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낮 제주시와 추자도 사이 관탈섬 인근 해상에서 불법 낚시어선 단속과 갯바위 낚시객 안전사고예방 형사활동을 벌이던 제주해경소속 100t급 경비정(P-136정)이 암초에 부딪쳐 수심 80m 해저로 완전 침몰했다. 다행히 승선원 12명은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제주해경 이춘재 서장은 4일 오후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경비정은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수중 암초에 선저가 접촉되면서 밑창이 터진 뒤 기관실에 바닷물이 대량 유입돼 침몰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비정은 수직방향을 탐지하는 측심기능은 갖고 있으나 앞쪽의 암초를 탐지하는 기능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는 승선원들이 암초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얘기다.
70억 7000만원을 투입해 45노트 속력에다 3700마력의 엔진과 위성항법장치 등을 갖춘 최신형 형사 기동정으로서 지난해 12월부터 제주해상에 첫 선을 보여 온 경비정이 불과 5개월 만에 암초에 의해 날려 보내 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
무엇보다 제주취역 이후 매일 같이 해상순찰을 해온 해경이 어선과 낚시객들조차 익히 알고 있는 관탈섬 인근 암초의 존재를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어선이 경비정을 인도해야할 판이니 가관이다.
더구나 해경 발표와는 달리 국립해양조사원의 해도 상에는 사고해역이 위험지역으로 표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무지(無知)도 이런 무지가 없다.
특히 사고 발생 때는 간조시간대와 맞물려 수위가 낮아진 상태였다고 한다. 해상날씨도 1m의 파도와 6~8m의 북동풍이 부는 등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면 수심이 낮은 곳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다는 경비정의 특성에 의존,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증폭되고 있다.
결국은 국고 손실만 커지고 해상치안엔 커다란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