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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원문보기 글쓴이: 정중규
용산처럼 백척간두에 선 가좌동 성당, 존치냐 철거냐?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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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가좌동성당 방문 "종교시설은 타 건축물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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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은 7월 19일 뉴타운 개발로 철거 위기에 놓인 서울대교구 가좌동 성당(주임 홍성남 신부)을 방문하여 교중미사 중 성당 존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철거현장을 둘러보았다.
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서민의 정이 훈훈했던 모래내시장에 위치한 가좌동성당의 문제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교구의 다른 성당들의 운명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면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당은 타건물과 달라.. 물질주의, 이기주의가 문제
정 추기경은 "성당은 하느님의 집이며, 신앙인의 마음의 고향"이라며 "개발과정에서 종교시설을 타건물들과 똑같이 취급하는" 관공서와 조합측의 입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재개발 과정에서 "서민들과 형편이 어려운 세입자들을 외면한 정책"을 비판하며, "재개발 사업은 주거 복지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복지는커녕 추가 부담금 때문에 원주민의 70% 이상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고 있다. 재개발 정책이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뉴타운 재개발이 오히려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라면 이런 정책은 분명히 변해야 하고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문제의 중심에는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주의와 자신만 패해가 없으면 이웃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는 이기주의"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신자들에게 "이번에 우리는 물질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하느님은 억울함을 풀어주는 정의로운 분이며, 우리의 평화이시니 대화와 타협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길 호소한다"고 밝히면서 "하느님은 여러분의 편이니 두려워 말라.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저도 여기에 오지 않았는가"하며 함께 할 뜻을 비추었다.
현재 가좌동 성당은 성당 존치를 위해 30여개 성당에 나가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날은 미사 후에 각 신자들에게 서명용지를 나누어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아오기로 독려했다.
재개발조합, 성당과 이주문제 합의 안 한 채 주변부터 철거 시작해
가좌동성당이 있는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 4구역 28만여㎡에는 초고층 아파트 63개동 4천4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가재울 뉴타운 가운데 1,2구역은 이미 입주가 완료된 상태이며 3,4구역은 한창 철거가 진행중이다. 성당이 있는 가재울4구역은 2006년 1월 23일에 시공사 선정작업에 들어가고 2007년 5월에 조합창립총회를 열었다. 그해 9월 사업인가를 받고 2008년 6월 26일에 서대문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올해 봄부터 철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자기부담금 등을 사전고지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조합운영을 한 결과 '내재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별도로 만들어지고 결국 이들의 소송 제기로 지난 2009년 6월 11일에 행정법원에서 관리처분 인가 취소처분을 받았다.
현재 조합 간부들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인데,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문제제기를 받고 있으며, 직무대행 체제는 사실상 집행력을 상실한 상태이며, 오히려 정비회사가 철거와 사업시행을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주무관청인 서대문구청이 얼마나 관리에 소홀했는지, 그 직무유기적 태도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좌동성당의 경우에는, 개발 초기인 2년 전 재개발조합 측에서 새 성당부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으며, 성당 측은 이에 성당 존치 입장을 확실히 밝혔으나 조합 측이 이를 묵살하고 그동안 그 주변지역을 계속 철거해 왔다고 한다. 이 지역은 현재 주민 80%가 빠져나간 가운데 철거작업이 80%가량 진행된 상태다.
세입자 쫓겨난 상태에서, 성당측과 이해관계 다른 조합과 주민대책위
한편 가옥주로서 조합원 자격을 갖고 있으면서, 재개발조합측의 불투명한 관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던 '내재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의 김주엽 총무(57세)는 성당 측의 존치 주장에 대해서 "성당 존치는 말도 안 된다. 성당이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그곳을 깍아내려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성당이 존치되면 공사 자체를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주민대책위 측에서는 공사를 서두르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다른 지역보다 후한 보상금을 줘서 빨리 내보냈는데, 조합의 부조리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어 손해가 크고, 성당마저 존치 운운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이들 역시 가옥주로서 조합원이지만 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 개발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따라서 성당 측에서 '건축비 없이 성당부지만 제공하는 보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데 대해서 어떤 답을 줄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다.
