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개요
ㅇ 언 제 : 2023. 6. 28(수)
ㅇ 누 가 : ’그그들‘ 8명
ㅇ 어 디 : 국립대전현충원(대전시 유성구 갑동 소재)
ㅇ 날 씨 : 흐림
모임앨범
끝나지 않은 전쟁
문명의 이기(利器)를 좇으며 편리한 것만 취하다보니 가는 세월을 가끔씩 잊게 됩니다.
날씨가 후덥지근하여 여름이려니 했더니, 지난주가 하지(夏至)였습니다.
어느덧 호국보훈의 달 6월도 끄트머리인데요, 뜨거운 초여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습니다.
국토방위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충렬(忠烈)을 높이 드러내는 게 현충(顯忠)입니다.
현충원만 오면 전쟁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아련한 진혼곡(鎭魂曲)의 환청(幻聽)이 오버랩(Overlap)됩니다.
전사한 군인을 안장한 후 총을 거꾸로 무덤에 꽂아 철모를 총대머리에 얹고는 나팔수가 트럼펫을 부는 장면이 겹치면서 말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1862년) 북군의 중대장이었던 아버지가 병사로 남군에 가담하여 싸우다가 전사한 아들의 시신을 마주하곤 망연자실(茫然自失)합니다.
특별 장례허가를 받은 아버지는 음악도(音樂徒)였던 아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악보를 군악병에게 건네며 불어달라고 청합니다.
이것이 진혼곡의 시초라는데요, 참으로 기구한 운명입니다.
이곳에 묻힌 영혼들도 이런저런 사연들이 많겠죠.
73년 전에 시작된 6.25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입니다.
비목(碑木)이 되어서라도 조국을 지키겠다는 호국영령들의 헌신을 잊지 말아야 하고, ’전쟁을 잊은 나라엔 평화가 없다‘란 경구를 상기해야하는 이유입니다.
비 그친 현충원이 오늘도 그걸 말해주는 듯합니다.
제2 연평해전
[1999년 6월 연평도에서 출렁대며 올라오던 폭약냄새는
서울 어느 카페 테이블 위 농염하게 피어오르는 커피 향에 묻혀버린 지 오래
2002년 6월의 그날도 우리는 광화문에서, 시청광장에서, 종로네거리에서 대동단결 붉은 악마가 된 채
대한민국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발끝에 심장이 멎거나, 더러는 현란한 Ceremony에 정신 줄을 놓거나
더러는 치맥에 빠진 여름밤을 헤매고 있었다.
설 푸른 청년들이 포격 속에서 대동단결 붉은 악마가 된 채
더러는 다리가 잘리고, 더러는 가슴속 품은 꿈이 터져나가고
더러는 전우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피를 울분으로 지혈하면서 간절히 살기를 소망하면서 죽어갈 때
죽어가면서 서해 NLL을, 광화문을, 종로네거리를, 골목다방 커피 향을, 우리의 여름날을 지켜내고 있을 때
핏빛바다, 잿빛하늘, 막막한 전투
젊은 배는 자맥질 치며 무심한 역사의 바다 속으로 침몰되어 가고 있었다.
그날의 처참한 장면들이 부끄러운 일상에 와 부딪힌다.
용맹스런 애국의 편린(片鱗)들이 와 박힌다.
피 묻은 태극기와 애국가가 소용돌이친다.
산화한 청춘으로 여물어 가는 바다 연평도, 서해 NLL
그 자리에 내가 아니라 그대가 있었기에, 그날 우리는 목청껏 대한민국을 열창했고
어김없이 우리는 서해에 떠오르는 말간 태양을 맞이한다.
유월의 바다
붉은 소망 묻어놓은 자리에서 싹튼 평화
역사의 물결은 더욱 짙고 힘차게 출렁거려야 한다] (‘박말희’/6월의 바다)
2002년 6월 29일에 발발한 2차 연평해전을 되새기며 쓴 시(詩)랍니다.
벌써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긴 그때 죽은 이가 남긴 어린 딸이 군인이 되었으니까요.
아직도 울분이 가시질 않습니다.
1차는 1999년 6월 15일 북한함정 10척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자 우리 해군이 14분 만에 격퇴했지만, 2차는 북한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우리해군 참수리 357호정이 침몰하면서 해군장병 6명 전사했습니다.
그때의 울분이 아직도 선합니다.
육군 군종감을 지내신 ‘원오’법사님의 구슬픈(?) 축원(祝願)이 산하를 감쌉니다.
임들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보훈미래관
제2 연평해전묘역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보훈 미래관’에도 들립니다.
처연(悽然)했을 임들의 삶이 떠올라 다시 숙연해집니다.
또다시 찾아온 6월입니다.
나라를 지키다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가신 전몰장병들을 기억하며, 조국 대한민국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이 땅의 국군장병들을 신뢰합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덕분에 잘 늙어가고 있습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한명희’/비목)
빈틈
수통골에 있는 ‘장수오리’집에 들려 오찬시간을 갖습니다.
음복(飮福)해야죠. ㅎ
들어주는 이 없어도 목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오늘도 노인네들이 보이는 틈은 커 보이지만, 애써 감추려하지도 않습니다.
틈이 있어야 햇살도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빈틈없는 사람은 박식하거나 논리정연해도 왠지 정이 가질 않습니다.
틈은 다른 사람이 들어갈 여지를 만들며, 이미 들어온 사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창구입니다.
굳이 틈을 가리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열어놓는 이유입니다.
그 빈틈으로 사람들이 찾아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틈은 허점이 아니라 여유입니다.
오늘도 마음의 문을 열고, 유연한 생각으로 여유 있는 하루를 보냅니다.
끝으로 올해 정부 보훈부서가 ‘처(處)’에서 ‘부(部)’로 승격됨을 축하합니다.
덕 보는 건 없지만, 괜히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던데요. ㅎ
목욜(6. 29)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