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청각장애인 문영우(42세·가명)씨는 최근 은행 ARS 업무에 많은 불편을 느꼈다. 메시지들 듣고 번호를 눌러야 하는 ARS지만 문씨는 청각장애로 들을 수 없어 지인에게 부탁해 ARS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관련 질문에서는 직접 번호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전화기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문씨는 원하는 업무를 진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상담솔루션 '보이는 ARS(이하 CallQuest, 콜퀘스트)'를 내놓은 콜게이트(공동대표 박원진·김용진)가 기업의 대고객 불편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ARS로 전화를 해도 듣지 못하기 때문에 ARS 이용이 힘들다. ⓒ 블로그 캡처
9일 콜게이트에 따르면 '보이는 ARS'는 기존 ARS처럼 귀로 듣고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과 함께 텍스트가 화면에 제공돼 고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메뉴를 이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고, 빠르게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홈쇼핑과 항공사에서는 벌써 도입해 운영 중이며, 신한금융투자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정부부처에서도 도입 권고, 이용자 불편함 이유
지난해 4월11일부터 공공 및 일반 콜센터에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의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콜퀘스트가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다. 실제 방통위는 콜센터 고객사에 콜퀘스트 솔루션과 같은 비주얼서비스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용진 대표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취지와도 맞아떨어지는 콜퀘스트 솔루션은 전 국민의 경제활동 시간의 효율화와 공공부문의 예산절감 효과를 위해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퀘스트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에는 그간 ARS의 불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이런 ARS를 많이 도입해 운영하며 △은행 △증권 △카드 △보험 △교통 △관광 △스포츠 △공연 △날씨 등에서 매우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ARS를 이용해본 국민이라면 대부분 복잡한 이용방법과 긴 연결 대기시간 등으로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기존 ARS는 상담사를 연결하거나 일을 처리하는데 약 1분의 상담시간이 소요되며, 이용자가 반복되는 음성안내와 콜센터마다 다른 단축번호로 혼란을 겪는 일도 다반사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ARS 시스템이지만, 기업들 편의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운영되면서 고객들은 오히려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으로, 문제는 상담사와의 직접 통화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ARS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어르신들의 경우 ARS보다는 상담사와의 통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통화연결이 쉽지 않다.
콜게이트의 '보이는 ARS'는 화면에 음성이 텍스트로 보여지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용이하다. ⓒ 콜게이트
일례로 인천에 사는 추민재(36·가명)씨는 최근 집 이사 관계로 집 전화와 인터넷, 케이블TV를 해지하고 다른 곳으로 바꾸려 했지만, 상담사와의 연결이 쉽지 않아 결국 근처 PC방을 찾아 문제를 해결했다.
추씨는 초기 ARS 음성을 듣고 순서에 따라 상담사와의 연결을 진행했지만, 들려오는 멘트는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잠시 기다리거나 다시 걸어달라"는 말뿐이었고, 상담대기 시간마저 지나면 다시 연결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에 대해 추씨는 "대부분 ARS가 어떤 상품에 새로 가입할 때는 상담사와의 통화가 수월하게 이뤄지지만, 해지할 때는 너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연결도 힘들다"며 "상담사와의 연결까지 들어가는 순서가 복잡하고 다시 듣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각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 관련 시스템 필요
이런 ARS시스템은 일반인에게도 불편함을 주지만 누구보다 청각장애인은 더한 고충을 겪는다.
ARS의 특성상 모든 상담은 자동응답을 듣고 키패드를 눌러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해결하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자동응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ARS는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은 민원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을 통한 금융거래가 늘면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피해사건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은행들은 스미싱·파밍 등의 피해사기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ARS와 OTP(One Time Password)를 통한 추가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공인인증서 (재)발급 시에도 ARS를 통해 인증 하도록 하고 있다.
문씨는 "스마트기기가 많이 발달해 휴대폰을 쓰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ARS를 통한 문제 해결은 여전히 어렵다"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입력시간 2014.07.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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