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관련 단체들은 장애인의 기본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장애인 연금법'제정을 추진하였고, 지난해 대선 당시 각당은 '장애인 연금법'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하였다.
그러나 지난 5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생계급여 수급자인 장애인에게만 지급되던 장애인 수당을 차상위계층 1,2,3급(중복장애)의 중증장애까지 확대 시행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반발하며 무기여 연금, 사회수당식 연금을 원칙으로 하는 '장애인 연금법'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 및 시위를 벌여왔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의 취업률이 28%(34만명)인 현실에서 기존의 장애인 복지법 내 장애인 수당으로는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무기여 연금으로 사회수당식 연금인 '장애인 연금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연금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장애인 연금은 일반 다른 연금과 달리 연금을 받는 사람이 보험료를 내지 않고 연금을 받는 '무기여 연금'으로 연금지급에 필요한 기금은 국가가 전액 대신 지급하여 운영된다. '기본급여'와 '생활급여' 두 가지 형태로서, 기본급여는 장애인으로 등록된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것이며, 생활급여는 18세 이상 성인장애인 중에 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장애인과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 국민연금과 같은 4대 보험의 혜택을 받는 장애인을 제외한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된다.
생활급여는 장애등급 1∼3급까지의 장애인을 1급 대상자로, 4∼6급까지 장애인을 2급 대상자로 정하고 1급 대상자에게는 35만원을, 2급 대상자에게는 28만원을 지급하는 등 중증과 경증에 차이를 두고 있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총지급액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 18세 이전의 장애인과 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장애인 = 15만원
- 1급 대상자 : (기본급여)15 + (생활급여)35 = 50만원
- 2급 대상자 : (기본급여)15 + (생활급여)28 = 43만원
- 50만원 미만의 소득이 있는 장애인은 50 - 자기소득 = 지급액
장애관련 단체들은 연금법 조성을 위해 총 4조 3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의 약 1/2 수준의 막대한 금액이지만 단체들은 장애인 연금법 제정으로 오히려 경기활성화 조성은 물론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위드뉴스는 장애인 연금법에 대한 일반인들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장애인 단체에서 연금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활동가, 장애인연금법제정 공동대책위원회 유흥주 공동대표,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이하 한뇌연) 장애인연금법투쟁위원회 김주현 위원장, 한뇌연 서기현 정책담당간사와 함께 장애인 연금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과 쟁점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았다.
현재 장애인 수당 대상, 전체 장애인의 10% 불과
◇이하 인터뷰 전문
위드뉴스 = 현 장애인 복지법 내 장애인 수당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흥주 = 현 장애인 수당의 금액은 5∼8만원 선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실질적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금액을 지급하고 있으며, 그 적용대상도 한정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지급 받고,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장애인 연금법이라는 제도가 없지만, 우리나라처럼 지급자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장애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수당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장애인 연금법을 택할 필요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수당제가 이미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와 별도로 대안적인 성격을 띄는 장애인 연금법 제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기현 =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수당은 사회 부조(社會扶助)의 성격이 강하다. 원래 장애수당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발생과 소득감소를 보전해주는 취지로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생활보호대상자에게만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수당이 아닌 부조라 할 수 있다. 현재 수당을 받는 대상은 차상위계층 1,2,3급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비율의 소수를 차지할 뿐이다. 지급대상 선정 기준도 엄격하고, 급여 또한 턱없이 적다.
김주현 = 연금법 제정으로 조성해야 할 금액을 우리는 4조 3천억원으로 보고 있는데, 국회에서 계산한 금액은 7조 3천억원이었다. 어떻게 그런 금액이 나왔는지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너무나 부푼 금액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현재로서는 장애인 연금법 제정이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다.
유흥주 =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주는 형태'이다. 연금법은 장애인들을 더 이상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닌 연금을 기초로 주체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생활조사도 하지 않고, 지하철, LPG차, 버스 등의 얘기만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장애인 연금법을 주장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들도 당당한 '소비자'가 되기 위함이다. 아시다시피 장애인들이 소비자가 되기는 무척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장애인 취업률이 28%에 불과하고, 이전 장애인 수당 지급대상인 기초생활보호자는 전체 장애인의 10%에 불과했었다. 결국 아주 가난해 수당을 지급받거나,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둘에 해당하는 장애인보다 그 외에 해당하는 장애인들이 더 많고, 그들이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연금법 바탕으로 장애관련 산업 육성 가능
위드뉴스 = 정부는 장애인 5개년 계획안에 포함되어 있다며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는데
유흥주 = 정부는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지난번 특수교육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가 다시 부분적으로 책정되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장애인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을 홀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지난 1년간 국민적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금액을 마련할 것인가 의구심이 생긴다.
