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잎에서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땅 속의 뿌리에서는 물(H2O)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탄수화물)을 만드는데, 이러한 작용을 광합성작용이라고 한다. 이러한 광합성 작용을 하는 도중에 나무는 탄소를 몸 안에 남기고, 산소(O2)를 만들어 잎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이러한 이유로 나무는 '탄소통조림'이라고도 불리운다. 그러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양의 산소를 만들어 낼까?
1헥타르, 즉 100m*100m의 숲에서 1년간 만들어 내는 산소의 양은 12톤이며, 반면에 16톤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산소의 양은 0.75kg이므로 1헥타르의 숲이 생산하는 산소는 44명이 1년간 숨쉴 수 있는 양이 된다. 나무가 더 커지고 건강해진다면 산소의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므로, 숲을 보호하고 가꾸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더 맑고 깨끗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식물들의 방어본능
식물은 어떤 화학물질을 발산하여 다른 식물(때로는 자기 자신)의 생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 현상을 알렐로파시(Allelopathy)라 하며, 타감작용 혹은 화학적 식물간 상호작용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하천부지, 철도변이나 공터에서 꽃을 하얗게 피우는 개망초 대군락을 볼 수가 있다. 주요도시 주변은 물론 들녘에도 진출할 정도로 그 번식력은 무시무시하다. 타감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이 개망초는 뿌리에서 다른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내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의 방해 없이 큰 군락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고소한 호도가 열리는 호도나무도 타감작용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흑호도가 유명한데, 이 나무의 주변에는 잡초가 잘 자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나무의 잎과 나무껍질에서 타감물질을 발산하기 때문인데, 이 물질이 땅 속에 침입하여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전국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림 밑에는 식생이 드문드문 나는데 이것도 소나무 잎과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저해물질이 빗물에 의해 토양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알라가 좋아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는 유칼리나무도 타감작용을 한다. 이 유칼리나무는 어느 정도 크기로 자라게 되면 더 이상 뿌리가 자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스스로 발아나 발근을 저해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신이 더 이상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작물을 재배할 때 같은 작물을 계속 재배하면 잘 자라지 못하는데 이 또한 자기 중독이라는 타감작용의 한 예이다.
칡은 오른손잡이...
덩굴식물의 감는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나팔꽃을 가지고 덩굴식물을 관찰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덩굴식물인 나팔꽃을 관찰해 보면, 덩굴이 생장함에 따라 덩굴이 감고 올라갈 식물을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위쪽을 향해 자랄 때만 감아 가며, 감을 식물의 굵기가 어느 정도 이상 굵으면 감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덩굴이 다른 식물을 감는 현상은 덩굴이 위쪽을 향해 자랄 때만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줄기의 섬유세포에서 발생하는 비틀림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노박덩굴과 같은 덩굴식물이 땅 바닥을 길 때는 감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이와 반대로 감을 식물이 없는 상태에서 위쪽을 향해 자라는 경우에는 줄기가 나선형으로 생장한다.
자신의 몸을 똑바로 서 있게 하는 조직을 갖지 못한 덩굴식물은 다른 식물에 매달려 위로 위로 생장해 간다. 매달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종류별로 간단히 살펴보면, 가지나 잎이 변형된 덩굴손으로 다른 식물을 휘감는 종류(포도, 머루, 종덩굴, 개버무리, 큰꽃으아리 등), 기근이나 흡착근으로 다른 식물에 붙어 자라는 종류(담쟁이, 바위국수, 덩굴옻나무, 능소화, 줄사철 등), 가지로 다른 식물에 의지하며 자라는 종류(인동, 청사초롱 등), 덩굴 생장점이 다른 식물의 줄기를 감아 돌면서 자라는 종류(칡, 등, 노박덩굴, 새콩 등)가 있다.
덩굴식물이 감아 올라가는 방향은 식물에 따라 일정하다. 오른쪽으로 감는 것으로는 칡, 등 , 인동, 더덕, 덩굴용담, 흑오미자 등이 있고, 왼쪽으로 감는 것은 댕댕이덩굴, 으름, 개다래, 참마, 노박덩굴, 새콩 등이 있다.
어찌됐건 다른 식물에 의지해서 자라는 식물들은 다른 식물의 줄기를 꽉 조일 뿐만 아니라 잎을 덮어버려 햇빛을 빼앗는 성가신 존재임에 틀림없다.
숲속의청소부들
여름 내내 파릇파릇했던 나뭇잎들은 가을이 되면서 노랗거나 빨갛게 물들어 떨어지게 된다. 물론 일년 내내 잎을 달고 있는 나무도 있지만 이런 나무들도 잎이 지기는 마찬가지다. 낙엽송이나 메타세콰이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침엽수 그리고 난대에서 열대지역에 걸쳐 살고 있는 나무들은 일년 내내 푸르른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낙엽이 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눈에 잘 띄지 않게 묵은 잎을 떨군다. 상록의 활엽수들은 새 잎이 난 후인 6월경에 묵은 잎을 조용히 떨어뜨린다.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는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을 사람들이 청소한다. 하지만 나무가 많은 숲에는 낙엽이 훨씬 더 많은데, 이렇게 많은 낙엽들은 누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일까? 숲에는 낙엽뿐만 아니라 죽은 가지, 나무껍질, 씨앗도 떨어진다. 이 가운데 낙엽만 하더라도 ha당 3∼4톤, 평당 1kg이나 된다. 그러나 실제로 고산지대의 침엽수림과 같은 특별한 곳을 제외하면, 숲에 쌓인 낙엽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이것은 나뭇잎을 누군가 없애주기 때문이다.
