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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짜리 뉴스를 하는데 앞부분에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 괜찮아 하고 자연스레 넘길 수 있어야 하는데 계속 신경 쓰고 당황하는 사람은 뒤가 더 엉망이 돼요. 나의 실수담? 많겠지만 기억이 안 나요. 이게 성격인가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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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원(이하 문) : 너무 뵙고 싶었던 분 앞이라 긴장되네요. 요즘 대부분의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닮고 싶은 선배를 물어보면 김주하 앵커라고 대답해요.
김주하(이하 김) : 그런가요? 예원 씨도 벌써 아나운서처럼 보이는데요. 근데 몸이 너무 연약하다. 하긴, 방송국 일 하다보면 다들 튼튼해져요.
문 : 아나운서를 지망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김 : 고등학생 때 신문반 활동을 하면서, 처음에는 보도 기자를 꿈꿨어요. 그러다 어느 날 TV에 나오는 앵커를 보면서 마음을 바꾸었어요. 한 부분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기자보다, 모든 뉴스를 종합해서 전달하는 앵커가 훨씬 막강해 보였어요.
문 : 방송 아카데미는 다니셨나요?
김 : 저 같은 경우에는 3주반에 다녔는데, 그 정도 기간이 적당한 것 같아요. 어차피 방송아카데미가 ‘안될 사람을 되게 하는’ 곳은 아니거든요.
문 : 그럼 ‘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성량, 발음 같은 자질은 타고나야 하는 건가요?
김 : 성량이나 발음은 기본이에요. 요즘에는 일단 미완인 사람을 뽑아놓고, 연습을 시켜서 일을 하게 한다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10년도 기다렸어요. 회사에서 10년 동안 투자해서 키우고, 연습시키고, 프로그램에 투입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시험보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만들어져서, 자기계발을 충분히 해서 오거든요. 지금 당장 프로그램에 투입해도 너끈히 진행을 해낼 만한 사람들이 즐비한데 굳이 훈련이 더 필요한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잖아요.
문 : 아나운서 시험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나요?
김 : 기본적으로 뉴스 전달력을 보죠. 그리고 순발력이 중요해요. 생방송에서 돌발 사고가 생겼을 때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어야죠. 그 밖에는 판단력, 기사 장악력. 내가 기사를 쫓아가면 안돼요, 기사가 내 것이 돼야지.
문 : 복식호흡과 흉식호흡을 섞어가며 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배로 숨을 쉬며 말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김 : 전 그런 건 몰라요. 안되는데 힘들게 연습하는 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하구요. 왜냐하면, 아나운서는 자연스러워야 하거든요. 배로 호흡하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그걸 듣는 사람이 더 힘들고 불편할 수 있어요.
문 : 김주하 아나운서는 정말로 뉴스를 편하게 전해주시는 거 같아요. 저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지만, 목소리나 발음에 대해 아직 자신감이 없거든요.
김 : 저는 어떤 이론에 따라서가 아니라, 내가 편하게 말하면 듣는 사람도 편하다는 주의예요. 지금 예원 씨를 관찰해보니까 목소리가 작고, 말할 때 입을 다 안 벌리네요. 그건 자기 습관이에요. 습관은 고칠 수 있어요.
문 : 편안한 뉴스라는 게, 목소리뿐 아니라 성격도 중요할 거 같아요.
김 : 입사시험 마지막 단계에서는 성격을 본다는 말도 있어요. 착하고 좋은 사람을 뽑길 원하겠지만 가능하면 꽁하지 않고 침착해야 해요. 10분짜리 뉴스를 하는데 앞부분에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 괜찮아 하고 자연스레 넘길 수 있어야 하는데 앞부분에 한 실수에 대해 계속 신경 쓰고 당황하는 사람은 뒤가 더 엉망이 돼요. 대범함이 필요하죠.
문 : 너무 당황했던 실수담 있으신가요?
김 : 많겠지만 기억이 안 나요. 이게 성격인가봐요, 잘못한 것을 속에 안 담아두고, 잊어버리는 거.
문 : 뿌듯하고 보람찼던 기억은요? 김 : 아나운서는 최종 전령사예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아나운서와 PD, 카메라맨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수십 명의 스태프가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죠. 그 사람들이 다 잘했어도 아나운서가 실수하면 망치는 게 되고, 거꾸로 그 사람들이 엉망으로 만들어왔어도 아나운서가 훌륭하게 내뱉으면 방송은 사는 거거든요. 아침뉴스 같은 경우는 진짜 실수가 많아요. 시청자들이 느끼지 못한다면 그만큼 앵커들이 순발력 있게 잘 넘어간다는 거죠. 사고들을 잘 무마했을 때 굉장히 뿌듯하죠.
문 : 존경하는 선배는 어떤 분이세요?
김 : 손석희 앵커. 아침뉴스를 같이 진행했었는데, 당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던 씨랜드 화재 사건이 발생했어요. 그런 긴급 뉴스는 전화로 중요 단어들만 막 쏟아져 들어오거든요. 간단한 정보만 듣고,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기사화해서 시청자들에게 긴급함이 느껴지도록 전달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죠. 멋지다, 저 선배처럼 되는 날 나도 하산하리라 하고 생각했어요. 그 냉철한 판단력과 순발력은 같이 일했던 사람은 다 인정해요.
문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김 : 오전 11시쯤 일어나 오후 2시 출근, 회의하고 석간신문을 훑어본 다음 6시까지는 방송 준비 및 메이크업하는 시간이에요. 방송 시작 10분 전까지는 뉴스 원고 작성. 9시 뉴스데스크를 마치고 퇴근하면 밤 11시가 넘어요. 그날 방송 모니터하고 다음날 조간신문 훑어본 다음엔 씻고 먹고 자기 바쁘죠. 자기 시간이 정말 없어요.
문 : 앞으로도 계속 뉴스만 진행하실 건가요? 쇼프로그램이나 오락프로 무대에 선 김주하 아나운서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까요?
김 : 아나운서도 방송사에 소속된 직원입니다. 프로그램이란게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고, 싫다고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저 자신에게 맞는 것 같은데요.
문 : 저도 열심히 해서 꼭 제 길을 찾고 싶어요.
김 : 다음 번에는 선배와 후배로 만나면 좋겠네요. | | |
첫댓글 손석희 아나운서 한국아나운서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현재 MBC 라디오 <시선집중>을 하는 손석희 앵커. 그의 뛰어난 순발력과 명쾌한 시각은 ‘딱’ 앵커이다. 그와 함께 했던 아침 방송 때는 하도 엄하게 가르쳐줘서 눈물을 흘리며 방송하기도. 그래도 지금은 그가 마냥 고맙다. 헤헤… 나도 선배 되면 그래야지.
이거 어디서 발췌한거에요??
제가 김주하 아나운서 팬이라는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하하하~~^^
앗! 이거 아나운서 게시판에 있던것 같은데..
너~~~~~~~~~~무 심하게 멋져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