둘째로 장애인 연금의 시급성이다. 전체 장애인의 90%가 중도장애인인데 중도장애인의 경우 과학기술의 발달로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으나 10%에 해당하는 뇌성마비와 같은 선천적 장애인의 경우 그런 기회조차 가지기 어렵다. 그리고 전체 장애인 중 70%가 40대 이상으로 장애인들이 고령화돼가고 있다. 선천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는 선천성 중증장애인이나 고령화되고 있는 장애들에게 5년을 기다리라고 말 할 수 있는가. 라면도 끓여먹을 수조차 없는 장애인들의 그동안의 삶은 누가 보장해 줄 것인가.
현재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 GNP 중 18%정도밖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본은 GNP가 10,000달러일 때 30%를 사회보장비로 할당했다. GNP가 2만달러로 상승해 갈 때도 그 30%를 유지하며,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유지하면서 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외계층에게 GNP 2만달러 달성을 위해 더 참고 견디라고 말하는 형국이다. 소외계층에게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계속 '소외'되어 있으라고 말한다.
서기현 = 경제가 어려워서 (장애인 연금법 제정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과도한 국방비는 무엇인가? 핑계만 대지 말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정부가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경제력이 10위에 해당한다.
김주현 = 미국의 경우 ADA법의 전신인 재활법이 성립되던 시기는 1920년대로 대공황의 시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하고 국가 경제는 피폐해져가는 상황이었지만 미국정부는 사회보장제도 확립을 통해 국가경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고 노력했다. 사회복지정책을 일방적 비용이 아니라 수익이 가능한 '투자'로 보고 실행했던 것이다.
서기현 = 장애인 연금법을 장애인 유료활동보조인, 전동휠체어, 의료비용 보조 등을 장애인들에게 직접 지원하면 전동휠체어 회사, 의료기회사 등의 관련 산업이 육성될 것이다. 그러한 자금의 흐름이 경제의 윤활류 역할을 하며 현 경제불황을 타계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주현 = 노인들도 엄밀하게 말하면 장애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장애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할 수 없는 인간이 아니라 노동 가능한 환경만 조성이 되면 언제든 노동 가능한 인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환경을 조성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장애인 연금이다. 실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인들 손에 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장애부분도 장애인 연금법을 바탕으로 충분히 산업화 될 수 있다고 본다.
장애인지원은 복지관, 관변단체 중심이 아닌 장애인 개인중심으로
위드뉴스 = 장애인 연금법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경제적 효용성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것 같다.
서기현 = 한국 사회는 장애인들이 기본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지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나의 경우에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학교에 되어있었다면, 학교도 다니고 취업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가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받고 취업을 할 수 있겠는가. 밖에 나간다고 해도 5cm의 턱에, 수백개의 계단이 이동을 제한한다. 경제적 효용성을 따지기 전에 국가가 장애인이 사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마련해줬는지 묻고 싶다.
유흥주 = 우리보고 놀고먹는다고 말하는데, 우리가 놀고먹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결국 대안은 첫째, 장애인도 '소비자'로 이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연금법 제정으로 장애인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해주면, 오히려 이 사회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다. 매달 4000억원대의 소비시장, 경제블록을 생성할 수 있다고 본다. 장애인이 소비자가 된다면 소비자인 장애인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편의시설이 따라서 설치 될 것이다.
둘째로 심각하게 편중돼있는 부를 고루 분배하는 것이다. 상위 20%, 특히 5%에 전체 부의 40%가 편중돼있다. 그 부를 분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더불어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자라면 잘라버리고 뒤쳐지면 도퇴시키고, 늙으면 명퇴시키며 잘난 사람들만을 바라보는 사회가 아닌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들과 같이 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위 세가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장애인 연금법 제정은 필수라고 본다.
김주현 = 장애인 관련 정책 지원은 복지관이나 관변 단체, 장애인 단체가 아닌 장애인 개인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그게 더 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법률제정 문제에 있어서도, 새로운 법제정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법률을 제대로 지키나가는 것에 더 치중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장애인 관련 법률체계는 일본보다 앞서있다고 한다. 지금 있는 법만으로도 잘 지켜기만 하면 장애인의 현실은 20년 정도 당겨질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연금법도 장애인 복지법상의 수당이 그 의미대로 지급되었다면 굳이 연금법제정을 주장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법률제안도 중요하지만 준법투쟁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기존의 법을 지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더욱 가깝게 느껴질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장애인 연금법은 제정되어야 한다.
서기현 = 교육문제도 중요하다. 동네에 복지관이라도 들어오면 큰 일이 난 것처럼 성황인데, 이러한 차별적 현상을 타파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육이다. 그리고 장애인 연금법이 모든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긴호흡, 강한 걸음"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호흡은 길게 걸음은 힘차게.
유흥주 = 아무 것도 해주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살아라'라고 말한다.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정부는 장애인 연금법 제정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적 제도를 필히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