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무엇을 먹었을까? 면류의 나이는 몇 살? 황제가 하늘에 바치던 제물이자 일상적으로 먹던 대표적인 육류 개고기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중국, 한국에서도 옛날에는 일본처럼 젓가락을 가로로 놓았다? 중화요리의 진수라는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홍루몽』엔 나오지 않는 까닭은? 『시경』의 잉어찜에서 ‘영화로운 중국의 닭’(룽화지, 榮華鷄)까지, 식탁 위에 펼쳐진 중화요리 4,000년의 대향연.
공자는 무엇을 먹었을까? 양귀비는 춘쥐안을 먹어보았을까?
요리의 종류가 5,000종에, ‘땅에서 네 다리 달린 것 가운데 안 먹는 것은 책상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가운데 안 먹는 것은 비행기뿐’(덧붙이자면, ‘물에서 헤엄치는 것 가운데 안 먹는 것은 잠수함뿐’)이라는 중화요리.
하지만 4,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화요리 중 ‘마누라를 잡혀서라도’ 먹어봐야 한다는 최고의 요리 ‘상어지느러미 찜’(紅燒排翅, 샥스핀)의 역사는 기껏해야 400년, 그 유명한 베이징카오야(北京烤鴨, 베이징 덕)는 100년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중화요리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지금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중화요리들은 과연 언제쯤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공자는 무엇을 먹었을까?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식단에는 춘쥐안(春捲)이 있었을까? 황제가 하늘에 바치던 제물이자 일상적으로 먹던 대표적인 육류 개고기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중국, 한국에서도 옛날에는 일본처럼 젓가락을 가로로 놓았다고? 중화요리의 진수라는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홍루몽』엔 나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지은이가 오랫동안 품어온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이다. 지은이는 4,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화요리가 중국의 풍토, 그리고 왕조 및 지배민족의 잦은 교체, 이민족, 이문화와의 교류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풍부한 사료와 함께 잘 간추려 소개하고 있다.
더욱이 단순한 사실(史實)의 평면적인 나열이 아니라, 각 시대별로 관심을 끄는 핵심적인 주제를 잡아 중화요리가 오늘의 모습을 띠기까지의 주요한 변화를 그 배후에 깔린 동인과 함께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최근 10여 년 사이 중국, 중국인, 중국문화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책을 찾기 힘들었던 중국의 음식문화사를 깔끔하게 정리한 책이다.
그리고 지은이가 그려낸 중화요리 4,000년의 역사는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중화요리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를테면, 2,500년 전의 공자는 소반에 차려낸 기장밥을 손으로 집어먹었다.
들어가며-끊임없이 변모하는 중화요리
도대체 중화요리란 무엇인가/ 상어지느러미 요리의 역사는 길어야 400년
주식의 변천/ 근대 중화요리는 명나라 때 시작되었다
홍콩 음식문화의 북진/ KFC 대 ‘영화로운 중국의 닭'
제1장 공자의 식탁-춘추전국 시대
1. 2,500년 전의 주식
손님 접대에 내놓은 기장밥/ 공자 시대에는 콩도 주식이었다
맹상군의 여인들은 조를 먹고
2. 공자는 무슨 요리를 먹었을까
고기는 역시 돼지고기/ 『시경』에 등장하는 생선들
적어도 20종의 채소를 먹었다
3. 춘추 시대의 조리법
생고기를 회라 한다/ 조리법의 중심은 삶기와 굽기
채소는 국이 아니면 데치거나 절여서
