을 이기기 위해
죽도록 노력 노력 노력했어요
그러나 언제나 돌아오는 당신 뻔뻔스런 당신을
다시 걷어찼어요 삶의 뱃가죽이
터지라고 차냈어요
여러분 나는 축구 선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매일 내 발밑으로 공이 굴러듭니다
이글이글 불타 오르는 태양!
아무도 경기를 중단시키지 못할 거예요
아무도 중단시키지 못할 거예요
-시선집 '밤이면 건방진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들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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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감독은 유명한 클린스만 감독인데요.
국내에 머물지 않는 감독이라며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 연승을 거두며 신뢰를 회복합니다
국가대표 주장인 손흥민 선수의 활약상을 두고도 팬들의 입길이 여러 갈래입니다
어젯밤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어시스트도 하고 스스로 골도 넣었는데
자기는 경기장 내에서 별로 한 게 없었다고 고백하여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러데 말입니다
축구 선수도 아닌데 “매일 내 발밑으로 공이 굴러”들면 어쩔겁니까?
태양은 불타 오르고 “아무도 경기를 중단시키지 못할 거”같으면 또 어쩝니까?
차버리고 받아내고 “뛰고 달리고 고꾸라”지면 어쩌냐구요.
장정일의 이 시는 끊임없이 자기에게 오는 공을 차버리고 받아내야 하는 우리네 삶을 묘사합니다
누군가가 전해주는 패스를 어쩔 줄 몰라하면서 좌우를 살피는 나는 뭉갤 수가 없네요
경기장 밖으로 차내고 싶은데 살아잇으니 그래도 될지 정말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