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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광초등학교총동창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선진(27회)
나는 부산에 산다. 부산은 서울만큼 다양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근현대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이 책은 부산의 역사와 추억을 담고 있는 장소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것이다. 11명의 집필진이 에세이 형식, 소설 형식 등으로 부산의 장소들을 소개한다.
- 빨래터의 추억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소는 괴정 단물샘이었다. 괴정은 우리 집으로 가는 길목인데, 타지 사람들이 오면 지명이 괴상하다고 웃곤 한다. 괴정은 회화나무의 또 다른 이름인 괴목에서 유래했단다. 단물샘은 물맛이 좋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에 빨래터가 있다. 요즘도 여전히 빨래터를 이용하는 아주머니가 있다고 하는데 물이 좋아서 세제를 안 써도 깨끗하고 개운하단다. 빨래터에는 세탁기가 주는 편리함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나보다. 여름에는 차가운 물이,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도 신기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 빨래터를 한 번 찾아가봐야겠다.
- 밥이 된 책, 책이 된 밥
나는 보수동 책방 골목을 좋아한다. 보수동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때로는 문제집, 또 때로는 소설 책을 사러 이 책방 골목을 자주 갔었다. 최근에는 정비가 아주 잘 되어 외관이 예쁜 책방도 많이 생기고, 카페도 있고, 기념관도 만들어졌다. 새 책이 가득한 서점도 좋지만, 헌 책방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이 책에서는 보수동 책방골목 이야기를 소설로 소개한다. 주인공 진수가 짜장면을 사 먹고 싶은 걸 참고 하나 씩 장만한 50여권의 책들을 도둑맞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야말로 밥과 바꾼 책이었는데, 누군가는 밥을 먹기 위해 그 책을 훔쳐 헌 책방에 내다 판다. 그 책을 다시 진수가 헌책방을 기웃거리다 발견하게 되면서 요즘엔 통 책이 밥이 되지 않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헌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한 때보수동 책방 골목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헌 책 대신 문제집만을 파는 가게도 늘어났다. 하지만 보수동 책방 골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부산의 멋들어진 관광명소가 되었다. 아무리 컴퓨터로 신문을 보고 책을 읽는 시대라지만, 종이 책이 주는 그 감성을 기억하는 한 보수동 책방 골목은 우리들의 추억 속에 계속 자리할 것 같다.
- 부산의 근대 유산들
지금 부산의 중앙동 일대와 남포동은 100년 전만 해도 파도가 출렁거리던 바다였단다. 1876년부터 바다를 메워 지금의 땅이 되었다. 이 지역은 일본의 거류지가 있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부산의 근현대사를 잘 알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도 많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부산 근대문화 유산으로 보존되어야 할 건물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이름 속에 이 건물들은 하나 둘 철거되어 사진 속 풍경으로만 남았다. 그 자리엔 모텔과 상가가 들어섰다. 한국 최초의 유치원이었던 부산유치원 건물도 그 중 하나였다. 다행히 옛 동양척식회사 건물만큼은 철거되지 않고 남아 지금의 근현대사 박물관이 되었다. 나는 가끔 이 박물관에 들러 전시관을 둘러보곤 한다. 이 건물마저 상권 개발을 한답시고 철거했더라면 아마 지난 100년 동안의 부산의 역사를 이렇게 떠올려 볼 기회도 사라졌을 것이다.
- 구포국수 먹으러 갈까?
부산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구포로 가보자. 차비는 2500원, 소요시간은 13분. 구포에는 한국 지방 금융기관의 선구라고 할 수 있는 구포저축주식회사 (1908)가 있었고 1919년 3월 29일 일제에 항거하는 만세운동을 했던 만세거리도 있다. 또 구포에서는 국수가 유명하다. 구포시장은 강물이 드나드는 저습지여서 국수를 말리면 습기가 올라와 면이 쉽게 끊어지지 않고 면발이 쫄깃해 인기가 높단다. 가격도 2,500원이라니 저렴하다. 구포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 기차타고 가서 국수로 점심을 먹고 이것 저것 시장 풍경도 구경하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