4. 식습관은 제사에서 나온다
통째로 찌고 통째로 굽는 조리법/ 신이 먹는 것은 인간도 먹는다
신은 어떤 조리법을 좋아할까
5. 공자의 식탁예절
밥은 손으로 집어먹었다/ 젓가락은 요리나 국 건더기를 먹을 때만
요리는 사람마다 따로따로/ 백성은 하루 두 끼니, 상류층은 세 끼니
제2장 국수의 연륜-한대
1. 낟알 그대로 조리해 먹던 보리
낟알을 먹는 입식문화의 유래/ 조가 주식으로 선택된 까닭
남방에서는 쌀이 주식
2. 분식의 등장
한나라 때의 ‘몐'과 ‘빙’/ 장건이 서역에서 밀과 분식을 들여오다
밀이 주요한 작물로/ 면류를 일상적으로 먹게 되다
3. 한나라 시절의 식생활
중원에서 벼농사가 시작되다/ 마왕두이 고분의 부장품에서 알 수 있는 것들
2,000년 전에 온실재배가 있었다/ 외식업이 생겨나다
제3장 식탁의 빅뱅-위진.육조 시대
1. 후빙의 변천
2,000년 전의 양식요리, 후빙/ 반죽한 밀가루를 후빙루에 넣어 굽는다
여포의 군대를 후빙 1만 장으로 환대하다/ 백거이가 노래한 후빙의 향내
2. 분식이 주식으로
3세기에는 발효기술이 있었다/ 『식경』의 효모 만드는 법
황실의 제사에도 빙류가 오르고/ 다양한 빙류의 기록
제사에는 주식이 쓰인다/ 입식에서 분식으로
3. 유목민족에게서 전해진 요리들
후파오러우는 유목민족의 양고기 찜구이/ 후겅, 오랑캐의 국
사치의 상징이었던 창주/ 후판, 오랑캐의 밥/ 맥족에게서 전해진 모즈
제4장 개고기, 먹어야 하나 먹지 말아야 하나-수.당 시대
1. 개고기와 동서교류
완전히 사라져버린 개고기의 수수께끼/ 개는 신석기 시대부터 기른 가축
'헌'(獻)은 개를 종묘에 바친다는 뜻/ 형가는 개백정의 친구, 번쾌는 개백정
개 한 마리에 비단 몇 천 필/ ‘페르시아 개'에게 최고의 작위를 내리다
개고기를 먹으면 염라대왕이 부른다/ “이러할진대 개고기를 먹을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비천한 음식으로 전락한 개고기/ 잊혀진 진미
2. 비단길을 타고 들어온 향신료
후추는 서역에서 난다/ 페르시아 특산물로 기록된 필발
중국 원산의 귤과 외래의 귤/ “호국에 10쪽이 하나인 마늘이 있다”
3. 서역에서 들어온 음식물
당나라의 '호식'은 두 가지 뜻/ 후빙과 사오빙은 어떻게 다를까
저승사자가 코를 움켜쥔 비뤄/ 호두와 아몬드가 다른 점/ 외래 채소를 먹는 방법
제5장 양고기 대 돼지고기-송대
1. 돼지고기의 영욕
송나라의 요릿집에는 돼지고기가 없다/ 둥포러우, 소동파의 돼지고기 예찬
흉노족, 돌궐족, 거란족/ 양고기가 남송을 장악하다
2. 중화요리는 기름기 많고 느끼하다?
『식보』에는 기름진 요리가 없다/ 당나라 때는 생선과 채소를 날로 먹었다
볶음요리는 송나라 때 나타나지만/ 지금의 볶음과는 달랐다
『산가청공』의 담백한 요리들
3. 문인계층의 입맛
초에 절인 송나라의 나물무침/ 기름 없이 채소로 끓인 맑은 국
모든 요리에 생강이 들어갔다/ 그 시절에는 국화와 버들잎도 먹었다
제6장 젓가락이여, 너마저-송.원 시대
1. 젓가락은 왜 세로로 놓는가
고대에는 중국도 가로로 놓았다/ 세로로 놓게 된 것은 송대 이후
돗자리에서 테이블로/ 나이프를 쓰는 유목민족의 영향
밥은 숟가락, 국 건더기는 젓가락/ 숟가락이 사라지다
가느다란 국수와 젓가락의 북상/ 밥을 막대기로 먹는다/ 명나라의 베이징 천도가 계기
2. 원대의 요리와 조리법
마르코 폴로가 본 칸의 향연/ ‘취진이찬' 95종의 78종이 양고기 요리
요리도 조리법도 다양해지고/ ‘회회식품'과 ‘여직식품'
3. 춘쥐안의 내력
춘쥐안이라는 이름은 100년 전부터/ 껍질 만드는 법이 달랐다
일본의 짭짤한 맛, 중국의 달콤한 맛/ 춘쥐안의 원형은 이슬람 식품
제7장 아아, 상어지느러미-명.청 시대
1. 진미가 발견되기까지
마누라를 잡혀서라도 먹어봐야/ 『본초강목』의 상어지느러미
명나라 황제도 상어지느러미는 몰랐다/ 17세기의『식헌홍비』에 최초로 등장
말린 상어지느러미로 찜을/ 원매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50년
연회 요리에는 반드시 나온다/『홍루몽』의 수수께끼/ 건륭제와 광서제 사이
2. 고추가 맛의 혁명을 일으키다
혁명가는 매운맛을 좋아한다/ 고추 이전의 쓰촨요리에는/ 18세기까지는 무명이었다
쓰촨인이 쓴 요리책에도 없는데/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궁중요리에는 고추가 없다/ 서남에서 북방으로/ 연회에는 낄 자리가 없다
세체니 백작 일행의 '매운맛'/ 담백한 요리라야 모두가 즐길 수 있다
그 유명한 중화요리들의 숨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