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공부모임 첫날
이광수의 <흙>을 2편까지 읽어오기로 한 날.
오래 전 읽었던 분, 100 여쪽 안 되게 읽은 분, 정확하게 반 360 여쪽 읽은 분
이렇게 8명이 모여 2시간 반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답니다.
책 읽은 느낌을 돌아가면서 발표하기로 했는데
하다보니 서로 상반되는 의견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게 되었지요
가능한 그날 나온 얘기를 모두 남기려 했는데
빠진 부분도 있을 것이고 실제와 다르게 옮겨진 부분도 있을 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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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훈: 소설 읽는 것 안 좋아한다. 허구라서 거부감이 크다. 현실그대로 느끼고 싶어.
이광수는 더 싫어한다. 친일파라서, 교사라서, 도덕에는 정의 등을 다룬다.
한국사회가 정의롭다거나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김상봉-전북대 철학교수,
길거 리 철학자, <학벌사회>의 저자, 학벌 없는 시민사회 운동 하는 중-에 의하면 악의 근원은 일제시대 지식인의
친일 행위 청산의 실패. 일제유학, 사법고시, 일제의 조선 문화 말살, 조선법 무시 등등.
<흙>에서 조선 무시하는 김갑진이 전형적 인물. 불만족스러운 한국을 만든 지식인들.
이광수의 농민묘사는 실제와 다르다. 정주 농민들은 무지랭이도 아니었고 시대의식 가지고 투쟁하기도 했는데..
양의 탈을 쓴 늑대의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아름다운 허숭의 모습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하면서 읽었고, 인간적인 면은 나랑 비슷하구나 느꼈다.
이런 내용이 아니라면 소설의 리얼리티가 떨어질 뻔 했는데.
한국사회의 변하지 않는 병폐는 100년전에도 같아, 해외유학파만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씁쓸하다.
최일성: 김갑진이나 허숭이나 윤참판이 돈을 대줘서 공부하기는 마찬가지이므로 둘은 똑같은 입장이다.
(허숭은) 당시 조선청년들이 변심하면서 합리화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후룡 : 고등학교 때 읽고 감동하고 이광수를 좋아한다. 친일행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학적 능력은 대단하다.
최일성 : 현실성 있게 묘사했으나 소설 속 인물의 심리는 모두 삐뚤어진 심리이다.
이후룡 : 우리는 이광수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만화가 박재동에 의하면 1930년대 젊은이는 여러 청년의 유형 중 자기철학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의해 그랬을 것. 당시라면 나도 친일을 했을 수도. 시대에 의해 사람의 유형이 구분 지어졌을 것.
최일성 : 조상 중에 최부동, 최부자라는 포목 점하던 분이 이광수와 같은 가면을 쓴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안 그랬을 것이다.
김정한 : 친일한 것과 문학평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허숭이라는 인물이 형성되는 환경요인에
주목했다. 정선의 집살이 하면서 존재감을 고민하던 중이었을 것이고 처음부터 그런 존재는 아니었을 것이다.
환경과 인물에 대한 생각하게 된다. 결혼 전후의 허숭의 인물평가는 달라야 한다. 윤참판의 아들 죽은 후의 환경
때문이다.
최일성 : 허숭이 자격 없음에도 김갑진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
김정한: 김갑진을 통해 허숭이 내면과의 싸움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환경으로 인해 허숭이 그렇게 되었던 것.
최일성 : 한민교가 리더인데 그의 제자 중 똑바른 사람이 어디 있나?
김정한 : 인물들을 통해서 나를 본다. 한민교가 뭘 하는지가 불명확하다. 이 시대 배경임을 이해하고 봐야 한다.
시대의 다양한 상황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요즘 아이들이 읽어야 한다.
이후룡 : 40여년 전에 읽고 감동했다. 문학적 재주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광수는 지식이이 가진 나약함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지사적인 면보다는 표리부동할 수 있는 문학가들의
자연스러움일 수도..
한상록 : 미당의 친일성...
이철훈 : 문학은 아름다운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광수의 의도대로 문학을 읽고 실제로는 사회구조적 폭력인 것을
간과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학교를 예로 들면 실제로 때리지는 않지만 사회구조 학교구조가 그런 것.
문학의 역할에 대해 생각.
문학으로 특수성 인정하고 문학으로만 봐야 하나? vs
문학의 파급력과 사회적 역할을 봐야 하나?