숲 속에 들어가 낙엽을 들춰보면 낙엽이 분해되는 상태를 알 수 있다. 질 때에는 노란 색을 띄고 있던 낙엽도 점점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가루가 되고, 결국 본래의 모양도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 낙엽이 썩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썩는다고 하는 것은 음식물의 부패나 발효와는 다른 것이다. 숲에서 일어나는 부후·분해는 토양 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이나 동물들이 관여하는 먹이사슬에 의해 일어난다. 토양생물이라고 하는 이름의 숲 속 청소부들이 열심히 일을 함으로써 생명을 다한 것 같던 낙엽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일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낙엽의 분해에는 순서가 있어서 처음에는 미생물인 곰팡이와 버섯들이 낙엽을 분해한다. 낙엽에 균사(菌絲)가 붙어, 세포벽을 이루고 있는 단단한 셀룰로오스나 리그닌을 분해함에 따라 낙엽은 엷고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로 된다. 그렇지만 낙엽이 그 정도만으로 탄산가스나 무기물이 되는 것(無機化)은 아니다. 곰팡이나 버섯들이 연하게 만든 낙엽을 다시 고운 가루로 만드는 것은 토양 속에 사는 벌레들이다. 이 가운데 지렁이는 가장 일을 잘하는 벌레이며, 노래기나 갑충들의 애벌레도 일을 잘한다. 지렁이가 많은 토양이 기름진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태어난 낙엽의 일생은 간단치가 않다. 벌레 배설물이나 분해 도중에 만들어진 물질의 무기화에는 또 다른 미생물인 세균들이 큰 역할을 한다. 1g에 수억 개의 세균이 붙어서 이러한 것들의 분해를 돕는다. 결국 세균은 최후의 청소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을 그저 청소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낙엽을 유기질 비료(퇴비)로 만들며, 무기화에 의해 만들어진 질소와 같은 양분을 숲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숲 속에는 이들 자그마한 생물들이 지금도 새로운 낙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숲의 천이 시간
극상림(極相林)이란 구성 수종이나 양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안정된 산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극상림 상태가 수 천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꽃가루를 분석해 보면 알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변화가 작은 극상림일지라도 하나 하나의 나무에는 수명이 있다. 나무는 수백 년을 살 수는 있어도 수천 년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가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산림에도 항상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극상림으로 간주되고 있는 경기도 광릉의 소리봉 천연림에도 굵은 줄기가 바람에 쓰러지거나 잘리고, 혹은 병이나 충해를 입어 죽어있는 나무가 상당히 많이 있다. 이와 같이 큰 나무가 없어지면, 그 때까지 어두웠던 숲 속이 마치 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난 듯 훤히 뚫리게 되어 숲 바닥이 밝아진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그 동안 자라지 못하고 있었던 수많은 나무들이 서로 질세라 앞을 다투며 쑥쑥 자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산림의 세대교체인 것이다.
이러한 세대교체 속도는 나무의 구성이나 숲의 상태에 따라 다르며, 1년간 구멍이 나는 면적이 0.2%인 경우 500년, 1%인 경우에는 100년이 걸린다.
녹색댐 숲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이 부족하거나 없다면 아마도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 나라에서 1년간 내리는 비의 양은 평균 약 1,274mm에 달하고, 이 양을 수자원 양으로 환산하면 약 1,267억 톤이나 된다. 이중 45%는 증발되어 없어지고, 55%인 697억 톤만이 하천으로 흐른다. 이 중에서도 37%인 467억 톤은 홍수가 일어날 때 그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 평상시에는 18%인 230억 톤만 강으로 흐르게 되며, 이 중 우리 나라에 설치된 인공댐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은 연간 강수량의 10% 정도인 126억 톤이다.
그런데 숲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은 약 180억 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이는 소양강댐, 안동댐, 대청댐, 충주댐, 임하댐, 합천댐, 주암댐, 남강댐, 섬진강댐 등 우리 나라 9개 다목적댐과 기타 저수지의 물을 합친 126억 톤 보다 약 1.6배나 많다. 숲은 토양과 토양입자 사이의 공간에 빗물을 모아 두었다가 비가 오지 않을 때 서서히 물을 내보내는 녹색댐인 것이다.
숲의 토양은 스펀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히 크고, 빗물이 급격히 흘러 나가는 것을 감소시켜 줌으로써 홍수 같은 물에 의한 피해를 막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숲은 홍수를 조절해 주는 자연적인 댐의 역할을 하므로 거대한 녹색댐이라고도 하며, 산림에 두텁게 뒤덮여 있는 토양은 공해로 오염된 빗물을 다양한 정화작용을 통해 깨끗하게 해주는 천연정수기 작용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