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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순간, 노동자는 없었다. 지금껏 공들여 싸워온 건 그 순간을 위해서였던 건데 노동계는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속상하고 분한 선택이었지만 여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회의를 보이콧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기사를 새로고침 해가며 최저임금위원회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검색했다. 딸랑 회의가 시작됐다는 기사가 올라온 후 몇 시간 뒤, 최저임금이 6,030원이 됐다는 기사가 보였다. 시작과 끝만 있는 이놈에 최저임금위원회. 정보공개에 너무 야박하다. 회의장 밖에선 그 과정을 알 길이 없었다.
30원 인상안의 근거
10차 전원회의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지난 차에 제출한 최저임금수준 1차 수정안에 대한 설명과 토론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사용계가 30원 인상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으로서의 책임성과 노동에 대한 과소평가를 문제 삼았다.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었더라면,노동자의 땀과 노력을 생각했더라면 달랑 30원을 수정안으로 제출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요지였다. 사용계는 즉각 항변했다. 30원 인상안은 최저임금이 높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다는 해고와 노동력 쏠림 현상 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거였다. 그리고 사용계가 얼마의 수정안을 제시하든 그걸 갖고 얘기하지는 말자고 했다. 수정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인데, 30원 갖고 얘기 안하면 뭘 갖고 얘기하라는 건가.
노동자위원4 : 오늘 인상수준을 논의할 때 사용계의 30원 인상안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 이 논의가 진전이 있을 거 같다. 이게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월급만 아깝게 받아간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해서 불편했다.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폄하하고 있는지 10원짜리 세 개로 드러낸 거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10원짜리 3개를 올려놓지 못했을 거라고 본다. 최저임금으로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해야한다는 기본 취지에 사용계가 공감했면 30원 안은 있을 수 없었다. 허리 한번 꼿꼿이 펴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100만원 남짓을 받으며 일하는 건 내 노동이 가족의 생계기 때문인 건데, 노동자들이 30원을 봤을 때 어떤 절망감을 가졌을 지 생각하며 책임감 있는 논의를 했으면 한다.
사용자위원8 :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지불능력이 없는 소상공인은 해고를 하거나 가족경영으로 대체한다. 지불능력이 있으면 대체인력으로 바꿀 거 같다. 같은 돈이면 다홍치마라고. 노동자 쏠림현상이 올 거다. 최저임금노동자들은 그런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저숙련, 저학력, 시간활용 문제 때문에 좋은 직장 구하고 싶어도 안 되는 분들이 몰려 있다. 급격하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해고가 많이 일어날 거다.
사용자위원6 : 모든 일에 있어서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용자가 10원을 올렸듯 노동자가 10원을 내렸든 그걸 갖고 서로 불편하게 얘기하는 건 삼가 했으면 한다.
회의장 밖에선 8,400원 수정안에 뿔났는데..
노동계는 1차 수정안으로 8,400원을 제시했다. 최초 만원에서 무려 1,600원이나 인하한 안이었다. 8,400원은 매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하고 정부가 활용하는 올해 시중노임단가 8,019원에 임금인상전망치 4.5%를 반영한 수치다. 월급으로 175만원 남짓이다. 이정도 금액이면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하는 미혼단신노동자의 실태생계비 155만원(2014년)을 충당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나 최초 만원 요구 대비 한 번에 너무 큰 폭의 인하안을 발표 한 나머지, 욕도 먹었다. 다음 아고라에는‘자기 월급 아니라고 막 깎냐’며 노동자위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는 공공연하게 만원은 물론 8,400원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노동자들이 실감하기에 한 달 200만원은 돼야하는 거 아니냐는 노동계의 최초요구안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종요구안이나 다름없었다. 최저임금위원회와 현실과의 괴리가 컸다.
노동자들을 대신 해 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자위원9명의 전문성과 책임성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명하게 회의를 공개하고 현장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는 것만이 최저임금노동자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위원회가 이 쉬운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여러 번 얘기 해줬건만, 일정한 진척 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최저임금제도의 취지 따위는 접어 두고, 지금까지처럼 형식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고픈 마음인 건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위촉 기준이 도대체 뭡니까
청사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한 사용자위원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회의를 너무 길게 하지 말고 빨리 끝내자고. 최저임금이 곧 자기 월급이 될 최저임금 당사자가 사용자위원의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화가 났을까. 최저임금이라는 공공의 제도를 만드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서 활동할 준비가 안 된 듯하다. 무책임하고 무식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이 사용자위원은 4선 위원이다. 12년 넘게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받아 활동하고 있다.
위원의 위촉과 관련된 사항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위원의 경우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중 고용노동부장관이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추천받은 자는 위원으로 임명된다. 위원이 갖춰야 할 공익적 책임성과 전문성 등에 비해 위촉 과정은 단출하다.
