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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드' 콘셉트를 앞세운 혼다의 기세는 무서웠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각기 다른 세 가지 장르를 지향한 NC700X, NC700S, 인테그라는 소비자들의 경제력과 다양한 취향을 섬세하게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 혼다는 '뉴 펀더멘탈' 콘셉트(NEW FUNdamental Concept)를 발표했다. 이른바 대중적인 엔트리 클래스에 혁신을 꾀한 것이다. 이 새로운 콘셉트는 지난 NC700시리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엔진과 스틸 다이아몬드 프레임, 17인치 전후 휠 등을 통합 개발해, 공유하는 방식을 그대로 접목했다.
신뢰를 대신하는 이름, CB
특히 차세대 엔트리 모터사이클의 표본으로 정의한 뉴 펀더멘탈 콘셉트는 혼다의 보편화된 모델명이기도 한 ‘CB’라는 이니셜을 전면에 내세웠다. CB는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CB400과 CB1300을 지칭하는 모델명으로, 20년 동안 동급의 네이키드 장르에서 No.1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단지 성능뿐만이 아니라 내구성까지 검증된 CB 시리즈의 명맥과 기대가 오롯이 뉴 펀더멘탈 시리즈에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연히 뉴 펀더멘탈 시리즈는 CB500F, CB500X, CBR500R 세 모델로 구분된다.
각각 네이키드, 어드벤처, 스포츠의 세 가지 버전으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만, 새롭게 개발된 배기량 500cc의 병렬 트윈 엔진은 누구나 다루기 쉬운 출력특성을 지녔다. 지난 수십 년간 뛰어난 완성도로 신뢰를 쌓아온 모델명인 ‘CB’를 사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혼다의 자신감은 NC700 시리즈의 성공에 이어 CB 시리즈에도 이어졌다. 더욱이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즉 듀얼 퍼퍼스 장르의 계보는 크로스투어러와 NC 700X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CB500X로 전해진다.
크로스오버의 다운사이징
CB500X는 NC700X의 다운사이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혼다가 발표한 글로벌 모델 전략은 바로 군살빼기다. 혼다의 다운 사이징은 단지 엔진이나 차체의 크기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격의 볼륨까지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그레이드를 낮춰 NC700X조차 접근하기 어려웠던 소비자를 위해, 혼다가 제안하는 대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비록 CB500X의 엔진과 플랫폼은 CB500F와 CBR500R과 공유했어도, 지향점을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은 차체 구성에서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다 특유의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적 통일감을 위해 크로스 투어러, NC700X, CB500X에 이르기까지 프론트 페어링의 스타일은 그대로 공유한다. 비록 엔트리 모델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지향점은 동일한 것이다.
CB500X의 엔진은 CB500F와 CBR500R과 동일한 471cc의 병렬 2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NC700X의 병렬 2기통 엔진에 비해 크기는 작아졌으나, 최고출력은 8,500rpm에서 46마력(hp)이 발생한다. 배기량은 200cc나 차이가 나면서 출력은 고작 5마력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43Nm의 최대토크 역시 7,000rpm 영역대에서 분출해, 도심 주행, 투어, 오프로드에 이르기까지 편안하면서도 다루기 쉬운 출력특성을 지녔다.
또한 CB500X는 NC700X의 엔진과 달리 크랭크의 배치를 180도로 설정하고 카운터 밸런서를 장착해, 병렬 2기통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진동을 상쇄시켰다. 자연히 크랭크 폭발간격으로 인해 배기음은 박진감 넘치게 전달되지만, 엔진 소음은 최소화되었다.
모험을 감안한 특별한 설정
PGM-FI 연료분사 방식을 채택해 공인연비는 리터당 27km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CB500X의 연료탱크 용량은 플랫폼을 공유한 CB500F와 CBR500RR 보다 1.6리터 큰 17.3리터로 장르적 특성을 감안했다.
특히 CB500X의 장르적 특성은 구조적인 차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7인치 휠을 비롯해, 웨이브 싱글 타입에 320mm, 240mm라는 전후 브레이크의 사이즈도 동일하지만, 프론트 포크(26.5도)의 캐스트 각도와 트레일 간격(108mm)에서 CB500F(25.5도, 101.9mm), CBR500R(25.5도, 102.6mm)과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미묘하지만 1,421mm의 휠 베이스와 810mm의 시트고는 CB500F와 비교하면, 각각 11mm와 20mm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이 수치는 크로스오버라는 다양한 주행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CB500X만의 차이점이다.
아울러 41mm 사이즈를 지닌 프론트 포크의 스트로크 간격도 CB500F에 비해 훨씬 길게 작동하며, 이를 통해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충격에도 차체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높은 핸들바의 위치는, 스탠딩 포지션이나 험로 등과 같은 상황에서도 컨트롤이 자유롭다.
CB500X는 완전한 듀얼 퍼퍼스라고 보기 힘들다. 장비중량도 195kg으로 배기량에 비해 무거운 축에 속하고, 12가닥의 캐스트 휠은 본격적인 험로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 지 미지수다. 하지만, CB500X는 엔트리급이라고 적당히 타협했던 과거의 모터사이클과는 다르다.
적어도 플랫폼 공유라는 한계를 벗으려는 노력과 장르적 특성에 대한 정확한 포지션 설정이 그 증거다. 결국 CB500X는 과거에 비해 한층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제 모험을 즐길지 말지,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CB500X를 선택하는 순간, 누구에게나 모험은 허락되기 때문이다. |
[출처] www.bikersla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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