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 [박제영]
시인 김연숙이 전화로
시방 시인 문혜진이 옆에 있다고
인사동 무슨 무슨 술집으로 오라고 해서
물어물어 갔는데
마침 시인 박정대가 소월시문학상을 받은 날이라
뒤풀이를 하고 있던 모양인데·
워낙에 시집 밖에서 시인들을 만나는 일을 꺼렸던 터라
갑작스레 모 시인 모모 시인
시인 떼를 맞닥치고 보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저쪽 구석에서 그래도 친한 시인 김연숙이 손을 들어주고
그 옆에서 보고 싶던 시인 문혜진하고 고영민도 앉았길래
그 옆 한자리 슬그머니 끼어
잠시 조용히 있다 가려고 한 것인데
시인 김연숙이 생뚱맞게
상 받고 뒤풀이하는 자린데
주인공한테 가서 술 한 잔 권하는 게 좋지 않겠냐
떠미는 바람에
기왕지사 언죽번죽
"나 박제영인데 축하합니다 술 한 잔 받으소"
했던 건데
시인 박정대 앞에 앉았던 시인 김상미가
"당신이 박제영인가, 푸르른· · ·뭐라던가 썼던"
하고 거드는 탓에
건넸던 술잔만 머쓱해지고
한술 더 떠 그 옆의 시인 박완호가
"그 친구 정대형 학교 후배요 고대"
하고 거드는데
시인 박정대는 뜬금없이
"난 고대가 아니고 정대야"
하는 통에
이거야 원 멀뚱멀뚱 난감하고 계면쩍어
다시 슬며시 시인 고영민 옆자리에 앉았다가
지며리 생각해봐도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
-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 달아실, 2024
* 매주 월요일이면 '소통의 월요시편지'를 올려주시는 박제영시인이 시집을 상재하셨습니다.
(어게인 시인선,이라고 하니 아마도 죽은 시집을 되살린 것인가 봅니다.)
유쾌하고 재밌는 시를 올려주면서 때로는 웃게도 하고 또 때로는 진지하게도 하는 멋진 시를 선사해 주십니다.
시사랑 데네브님이기도 하고 달아실출판사의 책임편집자이기도 합니다.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첫댓글 박제영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얼른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축하,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