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사람이 맞을까,
조금 더 기다리면...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1년 전 오늘...프러포즈를 받았던 날,
그날 밤, 행복한 마음 반대편에서 고개를 내밀던 생각들이에요.
사실 이 남자가 내 이상형은 아니었거든요.
물론 이 남자도 내가 자기 이상형이 아니였대요.
남편이 친구들 모인 자리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자기는 긴 생머리에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즐겨 입는
다소곳한 여자와 결혼해서 닭살 돋게 살고 싶었다구요.
그래서 나도 질세라 받아쳤죠.
나도 '왕' 자가 새겨지는 근육질의 남자를 만나서,
매일 아침 두꺼운 팔에 매달려 철봉하며 살고 싶었다구요.
결과적으로 우린 둘 다 이상형을 만나는 덴 실패했습니다.
전 짧은 커트머리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여장부 스타일이고,
남편은 허리 사이즈 28을 입는 깡마른 체형에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이 전부인남자거든요.
그런 우리가 만난 지..오늘이 2년째 되는 날입니다.
작년 그에게서 프러포즈를 받은 날이가도 하구요.
사실은 그 날, 느낌이 딱 왔어요.
전화를 해선 별난 부탁을 하는게..평소랑 다르더라구요.
"저기..오늘 딱 하루만 하늘거리는 원피스 좀 입어주면 안 될까?
나도 멋진 넥타이 매고 나갈게"
그래서 큰 맘 먹고 백화점에 가서 하늘색 원피스를 사 입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진짜루 영화 같은 프러포즈를 받았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남이 하면 유치하고, 내가하면 낭만인 거요.
차 트렁크를 열면 풍선이 딱..날아 오르고,
그 순간 장미 백송이를 나에게 바치며
"나와 결혼해 줘"
어떤 여자가 이런 상황에서 고개를 가로저을 수 있겠어요?
눈물까지 보이며 수십 번 고개를 끄덕인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때서야 정신이 바짝 들면서,
과연 이 남자일까..하는 생각으로 밤을 샜습니다.
어, 중국에 가 있어야 할 동생한테 전화가 왔어요.
휴가라고 친구들하고 만리장성 보러 간다더니, 안 갔다네요.
같이 수영장이라도 가자고 하는데,
"오늘 중요한 날이라서 안 되겠다..원래 가려던 사람이랑 가"
그 날 입었던 하늘색 원피스를 꺼내 입었습니다.
1년 만에 입어 보는데..살짝 끼네요.
우리 남편, 들어오면 어떤 반응일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엔 등호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혼은 이상형과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거라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