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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과 전망
이근태
LG주간경제 2008.04.14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1990년대 말 이후 지속된 수요와 공급의 괴리에 기인한 바 크다. 개도국 중심의 성장으로 식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반면 농산물 가격의 장기적 안정화에 따라 공급 확대 노력은 부진했다. 개도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성장 추세가 지속되고 무엇보다도 바이오 작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1990년대까지 둔화 추세를 보이던 농산물 수요가 다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지면적 확대의 제약,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 등 공급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향후 농산물 가격은 국제 유가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은 농산물 순수입국의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경상수지 적자, 물가 상승과 함께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농산물 순수입 규모가 커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을 단순히 식량안보의 차원이 아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인식해 선별적으로 육성할 여지가 있는지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Ⅰ. 글로벌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
원유, 원자재와 함께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키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원유 등과는 달리 오랜 기간 동안 가격이 하향 안정 추세를 보여 오다가 최근 1~2년 사이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였다. 2006년 하반기부터 세계 주요 곡물 가격의 빠른 상승 추세가 본격화되었는데 밀(미국 시카고 soft red 2등급 기준)의 경우 2006년 7월 부셀당 3.2달러 수준에서 빠르게 상승해 2008년 3월 현재 부셀당 7.9달러로 2.5배 가량 상승했다. 옥수수, 콩도 같은 기간 중 두 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쌀의 경우 태국 2등급 기준 가격이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톤당 332달러 수준이었는데 2008년 3월말 현재 535달러로 급등했다. 현재의 급증 추세는 농산물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무역 규제, 달러화 약세 등으로 원자재에 대한 투자자본의 유입 등 단기적 요인들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장기 수급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선진국 주도 성장기 중 농산물 가격 안정
70년대 이후 글로벌 농산물 가격은 하향안정 추세를 지속해 왔다. 과거 세계경제의 성장은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어 왔는데 소득 증가에 비해 수요의 증가가 빠르지 않은 농산물의 특성상 수요가 선진국 주도 성장기에 꾸준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곡물소비 증가율 추이를 보면 1970년대 평균 2.9%에서 1990년대에는 1.0%로 떨어졌다.
개도국의 경우 전체 소비에서 농산물의 비중이 크지만 이 기간 중 개도국의 성장률은 높지 않아 농산물 수요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1960년대 녹색혁명 이후 단위당 수확이 높은 품종이 개발되고 개도국의 식량 자급을 위한 농업 인프라 확충 노력이 이어지면서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둔화되는 농산물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이 갖추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향안정세를 지속했다.
IMF 추정치에 따르면 1980년 세계 곡물 가격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07년 기준 곡물가격 지수는 111.4로 최근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0.4% 상승한 데 그쳤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경우 곡물가격 지수는 2007년 35.9로 크게 하락해 연평균 3.7%씩 실질 곡물가격이 떨어졌다. 육류나 과일 등 기타 농산물이 포함된 식료품가격 지수는 하락 폭이 더 커서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4.3%씩 하락했다.
90년대 말부터 상승 압력 잠재
농산물 가격이 빠른 상승 추세로 돌아선 것은 2006년 이후이지만 이미 1990년대 말경부터 수급 측면에서 가격상승 압력이 잠재하기 시작했다고 보여진다.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축이 개도국으로 옮겨가면서 농산물에 대한 수요 증가가 빨라지게 되었다. 중국, 인도 등 거대인구국이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농산물 수요를 꾸준히 늘려가는 가운데, 러시아, 동유럽 등 체제이행국 경제가 점차 안정되고 농산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이행 초기의 급격한 수요 침체를 극복하고 점차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 동안 저성장에 머물던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1990년대까지 하향 추세를 보이던 곡물 수요 증가율이 2000년대 들어 다시 높아지기 시작해 1990년대 1.0%에서 2000년대에는 평균 1.6%로 높아졌다.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사료용 곡물 수요가 확대되고 연료용 작물 수요도 늘어나면서 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이에 반해 그동안 장기화된 가격의 하향안정으로 농업부문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곡물 생산을 위한 세계 경작면적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중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곡물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00년대에도 연평균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0년대 곡물의 생산은 연평균 1.3%씩 늘어 수요 증가율 1.6%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고 이는 재고의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 밀의 재고는 1999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는데 1999년 2.9억 톤에서 2007년에는 1.1억 톤으로 세계 재고 수준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옥수수의 경우도 같은 기간 동안 재고가 1.9억 톤에서 1.0억 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쌀의 경우 2000년 이후 세계 재고 수준이 감소 추세를 보여 2000년 1.5억 톤에서 2007년 7,500만 톤으로 절반 수준이 되었다.