참고로 현재 장하나의원이 발의한 공익위원 9명 중 6명을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지명하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돼있다. 사회적 임금교섭 장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에게 실질적인 임금결정권이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담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현재 정부에서 9명을 위촉하는 방식에서 그 중 6명은 국회가 선출하여 중립적으로 공익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반면 노동계와 사용계 위원을 정부나 국회가 나서 관여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막말이나 무책임한 발언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위원이 계속해서 활동하는 것 또한 공익을 해하는 일이다.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위원들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스스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최저임금위원회를 격상시킬 유력한 방법이다.
35원 인상안이 나오기 까지
이틀 후 1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이전과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밤샘 회의가 될 거라는 예고에 걸맞게 전투복(편안한 복장)과 무기(칫솔 등)를 챙겼다. 되도록 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게 위원회의 기조였다. 최저임금수준만 남겨 놓은 상태기 때문에 노-사 내부 토론으로 상대를 설득시킬 논리와 접점을 찾기 위한 수정안 제출 가능성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다.
저녁식사를 먹기 전 2차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노-사는 작전회의를 위해 정회시간을 가졌다.나는 회의 내용을 속기하느라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팠다. 정회가 시작되자마자 벽에 머리를 기대고 연신 손을 접었다 폈다 하며 한숨을 돌리는데 이럴 수가, 내가 머리 대고 있는 그 벽 너머가 사용계의 작전회의실이었다. 나는 쉬고 있었을 뿐인데 엉겁결에 스파이처럼 사용계의 회의 내용을 듣게 됐다. 영원히 비밀로 간직할 수도 있었으나, 회의 내용이 황당했기 때문에 글로 남긴다.
상황은 이랬다. 2차 수정안 제출을 앞두고 사용계는 두 가지 수정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정회시간을 달라고 했다. 정회가 선포되었고 노-사는 각각 작전회의실에 들어갔다. 사용계 회의공간에서 2차 수정안을 어떻게 제시할거냐는 한 사용자위원의 질문이 들렸다. 그러자 “45원 하죠.” 라는 대답이 있었다. 곧바로 동의하는 대답이 이어졌다. “45원 오케이. 그럼 우린 쉽시다.”라는 말을 끝으로 사용계는 2차 수정안에 대한 작전회의를 마쳤다. 너무 황당하지 않는가.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과 토론의 과정도 없이 단지 최저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단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길게 말하지 않겠다. 정회가 끝나고 사용계는 35원을 인상한 2차 수정안을 제출했다. 두 가지 수정안 중에 고민하고 있다더니, 그 두 가지가 35원과 45원이었나 보다.
십 원짜리 인상안 더 이상은 못 참아!
1차 수정안 30원 인상, 2차 수정안 35원 인상. 사용계의 잇따른 십 원단위 수정안에 노동계는 협상태도를 문제 삼았다. 협상 의지를 갖고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 했다면 십 원짜리를 수정안으로 제출하지 못했을 거다. 무엇보다 소득 향상과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과제를 풀어야 할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원으로서 자격 미달인 태도였다. 노동계는 장난하는 거냐며 항의했다. 그리고 6명의 노동자위원이 회의장을 나갔다. 퇴장하는 노동자위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노동자위원의 퇴장을 말리거나 설득하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었다. 노동계의 항의를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노동계의 얘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건가. 당혹스러웠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노동자위원들을 설득하여 9명 모두 회의장에 복귀했다. 회의가 속개됐다. 노-사는 2차 수정안에 대해 설명했다.
사용자위원9 : 사용계가 제시한 2차 수정안 5,645원은 인상률로 1.2%가 된다. 근거로는 최저임금 산정기준 중 하나인 노동생산성을 근거로 했다. 5년 간 연평균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2%기 때문에 이걸 적용하면 5,645원이 된다.
노동자위원2 : 사용자위원5가 지난번과 이번에 그렇게 말씀하셨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 방학 때 잠깐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에게 최저임금을 맞춰주는 게 맞느냐고. 그거 제 형제노동이다. 사용자위원6은 주유소 갔다가 어르신들 일하는 거 답답하다고 했다. 그 답답한 노동은 저희 할아버지가 노구를 이끌고 손주들 용돈 좀 주겠다고 잡초 뽑아갖고 만드는 노동이다. 사용자위원8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저를 두고 얄궂다고 했다. 정정하면 얄궂은 게 아니라 이건 비극이다. 사용자위원8이 겪는 그 얄궂음이 저희 아버지가 이미 10년 전에 겪은 일이다. 사용자위원9가 말하는 용돈벌이, 부차적 노동은 저희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하는 그 노동이다. 저는 제 가족들의 삶에서 현대사의 비극을 본다.
최저임금 결정에 생산성이 왜 중요해?
사용계는 노동생산성을 근거로 35원을 인상한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사용자위원의 설명처럼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 결정 시 노동생산성을 고려하도록 돼있다. 최저임금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하고 특히 올해의 경우 저임금노동자의 소득 향상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볼 때, 노동생산성이 우선 고려돼야 할 지표는 아닌 거 같다.