이 지역은 가재울3구역처럼 세입자 문제가 거세게 불거져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손쉽게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는데, 주민대책위 측에서는 "4개월 분의 주거이전비 등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다"고 하지만, 이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건물 취득에 관한법율 시행규칙 제54조 2항'에 따라서 마땅히 해주어야 할 몫일 뿐이고, 이 지역에 거주자의 대부분이 노인들이고, 이 지역 역시 협박과 회유가 난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용산4구역이나 다를 바 없는 가재울4구역인데..
가좌동 성당 신자인 김원근 씨(안토니오, 38세)는 "아마도 지역 세입자들 가운데 3구역이나 다른 데처럼 젊은 사람들이나 물정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여기도 세입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이 노인들이고 그냥 도장 찍으라니까 보상비 받고 나간 것 같다"고 말하면서 "조합에서는 처음에 성당측에서 합의해 주지 않으니까, 일단 그건 접어두고 다른 데부터 철거를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지역 주민(가옥주 조합원)들의 압력으로 성당을 철거하겠다고 나선 것 같다. 그동안 조합측에서도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못하다가, 이처럼 갑자기 명도집행을 하려니 성당에서도 가만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건축비 관련해서 보상비를 더 얻으려고 성당측에서 '존치'를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 김원근 씨는 "가좌동 성당은 좀 오래된 건물이긴 해도 참 좋은 성당이다. 성당이 그대로 있으면 얼마든지 지금 상태로 지낼 수 있는데, 철거가 된다면 어차피 건물을 지어야 하고, 신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한다면 당연히 건축비도 주는 게 합리적인 것 아니냐"고 답했다.
실제로 성당 신자 가운데 세입자로 다른 곳으로 이주한 사람도 많고, 가옥주들도 입주를 포기하고 떠난 경우가 많다. 현재 성당의 주일헌금도 30%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한다. 결국 가좌동성당 측이 재개발 자체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지 못했으며, 안이한 대처로 가재울4구역의 철거가 80%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성당의 명운을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관리소홀 책임을 면할 길 없는 구청 측에서도 조합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공사를 중단시킬 수 없으며, 공사가 진행되는 한 성당이 위치한 지역은 철거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성당 측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리를 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진석 추기경이 교중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발언한 바와 같이 가좌동 성당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서 현재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23개 서울의 뉴타운재개발 지역 내의 모든 성당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홍성남 가좌동 성당 주임신부가 지난 7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개발 사업은 돈 있는 사람을 부르고, 서민을 내쫓는 비인간적 정책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는 말은 뼈아픈 이야기였다.
이날 홍 신부는 전 국민이 뉴타운과 재개발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상상해보라며 "용산참사 사건이 다른 지역 주민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깨달음은 항상 한 발 늦게 오는 것인지, 홍 신부는 "적어도 우리 신자들만이라도 재개발 사업이 얼마나 인간성을 황폐하게 하는 일인지 깨달았으면 한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현재 가톨릭교회의 사제들이 용산참사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7월 20일 오후에는 반년 동안 순천향병원 냉동고에서 있어야 했던 희생자들을 위해 위령제를 지낸다고 한다. 그곳은 용산4구역이다. 그리고 가재울4구역에선 가좌동성당이 철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곳 사제와 신자들의 말대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성당, 교중미사 때 바라본 스테인드글라스가 참으로 빛나던 성당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각기 처지는 다르지만, 같은 개발주의 정책의 연장선에서 위기를 경험하는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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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울 4구역과 용산 4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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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자 1027호 <평화신문>과 2656호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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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올 것이 온 것이 아니라 이미 수없이 우리 앞을 지나간 일들이다. 그것을 이번에 서울대교구 가좌동성당에서 제대로 ‘물꼬’를 튼 것이다. 아니 ‘물꼬’가 될 것인지의 여부는 교회언론과 교회 구성원들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거기에 따라서 이번 문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지닐 것이며, 또한 앞으로 벌어질 유사한 문제에 있어서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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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경남민언련 이사,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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