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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제외하고 너희를 해칠 사람은 없다.. "
한번쯤 뛰어보고 싶었던 길---- 정남진 장흥.. 새벽 반달을 보며 출발.. 섬진강 휴게소 에서 잠시 쉬어간다기에, 나는 계단을 올라, 흐르는 강물을 보며, 젊은날 내 아름다웠던 사람을 그리며, " 승리의 여신상 " 앞에서 다짐했다. 오늘은 최선을 다해 예전의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고..
한 두번 뛰어본것도 아닌데, 뛰는 횟수와 거리가 늘어갈수록, 긴장되고 흥분되며, 나는 몹시 조심이 된다. 먼 여정길.. 장흥 도착해서 운동장 거닐고 있는데, 배동성 사회자가 " 장유에서 오신 장찬아님 무대중앙으로 오세요.. 장흥마라톤 회장님 찾으십니다.." 잘못들었나 생각했는데, 두번째 다시 외친다.. 아~~ 이순철 회장님!! 찬아씨, 정말 반갑다고, 잘지냈냐며, 손을 꼭 잡아주신다. 그러고는 빨강색 티를 손에 쥐어준다.. 잘뛰라고--- 오늘은 대회진행 때문에 못뛰니까, 다음에 꼭 함께 뛰자 하신다. 눈물이 났다... 따사로웠다.. 출발을 울리는 소리.. 함성.. 하늘에 풍선을 날려보내며.. 좌, 우의 산과 촌락, 넓은 들녘에 푸르른 보리이파리 살랑이는 소리에, 여린 나는 말이 없어진다.. 계속 뛰는것, 이 움직임이 주는것.. 무한한 길의 공간속에, 알수없는 감상이 별안간 뼛속에 찾아든다.
내 영혼에 속삭이는 말 아닌 말이 보다 더 큰 행복한 위안을 준다. 나는 허파가 터지도록 훈기를 들이마신다. 그리고 가슴으로 온통 느껴본다. 나는 숨을 쉰다. 그순간 독수리 처럼, 힘껏 날개를 펴고 날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정말 달리는게 좋아.. 달리기는 나의 상징이야.. 가뿐숨을 몰아쉬고 눈이 아물거리도록 바라보던 길.. 산모퉁이.. 잔잔히 흐르는 탐진강.. 늑룡교를 지나며 느꼈던 생생한 아름다움은 지금도 잊지 못하겠다. 부다페스트 보다 더 아름답고 황홀했다. 아득한 추억들이 퍼즐처럼 스쳐지나가며, 나의 주위가 끝없이 다정스러워, 나는 복이 많은 여자라 생각했다. 찬아씨, 반가워요~~ 잘뛰어요~~ 완주하세요~~ 12월에 울산마라톤 초청한다고, 찬아씨랑 동반주 하고 싶다고.. 울산마라톤 회원분들이 챙겨주신다.
처음 5키로까지는 다리가 안풀려서 그런지 조금 힘들었고, 7키로 정도 뛰니, 숨은 조금씩 순조로와지고 다리 움직임도 편안했다. 반환점까지 4시간 페메와 함께 달렸는데, 23키로 부터 쳐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내리는 비를 맞으며 뛰어야 했다. 바람은 왜그리 센지 처음으로 내몸무게에 감사했다. 비바람에 고통스러운 순간, 회수차량은 여러번 바삐도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했다. 추웠고 비맞기 싫어서 였을 것이다. 내 마음의 움직임은 호수 같았다. 나에겐 충분한 시간과 인내의 세계가 있었다.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옷도 무겁고, 추웠지만, 나는 참고 견뎠다. 스피드를 늦추며, 얼어버린 나의 다리가 감각이 없어질때도, 나는 계속 달리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극한 상황에서 포기하진 않는다.. 제한시간이 남아 있을때까지는..
오매, 이쁜사람아.. 저렇게 이쁜사람이 어디서 왔는가.. 영 이쁘네.. 좋게도 생긴 사람이 달리기도 잘하네왜에~~ 정겨운 사투리를 들으며, 장찬아 멋져부러~~ 를 외쳐주는 자원봉사자들.. 그순간 가슴이 찡하도록 솟아오르는 이상한 그리움, 애처로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끝없는 길 위에서 잠시 마음이 슬프고 서러웠다.
나는 누구에게도 싫은 말을 하지 않는다. 불안하게도 굴지 않고, 부담도 주지 않고 또 지루하게도 굴지 않으려 노력한다. 앞에 서지 않지만, 내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했고, 괴롭히지 않았다. 영원하지 않으므로.. 잡을 수 없으므로.. 피니쉬 라인 에서 터트린 내울음.. 안도감 속에서 터트린 내웃음과 눈물.. 행동에서 오는 행복감, 만족감, 그리고 도착지.. 나자신이 신비로웠다.. 빛났다. 꿈의 향기 처럼, 영원히 가버린다 해도 이 한토막은 한없이 아름답다.
핑 뛰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4시간.. 15분.. 30분 페메를 보내며.. 풀코스를 울트라 연습주로 달리러간 내 마음자세가 틀려먹은거지 뭐.. 다 틀려먹었으면, 틀려먹어라지.. 거친 호흡, 뜨거운 심장.. 무거운 다리... 난 참 힘겨운 운동을 선택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든것들이, 마라톤 이 운동에 내가 미치게 하는 요소이다.
바람처럼 빠르게 뛰어가는 이봉주 선수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멋있게 달릴 수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달렸기에--- 그리고 선두그룹들.. 뉘집 아들들인지 참 빠르게도 달린다.. 나도 잘달리고 싶다. 오늘은 저조한 기록에 한탄 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고, 악조건도 뛰어 넘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므로.. 지금 나의 감동은 완전하다. 이 보다 더 좋을순 없다.
장흥 사람들은 장흥 처럼, 따뜻하고 평화롭고 소박했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 푸짐하게 정을 나누는 사람들.. 나는 진짜로 행복해서 울었다.. 정남진 장흥 길위에서.... 수고했어.. 장찬아.. 그리고 대단해.. 너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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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남진 장흥마라톤 대회...|작성자 jca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