재고가 줄어드는 과정에서도 2004년 일시적인 가격 급등을 제외하고는 2006년 전반기까지 곡물 가격이 평균적으로 안정되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농산물 시장을 둘러싼 제반 환경 변화로 재고의 감소가 용인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무역 자유화 열기 속에 농산물 교역이 활성화되고 특히 개도국들이 농산물 교역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다. 이에 따라 각국이 식량안보 등의 이유로 곡물 재고를 확보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공산품뿐 아니라 농산품 부문에서도 재고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산물 수요 변화에 따른 공급 측면의 대응이 원활해지면서 재고 수준을 떨어뜨리게 되었다.
그러나 재고가 일정수준 이하로 줄어들고 수요 증가에 못 미치는 공급 수준이 지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빠른 상승세를 보이게 되었다. 기상 이변 등으로 2006년 이후 밀, 쌀 등 주요 작물의 생산이 차질을 빚은 것도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자국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각국의 수출제한 조치, 농산물 가격의 자산화 진전에 따른 투기수요 확대 등이 가격 불안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Ⅱ. 농산물 가격 중장기 전망
농산물 수요의 빠른 증가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세계 곡물수요 추이를 보면 세계 경제성장률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세계 경제 성장의 장기 추이에 1~2년 정도 후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세계 경제, 특히 개도국의 고성장이 소득증대로 연결되고 이것이 농산물 소비 증대로 이어져왔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세계 경제의 고성장 추세는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지만 농산물 소비 비중이 높은 개도국 경제는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 성장과 육류 소비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등 개도국의 높은 소고기 소비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성장 국가와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에서도 육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1kg의 소고기 생산을 위해 7~8.5kg의 사료용 곡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도국의 소비패턴이 곡물 중심에서 점차 육류 및 낙농품으로 확대되면서 곡물에 대한 수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기관들은 높은 가격수준 유지 전망
주요 농산물 연구기관들은 농산물 가격의 급등 추세가 지속되기보다는 현재의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ECD와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중장기 전망을 통해 주요 농산물 가격이 2007~2008년의 높은 상승 이후 다소 안정되지만 평균적으로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가격이 지속되는, 즉 고원 형태의 가격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 농무부(USDA)나 FAPRI(Food and Agricultural Policy Research Institute) 등 올해 중장기 전망을 제시한 기관들은 FAO보다는 높은 가격 전망을 제시했지만, 기본 방향은 높아진 수준이 유지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밀 가격의 경우 FAO는 2008년 가격이 톤당 198달러에서 2016년 183달러로 완만하게 하향하는 것으로 본 반면 FAPRI는 2008년 부셀당 5.3달러에서 2016년 5.6달러로 완만하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농산물의 높은 가격 상승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주된 이유는 농산물이 에너지나 금속 등 다른 원자재에 비해서는 공급탄력성이 크다는, 즉 공급이 수요 변화에 맞추어 늘어날 여지가 크다는 농산물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농산물 가격의 급등 시기에는 뒤를 이어 높은 공급 증대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안정되어 수급이 균형이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1996년 이후 세계적인 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경지면적이 크게 상승했다가 가격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경지면적도 크게 줄어든 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작이 가능한 온도와 강우량을 가지고 있는 토지는 육지의 30% 정도로 추정되지만 현재 육지의 11% 정도가 경작지로 사용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에 따른 경지의 확대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식료품으로서의 농산물 수요 증대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인구국인 중국의 경우 1990년대 말 이미 일인당 하루 칼로리 소비가 3,000kcal를 넘어서 추가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중국의 칼로리 소비는 3,300kcal로 완만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최근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에 따른 농산물 수요 확대가 우려되지만 종교적 특성 상 육류 소비 증가는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일인당 농산물 소비가 적은 아프리카의 경우 소득 증대로 식량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장에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인구 증가율의 하향 추세로 농산물 공급능력이 수요 증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예상이다.