노동생산성이란 생산과정에 투입된 노동량에 비해 얼마나 많이 생산됐는지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노동의 능률, 성과를 말한다. 임금산정에 생산성을 고려하는 건 성과급 개념과 더 가까워 보인다.임금의 절대적 기준으로서 최소한 이 정도는 줘야한다는 게 최저임금의 취지기 때문에 생산성을 고려하는 건 맞지 않다. 생산성을 최저임금 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튼 사용계는 노동생산성을 근거로 1.2% 인상한 2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물가상승률, 생산성, 임금인상률 등의 각종 수치들이 때로는 현실을 왜곡하는 합리적 방어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숫자들을 차치하고라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한 절박한 노동자의 심정으로 2차 수정안에 대한 설명을 갈음했다. 마음이 착잡했다.
최저임금 결정권을 쥔 공익위원
또 다시 긴 정회 시간에 들어갔다. 2차 수정안을 제시하고도 노-사의 격차를 좁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푼도 올릴 수 없다는 사용계와 대폭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가 접점을 찾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공익위원이 갖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논의하기 전까지 공익위원은 노-사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노-사가 의견을 조율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때 공익위원의 중재가 중요하다. 공익위원은 노동계 작전회의실에 들어와 전향적인 3차 수정안 제출을 독려했다.
노동계는 최대한 최저임금을 높게 결정하려하고 반대로 사용계는 낮게 결정되기를 바란다. 노-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공익위원은 노동계와 사용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수준 사이에서 심의촉진구간안을 발표한다. 구간 안에서 노-사 간 논의를 진작하다 결정적으로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수준을 발표하고 표결을 거쳐 결정한다.
이제 자정을 넘겼다. 노-사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회의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최저임금 인상이 왜 필요한지, 왜 인상되면 안 되는지 지난한 논의가 계속됐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위원장의 판단으로 노-사는 3차 수정안을 제출하고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노동계 퇴장하다
3차 수정안은 이렇다. 노동계는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 임금 평균의 50%인 8,100원을 제출했다. 사용계는 국민경제생산성지표를 활용하여 70원 인상한 5,715원을 냈다. 이제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안이 남았다. 떨렸다.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진행한 집회와 기자회견, 서명, 인증샷 찍기, 캠페인, 문화제 등 그 동안 노동계에서 해 온 활동들이 떠올랐다. 세상을 바꿀 만한 움직임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최저임금 1만원과 함께 소박한 꿈을 꿀 수 있어 개인적으로 참 행복했고 따뜻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떨렸고 그 떨림은 더 나은 세상을 맞이하는 설렘에 가까웠다.
공익위원1 : 심의촉진구간안을 말씀드린다. 하한과 상한을 제안하겠다. 인상의 하한은 6.5% 인상한 5,940원, 상한은 9.7% 인상한 6,120원이다. 산출 근거는 올해 임금인상전망치, 소득분배개선분 등이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격차를 해소하고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게 주목 받는 이슈였다. 세계적 저성장 국면 속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대세였고 한국도 그 흐름을 이어받을 거라 생각했다. 노동계를 독려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 말하는 공익위원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절실함에 공익위원도 공감하는 줄 알았다.
순진했다. 청년, 여성, 비정규 당사자가 최저임금위원으로 위원회에 들어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절절하게 설득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은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노동계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최저임금에 대한 열망에 눈꼽 만큼도 부응하지 못하는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안은 탁상공론에서 나온 한심한 결과다. 최저임금노동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노-사의 간극이 큰 상태에서 구체적인 구간을 발표한 것 또한 이례적이었다.
11차 전원회의는 노동계의 집단 퇴장과 의결정족수 미달로 끝이 났다. 새벽 5시 30분을 넘겼다. 14시간 동안의 밤샘 회의로 피곤하고 속이 쓰렸지만 오히려 정신은 또렷했다. 노동계는 12차 전원회의도 보이콧했다. 심의촉진구간안을 다시 제시한다면 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뒀으나 이 또한 순진한 생각이었다.
12차 전원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검색창에 ‘최저임금’을 치고 새로고침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 시간 동안 새로운 기사가 보이질 않더니 새벽 1시를 넘긴 후에야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는 기사가 떴다.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부터 떠돌던 새누리당 의원의 말과 각종 언론의 예상치와 거의 일치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의 들러리 같았다.
다시 일어나면 되지 뭐
최저임금이 또 쬐끔 올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부터 지금까지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고용노동부 장관이 재심의를 요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저임금노동자의 소득 향상과 양극화 해소, 분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과 안정성을 동시 달성하기 위한 유력한 방법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떠오른 만큼,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최저임금 6,030원에 좌절했지만 이 또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밟히면 더 튼튼하게 자라는 잡초처럼 상처 받고 실망해도 끊임없이 일어나 저항하는 게 민중 아니겠는가. 좋은 세상이란 건 함께 사는 세상이다. 함께 사는 세상은 함께 가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눈 마주치고 손 맞잡는다면 포기란 있을 수 없다. 노동계 없이 최저임금이 결정돼버린 부당한 상황에 함께 목소리 낸다면 우리 가까이에 변화가 올 거라 확신한다. 최저임금 1만원, 월 200만원 어렵지 않다. 다시 일어나기만 한다면. 하반기에도 최저임금 활동은 계속 된다.