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전주에서 혼자 생활하다가 약10일전에 안식처인 집(광주)으로 내려왔습니다. 바쁘지 않으면 주말마다 내려오지만 요즘의 열대야는 너무 힘들어 약 한달간은 광주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전주에서 혼자 지내는 원룸이 옥탑방(4층)이라 일을 마치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가면 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매스컴에서만 보고 들었던 옥탑방... 낮에 일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은 익숙하지만(한두시간 일하면 입고 있던 옷이나 땀을 닦는 수건을 짜면 육수가 줄줄 흐릅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제가 자초하고 선택한 일이라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하지만 묘하게도 희열이 있습니다.) 밤에는 잠 못 이루고 한두시간 자다가 깨는 시간들이 많아 늦은 밤에 밖에 나가 자동차 시동을 걸고 TV를 보거나 PC방에서 한두시간 보내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두시간이지 마음보다 몸이 지쳐있는데 마침 간판일 하는 친구가 도와달라고 해서 광주에 내려온김에 같이 일하는 동생과 협의하여 약 한달정도는 광주집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가족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아파트가 고층(17층)이라서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합니다. 사실 아내가 에어컨 바람을 너무 싫어해서 자동차를 같이 타고 가도 에어컨은 켜지 않습니다.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이제 에어컨은 저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는 물건일뿐입니다. 회사 다닐때는 에어컨 끼고 살았는데 환경에 가장 적응 잘하는 동물이 인간인가 봅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여 동물이란 표현을 안쓰기도 하지만... 이말 또한 인간의 주관적인 잣대가 아닐련지요? 거두절미하고 평일(월~금)은 일을 하고 주말(토~일)은 농장으로 달려갑니다.
무더운날씨지만 편한 마음으로 최근 병아리 하농(下農)의 주말농장겸 풀밭 구경하세요. 풀을 키우는 하농입니다.
장마때 사진이지만 조금이라도 시원하시라고 올립니다. 밭 옆에 항상 흐르고 있는 미니계곡인데 비가 많이 와서 힘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산에서 흐르는 물이라 오염원이 거의 없습니다.
둠벙(웅덩이)위에 벼를 심어 놓은 미니 논(?)입니다. 쌀을 수확하려고 심어 놓은게 아니고 어떤 비료나 제초도 거부하고 수확시 볏짚을 효소발효액이나 토착미생물 채취용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일종의 실험용입니다.
둠벙위의 참깨밭이라고 해야겠네요. 임시 미니틀밭인데 7월에 마늘과 상추, 아욱, 열무등을 심어서 수확하고 요즘은 참깨가 대장노릇을 하고 있네요. 풀이 너무 무성해서 대충 김을 매주었습니다.
밭 가장자리 언덕에 많이 보이는 식물인데 하수오인지 박주가리인지 구분이 안가네요. 뿌리를 보면 알수도 있겠지만 삽질할 기분이나 형편은 아니고 혹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조선오이 같습니다. 저한테는 물외라는 말이 더 정겹습니다. 위에 것은 틀밭안에서 자란 노각이고 아래것은 밭 가장자리에 심어 놓은 것인데 풀을 베다가 밑둥을 잘라버려서 같이 놓고 한컷 했습니다. 위에 노각이 2배이상 큽니다. 어떤 화학비료나 퇴비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 멀칭과 미생물 접종만 한 틀밭의 위력을 새삼 느낍니다.
감나무 옆의 밭 가장자리에 심어놓은 수박인데 잘하면 제가 처음 재배한 수박맛을 볼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풀을 베다가 수박을 두개나 잘라버리고 또 한개는 잘 크다가 썩어버렸는데 이녀석은 아직까지는 잘 자라주고 있네요.
과실중에 가장 정기가 강하다는 으름이 밭 가장자리의 언덕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크게 자란 풀들을 베다보니 얼굴을 내밉니다. 조경일 하다보니 말로만 들었던 으름(열매는 사진에서 많이 봤지만)이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전에 처음 알았습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열매는 보기 힘들것 같습니다. 예초기로 벌써 두번에 걸쳐 윗 넝쿨들을 베어버렸으니...
오른쪽에 봄에 파종했던 도라지가 꽃을 피웠네요. 대파와 땅콩도 보이고 브로콜리도 수확을 했지만 새싹을 틔우고 생강도 작지만 자라고 있습니다. 농사에 경험이 맣으신 분이 보시면 소꿉장난하는 걸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전에 처음 맛본 검은찰옥수수입니다. 제가 처음 심어서 맛본 옥수수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감칠맛과 씹는 식감이 너무 좋습니다. 중간의 두개는 아마도 윗밭의 할아버지 옥수수와 수정할때 크세니아 현상이 일어난것 같기도 합니다. 정확한것은 알수가 없으나 아직 틀밭안에 심은 옥수수는 수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틀밭의 옥수수를 수확하면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미 할아버지 옥수수는 수확이 끝나 베어 없어졌고 틀밭의 옥수수는 그전에 꽃을 피우지 않았거든요.