농산물 생산성 증대 한계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제의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의 수준이 유지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장기적으로 지속된 가격의 하향안정으로 과거에 비해 농산물의 실질가격이 크게 낮아진 상태이다. 물론 아프리카 등 일부 저소득의 식량 순수입국들에는 커다란 타격을 주겠지만 식량 수출 제한 등에 따른 혼란을 극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향후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선 농산물 생산의 증대가 과거처럼 수월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UN 식량농업기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구 증가로 일인당 토지나 물 등 천연자원의 비율이 꾸준히 줄어들게 되고 생산성 증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곡물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경작지와 생산집약도, 그리고 수확률이다. 이중 경작지를 늘릴 여지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선진국에서는 추가적으로 경작지를 확대할 여지가 크지 않다. 1970년대 이래 선진국의 경작지 확대는 정체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지역도 경작지의 확대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작 가능한 토지의 1/3 정도만이 현재 농지로 사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미경작지의 90%가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 속해 있다. 이중 콩고, 수단, 앙골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7개 국가에 경작 가능한 면적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이들 지역은 경작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토양의 비옥도가 높지 못한 곳이 많고 생산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경작지 중 이미 70% 이상이 토양과 지형 상의 제약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경작 가능 토지 중 10% 가량은 인간 거주지이며 절반가량은 삼림지역이다. 인프라가 부족한 이들 지역을 경지화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농산물의 생산성도 높지 못할 가능성이 커 생산이 가능하더라도 농산물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삼림지역의 대규모 개간은 환경 훼손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UN 식량농업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경작지의 증대는 총 미사용 경작지의 6.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1960년대의 녹색혁명이 다시 도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론이 많다. 몇몇 주요 곡물의 수확률 한계(yield ceiling)가 도래했거나 멀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주요 곡물의 면적당 수확량을 보면 평균적으로 면적당 생산량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 1980년대 연평균 수확량 증가율은 2.3%에서 꾸준히 감소해 2000년대 들어서는 1.1%로 줄어들었다. 획기적인 생산성 개선 기술이 개발되지 않을 경우 점진적인 수확증가율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에 따른 기후변화도 위협 요인이다. 평균기온 상승과 함께 가뭄과 홍수가 주요 곡물 생산 지역에서 나타나면서 곡물 손실률이 확대되고 있다. 남미나 선진국에서는 생산면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온도가 높은 인도 등 서아시아 지역, 아프리카 지역의 곡물 생산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구 온난화 추세와 함께 향후 기상 변화에 따른 생산의 차질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작물 수요 확대가 관건
중장기적으로 세계 곡물 가격의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변수는 화석 연료 대체 에너지 생산을 위한 작물 수요이다. 공해물질 배출이 적어 친환경 연료로 인식되면서 각국 정부의 지원 하에 바이오 에너지 생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수송용 에너지로서 바이오 연료의 의무 사용을 규정함으로써 바이오 연료 사용 비중을 확대시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수송용 연료 중 대체연료의 비중을 2006년 3%에서 2017년 15%까지 높일 계획이며 EU는 2020년까지 이 비중을 2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직까지 바이오 연료의 이용은 화석연료의 이용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농산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나타난다. 2006년 기준 에탄올 소비는 미국의 수송용 가솔린의 3.5%에 불과하지만 미국 옥수수 소비의 14%가 에탄올 생산에 사용되고 있으며 2017년 후에는 30% 이상의 옥수수 생산이 에탄올의 원료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수요 확대의 영향은 원료용 작물 가격뿐 아니라 다른 작물에도 순차적으로 파급된다. 아이오와 대학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미국 정부의 에탄올 장려 정책과 유가 수준을 감안할 때 미국의 에탄올 생산이 2011년까지 147억 갤런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옥수수 생산 면적이 9,400만 에이커 가량 추가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주로 콩의 재배지를 잠식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사료작물로 사용되는 콩의 가격 상승은 가축의 사육비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육류, 낙농제품 등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유가가 예상보다 배럴당 10달러 늘어날 경우 육류 가격이 4% 오르는 등 전반적인 미국의 식료품 가격이 1.1%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동조화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 현상은 정책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바이오 연료를 사용할 유인을 확대시키고 있다. 국가별로 바이오 연료 생산 비용이 다르지만 사탕수수를 주원료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브라질의 경우 생산 비용이 배럴당 45달러 내외로 연비가 휘발유에 비해 30% 정도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현재의 유가 수준에서는 훨씬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브라질의 경우 바이오 에탄올 소비량이 휘발유 소비량을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미국의 경우 생산비가 브라질보다 1.5~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현재의 유가 수준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오 연료 이용과 관련된 인프라 보급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바이오 연료가 당장 휘발유의 완전 대체제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바이오 연료의 생산 및 운반, 저장시설, 바이오 연료 이용 차량 및 주유소 보급 등 관련 인프라가 점차 구축되면서 에탄올 가격이 유가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다. 에탄올 가격의 상승은 원료작물 이외의 작물의 경지면적을 줄임으로써 결국 농산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의 동조화 현상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최근 들어 국제 유가와 바이오작물 가격이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 작물 가격의 상승은 재배면적의 조정 과정에서 다른 작물로 파급되어갈 것이다. 주요 곡물 가격의 흐름을 보면 다소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국제 농산물 가격도 상승 추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Ⅲ.