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려고 하는 남편을 꼬셔서, 달래고, 얼러서, 협박까지..해서..
(난 역시 악처야. 내가 악처니까 남편은 성공하겠지? 소크라테스 처럼)
뭐 어제 남편생일이니까 기념도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해서 드디어 놀러가는데 성공을 했다.
히히.
포항뉴스를 보면 기상예보 같은것 보여주는데 유채꽃이 많이 피어있는 배경으로 나오는것을 본적이 있었다. 포항뉴스인데 제주도 풍경을 보여주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인터넷 여행 카페엘 들어가 보니 호미곶 근처에 유채꽃이 엄청 많이 피어있다는 거다.
그래서 오늘 남편을 꼬셔서 간곳은 호미곶이다.
포항에 살면서 한번은 손가락동상이 솓아있는 바닷가엘 가봐야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남편이 예전에 가보니까 쓰레기 밖에 없다고 그래서 이제까지 못가고 있었다.
포항시내를 지나 포항공항가는 길을 지나.. 포항이 이렇게 넓나?
우리집이 북구 구석인데 남구구석까지 왔으니 꽤 왔는 셈이다.
호미곶이란 표지판만 보고 왔는데 대로에서 벗어나 작은 길이 나오자 계속 S자 도로만 있는 것이다.
봄이어서 주변 새싹 돋는 것과 바다의 풍경이 보이는 것은 좋은데 계속 S자 도로가 이어지니 이건 멀미나서 쓰러질 지경이다.
게다가 남편은 감기걸려서 골골 거리고..내가 운전면허증이 없으니 대신 운전해줄수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차기름도 다 떨어졌다.
해변가 작은 도로여서 주변에 주유소도 없다.
이를 어쩌나.
괜히 오자고 했나? 만약 기름이 다 바닥나면 이 끝없는 S자의 경사진 도로를 이 무거운 차를 밀고 가야하나???
걱정을 하는 끝에 호미곶엘 도착했다.
그런데 거기에도 주유소는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뜨아.......
노란 유채꽃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엄마야..이런...
그리고 그 뒷편은 하얗고 거대한 풍력기가 있는 것이었다.
제주도처럼 유채꽃에 들어가서 사진찍는데 돈을 받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런 요금 받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유채꽃 사이를 파헤치면서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댔다.
끝내준다.
국민여러분 유채꽃 사진 찍으려면 제주도 가지말고 여기 포항 호미곶에 오세요. 공짜입니다.
공짜...
그리고선 등대 박물관엘 갔다.
여긴 평일인데도 왜 그리 사람이 많은지.. 젊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다 할아버지 할머니들.. 관광버스 대절해서 왔다.
효도 관광인지 묻지마 관광인지... 어쨌든 남들 다 일하는 평일에 왔으니 젊은 사람은 나와 남편 뿐이다. 엄청 쪽 팔린다.
박물관 안에는 안 들어 가고...(당연히 고리타분한 설명만 써있을것 같아서..) 등대 앞엘 사진 찍으러 갔다.
뒤에는 파아란 바다. 앞에는 하얀 등대.. 끝내준다.
남편이랑 나란히 사진찌고 가는데 옆에 모조 등대가 3개가 있네.
너무 귀엽게 하얀 모조등대가 있었다.
거기 앞에서도 사진 찰칵.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손 동상.
예전에 이정현이 게릴라 콘서트를 했던곳이다.
넓게 새로 꾸며 놓은듯 깨끗하다.
손 동상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바다속에 하나는 땅위에 있다.
그래서 각각 손동상 앞에서 사진찍고 등대박물관 화장실엘 갔다.
보통 공원화장실엔 휴지가 없는데 여긴 휴지 엄청나게 많다.
맘에 든다. 화장실도 크고 칸도 많다.
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가야하는데 이제까지 왔던 길을 다시 가면 주유소가 없어서 차를 밀고 가야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반대 방향으로(구룡포 방향) 차를 돌렸다.
제발 주유소야 나타나라..
짠. 주유소 등장. 히히. 기름을 넣고 나니 한결 맘이 편하다.
그래서 구룡포 방향으로 가는데..
전에 어떤 사람이 구룡포 초등학교 앞에 철규분식이라고 유명한 찐빵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는 길에 나오면 가보기로 했다.
가는데 구룡포 동부 초등학교가 있네. 그런데 그 근처엔 분식점이 없었다.
그리고 가다보니 또 학교 같은곳이 있길래 차를 세우니까 고등학교다.
그래서 포기를 하고 큰길을 찾아서 가다보니 구룡포초등학교가 있는 것이었다.
정말 소문대로 간판도 없고 조그만 허름한 철규분식이 그 맞은편이 있는 것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집은 문도 일찍 닫고 1인당 2000원치 이상은 찐빵을 안 판다는 것이다.
소문의 진의를 알아보려고 들렀더니 정말 조그맣고, 식탁, 의자 모두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쯤에 포장마차에 있을법한 나무로 만든 그런 의자다. 정겹기 까지 한다.
메뉴판도 촌스럽게 벽에 붙어 있는데
국수 1500원, 찐빵 4개 1000원, 단팥죽 1500원. 메뉴 달랑 3개, 값도 무지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