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날보다 일찍이 일어나 엉망으로 흐트러진 홀을 정리했다. 쓰러진 난로를 세우고 그 위에 부러져 뒹구는 연통을 차곡차곡 쌓았다.
다른 날보다 몇 배나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바닥 청소를 마치고 쓰레받기에 부서진 베니다 조가리를 담고 있는데 배중사가 들어온 것이다.
배중사는 어제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심병장님, 어제 제가 실수를 많이 했지요?" ----심병장님? '님'짜가 이상스럽게 들렸다.
"---" "심병장님 미안합니다." "미안한 건 아십니까?" "미안해요. 술만 마시면 나도 모르게 어뚱한 짓을 하니까요." "저것 좀 보세요. 저걸 어떡하시겠습니까?"
발에 채여 깨진 부대 마크는 말이 아니었다. 독수리 날개며 날카로운 부리가 가슴과 함께 부서져 엉겼다.
배중사는 급히 어디론가 나갔다가 왔다. 망치와 못을 가지고. 그리고 깨진 마크를 톡톡 두드리며 고쳐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앙상한 베니다판은 건드릴수록 부서져 이제는 날개고 뭐고가 다 없어지고 구멍만 뻥뚫렸다.
난감한 얼굴로 배중사가 말했다. "심병장님 나좀 살려주소. 어떻게 보고할 생각이시오?" "사실대로 해야지요." "사실대로 하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 아시잖아요." "대가를 받으시면 되지요." "강등에다 남한산성감이라는 걸 알고 하는 소리요?"
강등과 남한산성은 장기복무자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형벌이다. 내가 사실대로 보고하면 그는 그렇게 무서운 벌을 받아야 한다.
"심병장님 봐주소." "모르겠습니다." 이때 교육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있었다. 그는 허둥지둥 망치를 들고 허리를 깊게 숙여 보이고 나갔다.
그가 나가고 바로 선임하사가 출근했다. "이보라 심뱅장, 저기 뭐꼬?" "뭡니까?" "누가 저 부대마크를 저렇게 만들었는가?" "제가요" "와? 니 어제밤에 술 마셨나?" "아닙니다" "그러데 와 이리했노?" "어제 혼자서 술통을 굴리다가 잘못해서 술통이 난로를 치고 난로를 따라 연통이 쏟아지며 연통과 술통에 부딪쳐 그렇게 되었습니다."
선임하사는 뻥 뚫린 구멍을 보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렇게 해서 된 것이 아닌 것 같다. 참 이상타." "제 말을 못 믿으시겠다구요? 제가 청소하면서 지저분한 것을 뜯어냈습니다. 그래서 구멍이 더 크게 난 것입니다."
"믿을 수는 없지만-- 심병쟁 맴이 원채 좋은 사람이라 남의 죄를 옳게 말하지 않을 끼고만."
그렇게 하여 선임하사는 끝났고 잠시 후에 중대장이 들어와 크게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아니 저게 어찌된 일이랑가?" "뭐 말씀입니까?" "이 부대 마크 어느 놈이 이렇게 해 놓았는지 말해보드라구" "제가 그랬습니다." "아아니 간밤에 술마셨능가?" "아닙니다."
나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독같은 거짓말을 했다. 중대장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심병장이 그랬다면 어쩔 것이여. 빨리 단장님 보시기 전에 목공소에 연락혀서 고쳐야지."
그날 따라 단장님도 출근하자마자 피엑스로 먼저 나타났다. "이거 어떤 친구가 이랬어? 부대 마크는 우리의 상징인데 이렇게 부순 사람이 누구야?" "접니다." "심병장이?" "네"
나는 역시 똑같은 거짓말을 했다. 부대장님도 머리를 갸웃하더니 "믿을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게 힘든 일을 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고 어떻게 혼자서 해. 앞으로는 혼자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해. 빨리 고쳐야지. 이번에는 전보다 튼튼하고 더 멋있게 고치라고 해야겠군--"
단장님은 뒷짐을 지고 홀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갔다. 일은 그렇게 하여 잘 끝냈다. 이제는 배중사를 골려주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혼자 킥킥 웃었다.
제1교시가 끝나자 배중사 전화가 왔다. "심병장님, 나 지금 마음이 말이 아니야. 단장실에서 부를까봐 오금이 저려." "기다리세요, 곧 단장님실에서 호출하실 겁니다."
다시 점심 시간이 되었다. 배중사는 테이프와 망치와 못을 가지고 들어왔다. "심병장님, 나 살려줄 거야 죽일 거야?" 그는 또 구멍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마크를 고쳐보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건드릴수록 구멍이 더 커질 뿐이었다.