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원유나 금속 등 다른 원자재와 같이 물가 압력을 높이고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직까지 농산물 가격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농산물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과일, 야채, 육류 등 직접 소비되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산물 수입 물가의 상승은 국내 소비자 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수입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밀, 옥수수, 커피 등은 소비자들이 직접 수요하기보다 대부분 공산품의 가공원료, 혹은 사료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식료품 가격의 상승은 외식비 등 서비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2000년대 이후 농산물 수입 물가와 국내 소비자 물가의 상관관계를 보면 3분기 정도 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초까지 국제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 가파르게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소비자물가에 대한 영향이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 경상수지 적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수입은 2007년 기준 141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수입의 4%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가격의 상승 추세가 곡물 부문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의 동조화 현상에 따라 점차 다른 부문으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적 수입 증대 및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구도 변화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개도국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개도국으로부터의 글로벌 디플레 압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의 확대가 세계 경제 성장의 제약요인이 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에서 일차산품 생산국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세계 경제의 구도변화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즉, 현재의 중동지역, 러시아 등 원유수출 국가들의 고성장과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한 세계 시장 영향력 확대 현상이 금속원자재 및 농산물 생산 국가들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0년대 들어 일차산품 생산 국가의 성장이 뚜렷이 높아지고 있다.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이 연평균 10%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기타 산유국들도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다. 오일 달러가 서비스 및 건설 부문의 프로젝트 투자로 연결되고, 소득 증가로 소비가 확대되면서 성장률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속원자재 생산국 및 농산물 생산국에게도 점진적으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일차산품 교역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성장률이 공산품 주력 수출 국가들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농산물 수출에서 수입액을 뺀 순수출 규모를 보면 브라질이 2006년 기준 320억 달러규모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캐나다, 아르헨티나, 호주, 네덜란드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중남미와 오세아니아, 동남아 및 북유럽 국가들이 주로 농산물의 순수출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곡물 수출은 많지 않지만 육류와 오일시드, 설탕 등의 수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농산물 수출 비중이 높다. 특히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 에탄올 수출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곡물 및 오일 작물 등을 순수출하고 있으며 오세아니아 국가들도 육류, 곡물의 주력 수출 국가이다.
반면 일본은 400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순수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의 농산물 수입액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2004년 이후 농산물 순수입국으로 전환해 2006년 현재 농산물 순수입이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순수입 측면에서 독일에 이어 세계 6위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세계적 교역조건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순수출 국가들은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성장에 비해 실질소득 증가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늘어난 소득은 소비를 늘리거나 투자 확대로 이어지게 되고 수요 증대로 성장률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소득 증대가 인프라 구축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게 될 경우 장기적 생산능력이 확대되어 고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지게 된다. 두바이가 오일 달러를 이용해 건설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세계적인 관광과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농산물의 순수입 국가들에게는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교역조건 악화로 소득이 생산한 만큼 늘어나지 못하게 되고 소비와 투자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수출이 꾸준히 이루어진다 해도 내수 경기가 회복되지 못해 수출경기와 내수경기의 괴리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투자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생산능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잠재성장률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교역조건의 악화와 함께 투자에 따른 수익이 불확실해지고 이에 따라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었던 1990년대 말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과 일치한다. 유가상승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 교역조건 악화에 농산물까지 가세할 경우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Ⅳ. 맺음말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대응은 농산물 생산을 늘려 식량자급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가용경작지 확대가 용이하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농산물 생산을 확대시키는 데 제약이 크다. 세계적인 무역 자유화 추세로 식량수출국이 늘어나면서 식량안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 쌀 가격 상승에 따른 아시아 국가들의 불안감 확산에서 볼 수 있듯이 필수 농산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급도 유지 및 적절한 재고 확보를 통해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농산물 작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식량 확보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나아가 농산물을 단순히 식량안보를 위해, 혹은 농민들의 생계 보전을 위해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일차산품은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되었다. 원유나 금속원자재 등과 달리 농산물은 우리나라가 노력에 따라 생산을 늘릴 여지가 있는 부문이다. 해외 농업자원 개발과 더불어 국내적으로도 우리나라의 농업 생산의 경쟁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산업 차원에서 농업 부문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출처]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과 전망 |작성자 얕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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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미 대충 저질 라이팅을 썼기때문에.. 다음기회엔 이 내용을 토대로 써봐야겠어요.. ^^
어머낫 좋은 자료.. ㅎㅎ 잘 봤음.. 이런자료 찾기 어려운데.. 감솨!
우앗~ 사실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없고.. 막막해서 아직 1일거 못쓰고 있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해요 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