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부활절 때
성가대 칸타타 중간중간에
해설하는 나레이터를 했지요.
목소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느 회식자리에서 누구 흉내냈다가
얼떨결에 스카웃 됐지요.
왜이리 나이가 들 수록 떨리는지
옛날에 앞에 나가서 까불락 대던
철없던 때가 그립더만요.
몇주간의 연습 끝에
드뎌 끝낸날.
우리 남편이 잘했다며 수고했다며
밥까지 사줍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하지 말랍니다. zzz
"사람들이 나더러 아나운서 같다던데" 그랬더니
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그럽니다.
생각해보니 나도 누가 나레이터 했으면
그렇게 빈말 했을 것 같더라고요.
남편이 제일 바른 말 해주겠지.
그날 드레스 입고 싶었는데 협찬이 안들어와서
그냥 성가대 가운, 사이즈 大 자로 찾아서 입고 했지요.
옆에 서서 하던 남자 집사는 나보다 키도 작은 육군 아저씨 였는데 보면대에 가려서 얼굴도 안보였다고 다른 집사님이 그러대요.
내 얼굴도 화면에 한번도 안뜨고 예수님 사진만 떠서
아는 집 부부도 멀리 앉은 탓에 내가 맞네 아니네 하고 칸타타 내내 싸웠다나....
어쨌든 이번에 부활절에 은혜 엄청 받았네요.
♪못박히신 사랑의 그손 ♪ 그런 가사에서는
눈물이 어찌 나는지...
이번주는 모처럼 한가해서
공치기도 안하고 오늘은 산 밑에 계곡으로 쑥캐러 갔어요.
동네 아줌마 넷이서 과도 들고 쓰레기 봉투 50리터 짜리 들고
엄청 뜯었지요.
보초 서던 사병이 어디 가냐 해서 뒤에 앉은 아줌마
너무 솔직한 관계로 " 우리 쑥캐러 가요~~~~"
스케치 하러 간다고 하면 안돼나..
그 사병 엄청 웃습니다.
얼굴 탄다고 수건으로 싸매고, 그중 한 아줌마는 빈라덴 부인이 하고 다닐만한 마스크 쓰고 ....스케치는 커녕 등산간다고 해도 안 믿었을 거다.
계곡 주차장에 차라곤 우리차 밖에 없고
더군다나 동네 아줌마가 점 찍어논 포인트에는
쑥이 천지 그야 말로 쑥대밭...
오늘의 목표는 쑥캐서 다같이 쑥떡 해먹는 거다.
저번에 떡집에 가져간 쑥은 캔다고 캤는데 어떤 아줌마가 해온
쑥에 기세가 눌려 쑥떡이 아니고 흰떡에 가까웠다며
더 많은 목표량을 제시한다.
침묵 .. 빠른 손놀림...
이름모를 새가 지저귀고
꽃잎이 물위에 떠가고 "좋다, 죽인다" 하는 차에
어디선가 은은히 풍기는
꼬리 꼬리한 냄새 (어제 캘때는 날이 맑아서 몰랐다함)
뒤 돌아보니 간이 화장실이 있다.
어쩐지 쑥이 실하더라.
잽싸게 옆으로 이동...
한 아줌마, 매달 오는 꽃님이가 찾아와 해산의 고통이
있는데도 쑥에 눈이 뒤집어져 배를 움켜쥐고 캔다.
장에 가면 이 쪼매한 바구니 하나에 천원이라면서...
사는게 뭔지...징하다.
이렇게 계룡산의 하루가 간다.
산이 너무 예쁘다.
싸리 꽃이 천지다.
선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