그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오후 교육을 들어갔다. 마지막 1교시를 남겨 놓고 또 전화가 왔다. "심병장님, 나 살려준 거야?" "아직도 호출전화가 안 갔습니까?" "아직도야, 나 가슴이 저려 아무것도 못하겠어" "더 기다려 보세요"
하루는 지나가고 퇴근시간이 되었다. 배중사는 가방을 가슴에 품고 허겁지겁 피엑스 안으로 들어왔다. "심병장님! 나 살려준 거지?"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그를 술통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술 한 그릇과 빵을 주며 "속도 쓰리시지요?" "속도 쓰리지만 그게 문제인가?" "자, 이 술 한잔 드세요. 안주는 이 빵을 하시고요" "아니? 술까지?" "이제 마음 놓으세요. 잘 해결해 두었어요." "정말인가? 고맙습니다. 심병장님." 그는 술을 쭉 들이켜며 나를 감사의 빛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무리 왕주먹도 법은 두려워하는구나, 약한 사람! 술이 원수지. 무슨 술을 그렇게 엉망으로 마셔가지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잔 더 드세요. 앞으로는 중사님께 날마다 술을 드릴게요. 퇴근하실 때 컬컬하시면 오세요. 언제든지 마음껏 마시게 해 드릴게요" "아니야. 용서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 그러면 되나. 심병장님 마음 알았으니 우리 잘 지내봅시다."
배중사는 퇴근한다고 나갔다. 나와 악수까지 하고. 그런데 저녁 8시쯤해서 어디서 마셨는지 잔뜩 취해가지고 나타났다. 홀에는 수십명이 술을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며 와글거리고 있었다. 배중사가 나타나자 모두들 찔끔해서 눈치를 살폈다. 배중사 입에서 호령이 떨어졌다.
"동작 그만!" 피교육자들에게 이 명령은 칼이다. 전원이 들던 술잔도 든 채 로버트들처럼 동작을 딱 멈추었다.
"너너너. 흐트러진 그릇 닦기! 너너너 바닥 청소! 동작 개시!" 지적받은 군인들은 일제히 일어나 자기 임부를 수행했다. 잠깐 사이에 홀은 정리되었고 나머지들은 슬금슬금 다 달아나고 나는 일을 끝내야 했다.
배중사는 웃으면서 나갔다. "심병장. 잘자. 나 간다!"
일은 그날 밤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 다음 날부터 저녁 8시만 되면 나타나 외쳤다. "동작 그만! 너너너너너."
나는 그날부터 저녁 청소며 그릇 정리를 하지 않았다. 그건 배중사의 몫이 되었다. 배중사는 나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고 언제나 술을 마음껏 줄 생각이었으나 그는 공술은 맛이 없다며 돈을 내고 마셨고 어쩌다가 한두 잔 내 권에 못 이겨 마시는 정도였다.
ㅎㅎㅎㅎㅎ 짖굿으시네요.ㅋ //저도 딱~ 한번 필름이 끓긴적이 있어요.. 25살때.. 영등포 어느주점에서.. 레몬소주마시고 맛이 갔었지요..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계단이 마구 덤비데요..ㅋ 결국 업혀서 가다 어느 커피숍에 들어 갔는데.. 거기서 먹은걸 다 확인하고 난리가 났었지요.. 그때가 첨이었네요.-,-;;
첫댓글 진실은 어디서나 통하는 법이지요.. 아름다운 얘기네요..^^ 늘 너그러운 마음이 되도록 노력 해야 할듯해요..ㅎ
함 직접 가서 해봐여 , 우리여자는 해보고잡아도 오란디가 음어서 ,,
나도 술에 관한 실수담이 있긴 있는데 말하면 안됨
수다방에 대고 까발려 봐요 ,아니면 익명방에? ㅎㅎㅎ 그럼 누군지 미리 다 알고있고 울메나 좋아여
ㅎㅎㅎㅎㅎ 짖굿으시네요.ㅋ //저도 딱~ 한번 필름이 끓긴적이 있어요.. 25살때.. 영등포 어느주점에서.. 레몬소주마시고 맛이 갔었지요..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계단이 마구 덤비데요..ㅋ 결국 업혀서 가다 어느 커피숍에 들어 갔는데.. 거기서 먹은걸 다 확인하고 난리가 났었지요.. 그때가 첨이었네요.-,-;;
절대 발설할수 없어요. 소문내면 죽음이라고 아들들에게 협박까지 한터에... 아! 아들들은 다 잊었을라나? 오래전 일이라,
ㅎㅎㅎㅎㅎ 그러시니 딥따 궁금해용..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