틀밭의 검은찰옥수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지난번 태풍에 쓰러져 줄을 매어 세워주었습니다. 위의 할아버지 밭둑을 보니 제초제를 뿌렸네요. 저를 볼때마다 풀은 죽여버려야 한다면서 시원찮아 하셨는데...
축원님 트럭을 빌려서 매제가 부업겸 경험삼아 농사짓고 있는 나주 배과수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물탱크(3톤)를 가져왔습니다. 이곳은 물이 귀하진 않지만(밭에 있는 오래된 둠벙에서도 물이 납니다. 올해 가뭄에도 일정 수위를 유지하고 물이 항상 흐릅니다.) 주말농장이고 아직 전기신청을 하지 않아 동력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채소에 물을 주기가 힘들어서 밭 옆에 항상 흐르고 있는 미니 계곡에서 자연구배로 물을 받아 저장하여 호스를 설치하여 사용하고자 합니다.
양배추가 이미 수확시기를 넘긴것 같은데 가족들이 먹고 주위분들에게 나눠주고도 남아 일부러 남겨두어 어떻게 변해가는지 일부를 남겨두어 지켜보고 있습니다.
밭매는 아낙네(제 옆지기)입니다. 요즘 빈번한 소나기에 풀이 부쩍 자라서 고랑이 안보입니다.
씨앗나눔받아 밭 가장자리에 몇개 심은 제비콩입니다. 잘하면 종자는 받을수 있을것 같습니다.
수수가 열매는 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옥수수인줄 알았는데 자꾸 키가 커가기에 알았습니다. 2미터 50센티이상은 되는것 같습니다. 작년 2월 대전 유성교육때 김윤수 선생님께서 씨앗나눔해주신 수수입니다.
여주입니다. 땅이 맞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비료가 부족해서인지 몸살을 하며 자랐는데 그래도 열매를 달았습니다. 기특합니다.
동쪽 밭의 해바라기 삼총사. 아마도 검은 해바라기가 아닌지? 욕심이 과해서인지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여기저기 여러종류의 채소와 꽃과 나무를 심었는데 심어놓고 메모나 표시도 해놓지 않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꽃이 피면 알수 있겠지요.
풀을 몇번 매주었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풀밭으로 변하는 고구마밭. 그나마 콩은 초기에 풀을 제어해주니 지금은 풀을 이깁니다.
장성 황룡장에서 칠천원어치 사다가 여기저기 심었는데 생각보다 땅콩이 잘 자랍니다. 땅콩이 얼마나 튼실하게 열리고 아니고는 나중이고 보기만 해도 대견스럽습니다. 어렸을때 기억으로 땅콩은 키가 작았는데 생각보다 키가 큽니다. 밀식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종자가 그런건지?
같은날이거나 비슷한시기에 심은 들깨인데 틀밭안에 심은 것과 기존 이랑에 심은 들깨와의 크기차이가 2배이상 납니다. 대파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옥수수도 너무 빈약합니다. 틀밭안의 들깨도 처음에는 가뭄이 심해서인지 그리 잘 자라지는 않았지만 장마가 시작된 후에 하루가 다르게 자랐습니다.
틀밭안의 오른쪽은 모종을 사다가 심은것이고 옥수수랑 같이 자라는 왼쪽은 직접 씨를 파종한 것입니다. 물론 솎아주지도 않았습니다. 틀밭의 들깨는 벌써 두번이상 잎을 수확했습니다. 향이 진합니다. 요즘의 제 반찬입니다.
기존 이랑에 야콘 모종을 몇주 심었는데 아직도 모종단계입니다. 가뭄도 심했다지만 야콘과 땅의 조건이 안맞나 봅니다.
농장에 심은 호박중에 가장 세력이 좋은 호박인데 아직까지도 열매를 맺지 않고 있습니다. 뻗어가는 줄기의 성장점 근처에 열매가 보이기는 한데 호박이 열리는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 수정이 제대로 안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근처의 단호박은 열렸는데 예초기로 풀을 베다가 베어버렸습니다. 풀베다가 수박. 오이, 옥수수, 호박등 몇번째 베어버렸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립니다.