최일성 : 문학의 목적과 역할은 무엇인가? 꿈과 희망을 주는 문학이어야 한다.
당시 젊은이들이 읽고 삶의 목표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었다.
주인공이라도 그랬더라면. 유순이를 버린 것, 부인을 버리고 농촌으로 간 것을 보면 허숭은 이도저도 아닌
인간형이다.
김정한 : 허숭을 통해 인간적 심리와 환경적 요인을 변해가는 것을 보고 나를 닮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고
나를 일깨워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한다.
이후룡 : 역시 이광수의 필력은 대단하구나. 허숭을 충분히 이해한다. 차라리 유슌에게 갔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광수 내부의 문제일 것이고 정선을 선택한 것은 자기분열을 일으킨 것.
김정한 : 보편적으로 정선을 선택하지 않을까?
이후룡 : 보편은 악, 비보편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각성을 가진 존재.
최일성 : 아니다. 오히려 선과 정의가 보편적이다.
세상을 보는 가치관의 차이
선이 보편적이다. vs 악이 보편적이다.
이후룡 : 이광수도 일제에 이용당한 것. 당시 젊은이에게 우상이어서 이용도 당했을 것. 구조적인 폭력만 한 사람인가?
이광수만이 가진 미적 진실은 존재했을 것.
최일성 : 후회할 생각을 하면서 하면 안 되는 것.
이후룡 : 과학자, 예술가, 종교가 각자의 진실이 있다. 진실은 다면적이다.
이광수의 비판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미적 진실도 인정해야 한다.
부정적 편견보다 이광수 문학의 가치, 문학적 감수성,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면을 봐야 한다.
<흙>을 의도적으로 썼을 가능성 있다. 문학성과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역사인식이 없고 미적 감수성만 있다고 할 수 있고 진실을 얘기해야겠지만 한 쪽은 실패했다 하더라도
미적 감수성은 인정해줘야 한다.
함경숙 : 토론자들의 입장이 양분되는 것이 재미있고 의견이 팽팽하다. 오래 전 읽은 경험, 스토리 위주로 기억.
이광수는 셰익스피어에 견줄만 한 것 같다. 고전이라고 불리어지는 것은 지금까지도 감동을 주고 인정받기
때문이며 시대상과 갈등을 담고 갈등을 조율하고 꿋꿋하게 인간성을 드러내는 점 때문이다.
문학(예술)의 궁극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의 반면교사가 되고 공감하면서 인간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이광수 평가는 작가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고 그의 작품은 시대상을 상세히 담기 때문에 읽어야 한다고 생각.
작가는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화두를 던지는 것이며 얘기하고 고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이광수의 가치이다.
이광수 평가 - 집권층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이철훈 : 역사책과 다르게 문학을 통해서 더 생생히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데 <흙>은 시대를 왜곡했다는 게 문제.
전미영 : 이광수는 싫어하는 작가. 요즘 예술이 책임의식 있을 것. 이광수는 이중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지는 않았을 것.
그는 천재이고 내선일체만이 조선의 살길이라고 결론 내렸을 것이다. 조선민족의 한계성을 자각하고.
이광수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광수를 읽어야 한다면 아직도 이렇게 무책임한 글이 시대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이다. 이광수가 왜 우리나라 고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학작품이 순수하게 교과서의 텍스트가 되는가? 이면의 파벌, 인맥이 작용하기 않나?
일제시대 6•25 이후 정상적 과정 거치지 않고 텍스트가 됐다. 작가가 친일을 솔직하게 인정했나?
자기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나? 후배들에 의해 비판될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나?
루쉰과 비교된다. 루쉰의 글에서는 보편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위선적이고 글만 좋을 때 대중에 의해 사장된다. 일제시대 문학들은 정말...
최일성 : 옥순의 이후가 궁금하다.
이후룡 : 옥순이 등장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시 어버이들이 딸을 많이 팔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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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농촌을 묘사한 다른 소설-이기영의 <고향> 등-과 비교읽기를 해보면 이광수가 바라보는 농촌 농민과 어떤 차이가 있나 알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과 함께
이날의 토론은 끝을 내고 다음 시간에는 <흙>의 나머지를 모두 읽고 만나기로 했답니다.
이광수와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양분되는 분위기에서
Q.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Q. <흙>이 참고도서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왜 읽어야 하는가?
다시 한번 질문해보면서
다음 시간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