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예루살렘 찬양대가 철원으로 수련회를 떠난다! 밖을 보니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리고 비가 흩날려 들뜬 수련회의 기대감과 흥분이 조금 가라앉을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날씨가 내 마음을 어찌 할 수 없다. 이번 수련회가 지난 평창 수련회 이후에 꼭 1년을 손꼽아 기다려온 수련회가 아니던가!
아침부터 들 뜬 마음으로 교회에 도착해 주일오전 예배와 오후예배를 드린 후, 우리 부부는 정확히 4시 반에 개인차를 이용해 철원으로 출발하였다. 내비게이션은 우리에게 강변북로를 이용하는 길과 시내를 관통해 북부간선도로를 이용하는 길을 제시했다. 이제까지는 강변북로를 타고 철원에 갔지만, 이번 만큼은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은 요상한(!) 발동이 걸렸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시내 관통의 길을 선택했다. 내 차는 퇴계로, 왕십리, 용두동을 거쳐 내부순환로에 올라섰다. 처음 이용하는 길이지만, 내부순환로에서 북부 간선도로를 갈아타면 철원으로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흠... 교회 버스는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할 게 뻔하고, 또 운전하시는 집사님은 분명 강변북로를 이용하실 텐데 거기는 상습정체구간이 아닌가! 그러면 교회버스는 분명 나보다 훨씬 늦게 철원에 도착할 테니, 나 혼자 열심히 달려 철원에 도착하면 뭐 하겠노? 또 비가 와 길도 미끄러우니 괜히 수련회 분위기에 흥분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침착히 가는 게 고수다!’
구리를 지나기까지 느긋하게 경치구경을 하며 스키장으로 유명한 베어스타운을 지날 무렵,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가 있었다. 얼핏 보니 교회버스였다! 아니, 이럴 수가! 그때부터 나는 '카레이서의 본능'(아니면 열등감?)이 발동했다. 지체하지 않고 교회 버스 뒤를 바짝 따라붙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비록 내 차는 경차지만, 고맙게도 차는 주인의 명령대로 속도를 내주었다.
교회 버스를 바짝 따라가니 어느 새 수양관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수양관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정확히 오후 6시 반이었다. 우리 교회 수양관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입구에 들어서면 푸근하고 편안하여 꼭 내 집에 온 듯한 느낌이다.
수양관에 도착한 우리는 교회 버스를 타고 도착한 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원래 수련회장소에 도착하면 도착예배를 먼저 드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만큼은 영의 양식보다 육의 양식을 먼저 먹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출발시간의 변경 때문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우리는 주일 오전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일 오후예배까지 드리고 출발하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다. 이 때문에 진행부는 도착예배를 저녁 집회와 겸해서 드리기로 하고, 대원들이 도착하는 즉시 저녁 식사를 먼저 시작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3일간 우리의 육적인 건강을 책임지신 분들이 맛있는 저녁식사(오리고기, 연어가 들어있는 양상추 샐러드, 가지와 단호박 튀김 그리고 식후의 과일로는 수박)를 준비하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을 접시에 담아 자리에 앉고는 감사기도를 드린 후, 수련회에서의 첫 번째 식사를 하였다. 물론 낮에 교회에서 밥으로 식사를 했지만, 수련회장에 오면 어느 새 배가 꺼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공복감을 느낀다. 정성스런 식사로 든든히 배를 채운 우리는 숙소에 들러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예배당으로 향했다.
예배당에 들어서니 이미 몇몇 대원들이 방석을 깔아놓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해두었다. 대원들은 장성범 총무의 기타 반주에 맞춰 찬양을 한 후, 김경모 집사님의 예배 사회와 김창선 장로님의 기도가 있었고, 특별 손님으로 참석하신 김옥자 권사님의 특송이 이어졌다.
이번 강사로 초청된 정소영 목사님은 왕상 18:30-40의 말씀을 본문으로 하여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제목으로 첫째 날 저녁 집회 설교를 하였다. (이건 지나간 일이지만, 예루살렘 찬양대는 작년에 수련회 강사로 정 목사님을 강사로 섭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이런 저런 사정과 정 목사님의 휴가가 겹쳐 모시지 못했었다.)
정 목사님의 설교는 정확히 8시 50분에 시작하였다. 설교의 내용을 다 요약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중요한 핵심만 쓰자면...
1. 우리는 성도(찬양대원)로서 거룩함을 회복해야 한다. 어떻게 회복하는가? 그것은 죄를 회개함으로 가능하다.
2. 여러분들이 오늘 주일오전에 있었던 담임목사님의 설교 제목, 본문, 내용을 기억하는가?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많은 성도들은 오전에 들은 설교를 잊어버려도 거기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한 마디로 무관심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오전에 들은 말씀이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 하나도 남지 않고 다 사라졌는데 그게 정상인가? 마귀가 하나님의 말씀을 내 마음에서 빼앗아 가버렸는데도 무덤덤할 수 있는가? 이런 일에 대해 왜 자책이 없는가? 우리는 하나님 말씀을 쉽게 잊어버림에도 아무런 자책이 없으면 안 된다. 우리는 이런 일에 있어서 믿음생활의 회복을 해야 한다.
3. 하지만, 믿음생활의 회복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정한 성도라면 <하나님과의 관계회복>과 아울러 <사람과의 관계 회복>도 해야 한다.
4. 진정한 성도, 성숙한 성도는 교회에 친구가 많은 것보다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성숙한 성도는 교회 안에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성숙한 성도는 하나님을 사랑하듯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한다.
내가 이렇게 설교요약을 올린 이유는 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있어 부득불 참석하지 못한 대원들에게도 영의 양식을 나눠주고 싶은 소박한 동기에서다. 하여간, 정 목사님은 처음부터 강력한 설교로 그동안 둔감했던 우리의 영적 나태함을 질책하고는 대원들과 함께 통성기도를 하고 목사님의 축도로 첫째 날 저녁 집회를 마쳤다.
집회 후에는 강원도의 명물인 옥수수가 빠질리 없다. 주방에서 정성껏 삶은 맛있는 옥수수와 시원한 음료수(오렌지 쥬스, 콜라, 사이다...)가 나왔다. 김덕규 장로님은 삶은 옥수수를 드신 후, 칼칼한 목을 축이기 위해 오렌지 쥬스를 마신 후에 그 맛이 오묘하고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는지, “아, 이건데, 이건데! 자! 박수!”라고 하시며 지휘자가 자주 사용하는 멘트를 흉내 내셨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원들이 배꼽을 잡으며 깔깔 웃었다. 이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로님만의 발상이었다.
이렇게 모인 김에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내일 아침 7시에 QT가 예정되어 있어 모두들 자리를 정리하고 숙소로 내려갔다. 그런데 아내는 신영이 연주를 위해 피아노 반주 연습을 좀 하겠다며 숙소로 내려가려던 나를 불러 세우고는 예배당에서 연습이 마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덕분에 나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곡을 조율이 안 된 피아노를 통해 들으며 자정이 넘은 이 시간까지 수련회 후기를 끄적거리고 있다.
아,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