뽕나무앞의 수수도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수수 종자는 될것 같습니다.
고랑과 틀밭의 풀을 베고 뽑아주니 틀밭같이 보입니다. 대파를 너무 많이 심은것 같습니다. 쪽파라면 김치라도 담아먹는건데...
틀밭앞 고랑에 심은 배초향(방아풀). 풀에 치여서 잘 자라지 못했습니다.
고추도 많이 심지는 않았지만 노린재 한마리 없이 깨끗하게 잘 자랍니다. 풀속에서 노린재는 몇번 봤는데 고추에 달라붙지는 않습니다. 빨갛게 익은 고추는 수확하여 말려서 고춧가루로 만들어 깻잎김치를 담궈 먹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랑의 풀을 매주다 보니 멀칭재료가 넘쳐납니다.
약2주전에 토마토의 생장점부분의 줄기를 잘라 꺾꽂이했는데 살아있네요. 5개정도 한것 같은데 1주만 발견했습니다. 모카페에서 보고 따라 해봤습니다. 열매도 맺는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보니 녹색가지가 열매를 달고 있네요.
백가지. 달걀처럼 너무 예쁩니다. 관상용인지 모르고 씨앗나눔받아 심었습니다.
가지가 키는 작아도 벌써 3번째 열리고 있습니다. 콩들사이에서 햇빛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데 열매는 잘 열리네요.
피망이라 하기엔 너무 작고 무슨 고추인지 모르겠네요.
이녀석은 하늘고추같네요.
축원님한테 몇종류 씨앗을 받아서 파종한것인데 사진의 잎채소 또한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대파로 보답하겠습니다.
둠벙에서 흘러나오는 물고랑 옆에 심은 토란. 너무 작죠?
양배추가 꽃대가 나오려는 것인지 중앙부분이 갈라지길래 수확해왔습니다. 올해 첫 농사를 짓는 병아리 하농이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야겠습니다.
어제 뒤늦게 캔 감자. 늦게 캐서인지 몇개는 약간 썩기도 하고 싹이 나오려는 것도 있었지만 조그만 바구니에 오천원 주고 사서 심어서 이정도 수확했으면 절반의 성공(?)은 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토양살충제도 쓰지않아서인지 깨끗하지도 않지만 가족이 먹으려고 재배한 것이라 개의치 않습니다.
브로콜리도 1차 수확했는데 곁가지가 나오면서 열매를 맺고 있네요.
적양배추도 1차 수확이 끝난뒤 곁순이 나오면서 결구가 되려고 합니다. 결구가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지켜보려 합니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적양배추는 더 크는지 안크는지 모르지만 아직까진 싱싱합니다. 봄배추도 모종을 한판 사서 심었는데 몇개빼고는 결구도 잘되고 잘 자랐었는데 수확을 1~2주 미루다가 장마가 끝난뒤 가봤더니 거의 흔적도 없이 삭아버렸습니다.
화순사는 친구에게서 얻어온 돌나물을 둠벙주위의 돌틈에 심고 남은것을 틀밭에 몇개 심었는데 잘자라주고 있습니다. 돌나물의 생명력은 잡초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옆에 있는 참취는 고추보다 키가 더 크고.
틀밭의 옥수수도 일주일 뒤에는 수확이 가능할것 같습니다. 밭 가장자리에 심은 옥수수보다 틀밭안에 심은 옥수수가 열매도 튼실하게 보이고 굵습니다.
초봄에 왼쪽에 기울어져 있는 감나무를 베어버릴려다가 조경용 Jute Rope로 묶고 세워주었는데 보답이라도 하듯 감이 다른나무보다 더 많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봄에 전정만 해주고 아직까지 감나무에 약한번 하지 않았는데 과연 어느정도나 달려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대봉인데 약 60여주 있습니다. 늦가을에 수확이라도 약간 있어서 광주에서 장성 왕복기름값에 조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과욕일까요? 시간나는대로 칼슘제라도 엽면시비해주려고 합니다.
농막앞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그늘막 쉼터. 대나무로 만들었지만 보기보다는 튼튼합니다. 더위가 좀 물러가면 지붕을 다시 개조하려고 합니다. 오래된 둠벙이라 수초(부들과 마름)로 뒤덮여 지저분하게 보이지만 물이 나는 곳이라 올해 가뭄에도 수위가 낮아지지 않고 고랑으로 항상 조금씩 물이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주말농장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흙을 만지며 가축도 키우고 살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최근 병아리 하농(下農)의 주말농장 소개를 이만 줄이겠습니다. 글이 조금 장황하게 길어졌습니다. 항상 즐농사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